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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클로즈업]故정주영 '불도저경영' 빼닮은 현대백화점 정지선

코로나發 불황에도 시내면세점 이어 인천공항점 진출 등 공격경영
아울렛 대전점·남양주점, 현대백화점 여의도점 오픈 계획대로
케어푸드·화장품·새벽배송 등 신성장 동력 중심 투자도 충력전
통합 아닌 계열사별 ‘전문몰’ 강화 통해 온라인 신사업 도약 추진

[FETV=김윤섭 기자] 코로나19 악재를 맞은 유통업계가 구조조정, 사업 효율화에 나선 가운데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뚝심경영이 주목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이후 롯데와 신세계 등 라이벌 유통 재벌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가며 몸집 줄이기에 한창인 반면 정 회장은 오히려 점포를 늘리거나 신사업을 시도하는 영토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정지선 회장이 할아버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왕회장의 불도적식 DNA(유전자)를 고스란히 물려받았다고 평가하는 경제인들이 많다. 

 

◆ 유통업계 불황에도 시내면세점 이어 인천공항면세점도 진출=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인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사업 허가를 받으면서 공항면세점에 첫 발을 내딛었다.

 

관세청은 28일 충남 천안시 관세국경연수원에서 열린 보세판매장(면세점) 특허심사위원회에서 현대백화점과 엔타스듀티프리에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면세점 사업자 특허(신규)가 부여됐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DF7(패션·잡화)을, 엔타스듀티프리는 DF10에서 향후 5년간 매장을 운영한다.

 

면세점 특허기간은 5년을 유지하되 대기업에 대해서는 1회, 중소·중견기업에 대해서는 2회 갱신을 허용하고 있다. 즉 대기업은 10년, 중소기업은 15년까지 면세점 운영이 가능하다.

 

 

앞서 인천공항공사의 제1터미널 면세점 입찰에서 국내 대형 면세점 3사가 모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시장 환경 악화를 이유로 지난달 사업권을 포기한 가운데 정지선 회장은 면세사업을 그룹의 새로운 먹거리로 정하고 투자를 결정했다.

 

유통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이번 공항면세점 진출로 면세사업서 가장 중요한 규모의 경제를 갖췄다고 보고 있다.

 

물건을 직매입해 판매하는 면세업계 특성상 잘 나가는 브랜드 제품을 얼마나 사들일 수 있느냐는 매출 확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즉 바잉파워를 확대하는 것이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것이다. 인천공항은 세계 3위 규모의 공항인데다 면세점 매출도 세계 최고 수준인 만큼 현대백화점면세점입장에서는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이번 공항점 추가로 현대백화점면세점 점유율은 7% 수준까지 오를 전망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현대백화점면세점 점유율은 2.66%이다. 지난해 말에는 4% 수준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면세업계가 사실상 멈춘 상태인 만큼 수익성 확보에 대한 우려는 남아있다.

 

인천공항에 따르면 지난달 국제선 출발 여객수는 3만2646만명으로 전년 동월대비 99% 급감했다. 매출도 9867억원에 그치면서 지난해 대비 반토막 났고 월 1조원 선도 무너진상태다. 면세점 월 매출이 1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사드 사태로 중국인의 국내 관광이 급감한 2017년 이후 약 3년 만이다.

 

이에 면세업계는 정부에 추가적인 임대료 감면 등의 조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도 지난 1분기 19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영업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린아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코로나19 영향이 2분기에도 이어지면서 면세점 매출 회복이 늦어지고 있어 전체 매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지난해 보다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 아울렛 대전점·남양주점, 현대백화점 여의도점 오픈 계획대로=면세점뿐 아니라 아울렛과 백화점에서도 정지선 회장의 뚝심은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악재에도 추가 점포를 내면서 외형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오는 6월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을 시작으로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남양주점(11월), 현대백화점 여의도점(2021년 1월)을 오픈할 예정이다. 경쟁사인 롯데와 신세계가 부실 점포를 정리하며 몸집을 줄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현대아울렛 대전점은 영업면적 5만 3586㎡(1만 6210평)으로 중부권 최대 규모 아울렛으로 지하 2층, 지상 7층으로 이뤄졌으며 265개의 판매시설을 갖춘 대규모 복합시설로 꾸며진다. 지리적 접근성이 뛰어나 대전 이외에도 세종·청주 등 충청권 수요까지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 여의도점은 정지선 회장의 승부수다. 서울지역 최대 규모로 조성되며 지하 7층∼지상 9층으로 영업 면적만 8만9300m²(약 2만7000평)에 이른다.

 

 

◆ 케어푸드·화장품·새벽배송 신성장동력 투자도 이어가=신사업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백화점 패션전문기업 한섬은 기능성 화장품 전문기업 ‘클린젠 코스메슈티칼(이하 클린젠)’의 지분 51%를 인수해 화장품 사업에 진출한다고 11일 밝혔다. 전문기업 지분 인수를 통해 확보한 화장품 제조 특허기술을 바탕으로 내년 초 한섬의 고품격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걸맞는 ‘프리미엄 스킨케어’ 브랜드를 론칭한다는 구상이다.

 

한섬이 패션 외에 이종(異種) 사업에 뛰어든 것은 1987년 창사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화장품 시장 중에서 ‘프리미엄 스킨케어’ 시장을 정조준한 배경에는 타임, 마인 등 기존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 운영을 통해 쌓아온 한섬 고품격 이미지를 화장품 사업에서도 이어가기 위한 포석이 담겨 있다.

 

한섬 관계자는 “화장품 사업의 핵심 요소인 원료 및 특화 기술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국내 및 해외 여러 기업들과 협업을 추진 중에 있다”며 “새로운 바이오 기술을 선제적으로 적용해 차별화된 사업 경쟁력을 갖춰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현대그린푸드는 833억원을 투입한 스마트푸드센터를 오픈하고 식품제조사업에 도전장을 냈다. 스마트 푸드센터는 총 833억원의 투자비가 투입된 식품제조 공장으로 급식업계 최초 B2B와 B2C거래가 단일화된 공장이다. 현대그린푸드는 일반 소비자와의 접점보다는 급식에 방점을 찍었다면, 스마트 푸드센터로 보다 소비자 지향적인 식품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또 케어푸드 전문 브랜드 그리팅을 론칭하고 B2C 판매에 나선다. 현대그린푸드는 ‘그리팅’ 론칭 첫해인 올해 15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고, 향후 5년 내에 매출 규모를 1000억원대로 키운다는 목표다.

 

박주연 현대그린푸드 그리팅사업담당(상무)은 “‘그리팅’은 평소에도 건강 관리에 관심이 많고 유지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헬스케어푸드(종합 건강식)’이라고 볼 수 있다”며 “조리한 다음날 새벽에 집으로 직접 배송해주는 신선한 음식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 통합 아닌 계열사별 ‘전문몰’ 강화...온라인도 키운다=코로나19 이후 더욱 빠르게 커지고 있는 온라인에서도 서서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롯데와 신세계가 ‘통합’을 내세워 온라인 시장에 뛰어들었다면 정지선 회장의 전략은 ‘전문성’이다. 더현대닷컴, 홈쇼핑, 더한섬닷컴 등 각 계열사가 운영하는 온라인몰 각각의 경쟁력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전략은 정지선 회장이 주문한 사업 방식의 혁신과 변화와도 맞닿아있다. 앞서 정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미래 비전을 위한 성장동력 확보 ▲사업방식의 혁신을 통한 미래 대응 ▲실행력을 제고하는 조직문화 구축을 올해 목표로 제시하고 2020년을 변화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각 계열사들이 운영 중인 전문 온라인 몰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전문성과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정지선 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비상(非常)이 일상이 된 상황에서는 변화의 흐름을 파악하고 대안을 찾는 ‘혁신적 사고’를 통해 성장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창사 첫 계열사 매각부터 면세점, 아울렛, 백화점까지 코로나라는 전례없는 불황속에서도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정지선 회장이 유통업계의 주도권을 쥐고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