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유길연 기자] 지난해 KB금융그룹의 실적 증대에 ‘효자’ 역할을 했던 KB증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실적 부진이 예상되면서 KB금융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올 한해 증권업계가 불황의 늪에 빠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KB금융의 올해 ‘리딩금융’ 탈환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금융은 오는 23일 기업설명회(IR)를 개최하고 올 1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한다. 금융권은 KB금융이 작년과 마찬가지로 1분기에 신한금융에 이어 실적 2위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에프앤가이드는 KB금융의 올 1분기 순이익은 8045억원으로 신한금융그룹보다 600억원 가량 적을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8457억원)과 비교하면 4.87% 줄어든 기록이다.
특히 KB증권이 부진은 올 1분기 뿐만 아니라 올 한해 계속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신한금융과의 리딩금융 싸움에도 고전이 예상된다. KB증권은 작년 역대급 실적을 통해 KB금융 비은행부문 강화의 주역이었다. KB증권은 작년 당기순이익이 1년 전에 비해 44% 급증한 2579억원을 거뒀다. 따라서 KB증권은 KB손해보험를 제치고 KB금융그룹 내 순익 3위로 뛰어올랐다.
KB증권이 작년 실적 고공행진을 하는데 있어 두가지 축은 투자금융(IB)과 자기매매 부문이었다. 작년 KB금융의 IB부문이 거둔 순익은 1725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68%(696억원) 늘었다. 이에 IB부문은 작년 전체 실적의 60%를 담당했다. 또 자기매매를 담당하는 자산운용 부문은 지난 2018년 478억원의 순손실에서 작년 1114억원의 이익으로 급반전을 이뤘다. 따라서 자산운용 부문은 전체 사업 가운데 실적 2위를 기록했다.
여기에 작년 6월 초대형 투자은행에 허락되는 발행어음 사업을 금융당국으로부터 인가받아 올해 실적 증대가 더욱 기대되던 상황이었다. 당국으로부터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초대형 투자은행은 발행어음을 통해 자기자본의 2배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증권사 실적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핵심 요인 가운데 하나가 발행어음이다. 올해 초 까지 증권사들이 덩치 싸움에 뛰어든 이유다.
그러나 올해 초 KB증권은 코로나19 충격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펜데믹)으로 번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이에 주가연계파생증권(ELS)을 자체 헤지 방식으로 발행한 대형 증권사들은 추가 증거금 납부요구(마진콜)에 직면했다. 대형증권사들은 자체 헤지 운용 손실로 자기매매 부문의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이어졌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대형 증권사들의 트레이딩 부문에서의 손실은 불가피할 전망이다”라며 “증시 급락시 ELS 등 파생결합상품 자체헤지와 자기자본투자(PI) 부문에서 손실이 발생하는데 대형 증권사의 자본누적으로 파생결합상품 잔고와 PI자산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한국기업평가원에 따르면 작년 9월말 기준 KB증권의 자체헤지 ELS 잔액은 약 3조원으로 파악된다. 이는 전체 증권사 가운데 네 번째로 많은 규모다. 작년 KB증권의 실적 급증의 한 축이었던 자기매매 부문의 실적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KB증권운 올 한해 경영에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업계는 이미 대형 상장 증권사 5곳(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의 올 1분기 실적 추정치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42% 급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리딩금융 탈환을 위한 KB금융의 올해 행보도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KB금융은 최근 알짜 생명보험사인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통해 비은행부문을 강화했지만 신한금융도 오렌지라이프를 100%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이에 응수했다. 또 신한금융의 경우 작년 신한금융투자의 실적이 부진한 상태에서 그룹 순익 1위를 차지했기 때문에 증권사 실적 하락에 대한 부담이 덜한 편이다. 또 신한금투의 ELS 자체 헤지 규모도 KB증권의 3분의 1수준인 1조원 가량인 것으로 전해진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KB금융은 판관비가 증가하는 계절성 요인과 더불어 KB증권 ELS 자체헤지 관련 파생결합증권 운용손실에 따라 비이자도 상당히 저조할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