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김현호 기자] 유동성 위기를 겪는 대한항공이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13일, 이사회를 열고 7936만5079주를 새롭게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예상 주당 발행가격은 1만2600원이다. 대한항공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정부에서 지원받기로 한 1조2000억원과 함께 2조2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이번 유상증자는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 지분 29.96%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 한진칼도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다. 한진칼도 14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최대주주 자격으로 참여하겠다”며 대한항공의 경영정상화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당초 재계 일각에선 한진칼이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자체 유상증자도 이뤄질 것으로 예측했다. 한진칼은 3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데 지난해 기준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은 1400억원에 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진칼은 14일, “참여재원은 보유자산 매각 및 담보부 차입을 통해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진칼은 현재 6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진에어를 필두로 ㈜한진(23.62%) 정석기업(48.27%) 등을 보유하고 있다. 구체적인 재원 마련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진칼 관계자는 “매각 및 차입 방안이 구체화되는 시점에 별도의 이사회를 개최해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원태 회장은 이번 유상증자로 한시름 덜게 됐지만 ‘걱정거리’가 사라진 건 아니다. 대한항공은 올해 갚아야 하는 채무가 4조원이 넘는다. 항공기 리스료와 임직원 급여 및 이자 등을 포함하면 고정적으로 납부해야 하는 금액이 최대 5000억원에 달한다. 당장 6월까지 상환해야하는 회사채와 자산유동화증권(ABS) 채무만 8700억원이다.
이번 유상증자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600%로 낮아진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극복되지 않으면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언발에 오줌누기’ 수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당장 15일 발표될 예정인 대한항공의 1분기 적자는 2480억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유상증자는 정부 지원을 위한 자구 노력 주문에 대한 대응 차원이기 때문에 차입금 상환 리스크가 완화됐다”면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여객수요 회복 시점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