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부터)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00417/art_15873732775058_58411f.jpg?iqs=0.5731087013987871)
[FETV=김창수 기자] 코로나19발 불황으로 경영난을 겪는 대기업 임원들이 줄줄이 임금을 반납하거나 삭감하는 가운데 대기업 회장님들도 임금 반납 대열에 잇따라 동참하고 있어 주목된다. 정의선 현대기아차그룹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이 임금 반납을 선언한 총수들이다. 삼성그룹 총수 역할을 수행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아예 임금을 받지 않고 있다.
이들 총수는 코로나19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한편 2~4개월분의 임금을 반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대기업 총수들이 임금 반납 카드를 선택한 이유는 코로나19發 경영난 타개를 위해 임직원이 임금 반납이나 삭감을 수용하는데 따른 총수들의 화답으로 풀이된다. 각 대기업들은 올초 코로나19 사태로 생산공장이 멈추고 영업채널이 문을 닫는 등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비롯한 현대차그룹 51개 계열사 1200여명의 임원들은 이달부터 월급 20%를 자진 반납키로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현대·기아차뿐 아니라 현대제철, 현대건설 등 전 계열사가 경영에 차질을 빚는 가운데 임원들이 회사의 ‘현금 확보’에 동참하는 것이다. 이날 상무급 이상 현대차그룹 전 계열사 임원들은 임금 삭감에 동의를 요하는 서류에 서명했다.
20일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경영 환경이 악화되는 가운데 임원들이 솔선수범하기로 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정 수석부회장 역시 임금 일부 자진 반납에 동참한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현대차·현대모비스로부터 모두 51억89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현대차그룹 임원들이 임금을 반납하는 것은 2016년 중국의 사드 보복 사태 이후 4년만으로 당시엔 전(全) 계열사 임원들이 임금 10%를 반납한 바 있다.
롯데지주 또한 3개월 동안 신동빈 회장이 급여 50%를, 임원·사외이사 등 33명이 급여 20%를 반납한다고 20일 밝혔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회사가 큰 어려움을 겪는 만큼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롯데 주요 계열사들은 매출 부진 등 코로나19로 인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특히 주력인 유통 사업과 호텔 사업이 흔들리는 중이다. 이에 롯데그룹은 코로나19 대응 TF팀을 꾸려 수시로 대책을 협의하는 등 이슈에 긴밀히 대응 중이다. 또 롯데미래전략연구소를 통해 코로나19 영향력 등을 분석하는 등 향후 2, 3분기에 닥쳐올 타격을 최소화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신 회장도 위기에 대한 철저한 준비를 당부하고 나섰다. 신 회장은 지난달 24일 비상경영회의를 소집해 극복 전략을 논의한 뒤 "그룹 전 계열사들이 국내외 상황을 지속적으로 체크하고 사업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지금도 위기이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이후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두산그룹도 전 계열사 임원 급여의 30%를 반납한다고 지난 2일 밝혔다. 두산중공업 임원은 최대 50%를 반납한다. 유동성 위기에 빠진 두산중공업 경영 정상화를 위해 모든 계열사가 고통을 분담하기로 했다. 임금 반납은 4월 지급 분부터 적용된다.
그룹 지주사인 (주)두산을 포함해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밥캣, 두산건설 등 모든 계열사 임원들은 4월 임금부터 30%를 반납한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과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도 급여 30%를 내놓는다. 두산중공업의 경우 박지원 회장 등 부사장 이상은 급여의 50%, 전무는 40%, 상무는 30%를 반납키로 했다. 임금 반납 종료 시기는 정해놓지 않았다.
두산그룹은 임직원의 복리후생 성격 지출을 줄이기 위한 실행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최근 직원 650여 명의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유휴인력 휴업도 검토 중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최근 두산중공업에 1조원을 한도대출 형태로 지원하기로 했다. 두산 관계자는 “사업 구조조정 방안을 조속한 시일 내 마련해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도 내달부터 부사장급 이상은 월 급여의 50%, 전무급은 40%, 상무급은 30%를 경영상태가 정상화될 때까지 반납키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최근 대한항공은 국제선 여객 운항 횟수가 평소 대비 86% 줄어들었으며 총 124개 노선 중 89개가 운휴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재계 1위사인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은 2017년 3월부터 삼성전자로부터 급여를 받지 않고 있다.
한편 해외에서도 주요 그룹 경영진의 임금 반납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밥 아이거 월트디즈니 이사회 의장은 4월부터 1년간 급여를 받지 않기로 결정했으며 제너럴모터스(GM)는 메리 바라 CEO 등이 경영진 연봉을 25~30% 반납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