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대한항공]](http://www.fetv.co.kr/data/photos/20200417/art_15874268392256_3f0463.jpg?iqs=0.664186980696005)
[FETV=김현호 기자] 대한항공이 위기다. 국적기인 대한항공이 다시 날개짓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온통 상처 투성이다. 대한항공은 오너 일가의 '남매의 난'을 거치면서 경영기반이 취약해진 상태다. 여기에 덧붙여 지난해부턴 일본 정부의 무역보복과 중국발 사드사태 등에 이어 코로나19 사태 등 메가톤급 악재까지 줄줄이 쏟아지면서 심각한 경영난을 겪는 등 사실상 식물인간 상태다.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이 급여를 반납하거나 유급휴가 등 경영난 해소를 위해 안간힘을 쏟지만 역부족이다. 대한항공은 급기야 최근 1조원에 달하는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등 특단의 카드를 뽑아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급여 반납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재무상태 개선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번 주 기간산업에 20조원 규모의 지원을 예고함에 따라 대한항공이 위기 극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대한항공이 공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화물수송점유율은 30.2%, 국제여객수송점유율은 19.3%를 기록하며 국적항공사 1위 기업을 유지했다. 하지만 당기순손실을 6228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에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1분기에 2480억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적자전환이 점쳐지는 이유는 전 세계가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쇄국정책을 펼치고 있어 하늘길이 막히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4월 들어 공항 여객 수는 2001년 개항 이후 처음으로 하루 5000명 선을 넘지 못했다. 한국항공협회는 4월 첫째 주 국제선 여객 수는 지난해 대비 97.6%가 감소했다고 전했다.
대한항공이 최대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 배경에는 자금난과 코로나 위기를 극복할 수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4월에만 2400억원의 회사채를 갚아야 하고 임직원 급여와 이자, 항공기 리스료 등 고정비 납부 금액 규모도 4000~5000억원에 달한다. 사채를 포함해 올해 상환해야 할 차입금만해도 4조원이 넘는다.
항공사들은 미래에 발생할 매출을 담보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게 됐다. 대한항공이 보유한 2조원에 가까운 ABS 금액은 모두 재무상태 개선에 쓰여야 하며 여객감소로 유동성 확보가 쉽지 않아 추가적인 ABS발행도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신용평가는 ‘A-’ 단계였던 대한항공의 ABS 신용등급을 'BBB+‘로 하양검토 대상에 올렸다.
이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종로구 송현동 부지와 해양레저시설 ‘왕산마리나’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 지분, 제주시 파라다이스 호텔 토지 등 유휴 자산을 매각하기로 결정하며 자금확보에 열을 올렸다. 13일, 삼정KPMG-삼성증권’ 컨소시엄을 그룹 유휴자산 매각 주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일주일이 흘렀지만 매각이 지지부진하다. 송현동 부지의 경우 5000억원 규모로 평가받지만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속해 개발을 하려면 문화재위원회 심의가 필요한 곳이다. 왕산레저개발은 요트계류장을 운영하면서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고 대한항공의 호텔사업은 지난해 56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따라서 매수자가 나타나기도 쉽지 않고 적절한 금액을 받을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대한항공은 조종사들이 나서며 정부의 지원을 촉구했지만 별다른 입장을 듣지 못했다. 정부가 이번 주 예상되는 ‘제5차 비상경제회의’를 열어 항공산업에 대한 지원규모를 발표할 예정이지만 조선, 에너지, 반도체 등 기간산업을 대상으로 지원책이 정해지는 만큼 대규모 현금성 수혈은 쉽지 않아 보인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항공업계에 대한 지원 필요성은 수차례 언급했다”며 “언제, 얼마나, 어떻게 지급할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지원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예단할 수 없지만 장기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대기업이 국책은행의 도움을 받으려면 대주주의 자구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련업계에서는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이 필요하다고 분석하지만 조원태 회장은 주주연합(KCGI·조현아·반도건설)과 경영권 분쟁을 이어가고 있어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을 내놓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여러 방면을 검토하고 있으며 유상증자도 이중 하나”라며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