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각 사]](http://www.fetv.co.kr/data/photos/20200313/art_15851149414641_ea08e6.jpg?iqs=0.38808182465861213)
[FETV=김창수 기자]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전세계 경제가 혼돈에 휩싸인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해외 현지공장 도미노 임시휴업(셧다운)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현지화 전략으로 해외공장 비중이 높은 전자와 완성차 업계의 셧다운 사태가 특히 심각하다. 글로벌 현지의 전략거점 지역 생산차질에 수요 둔화까지 겹쳐 위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 LG전자, 현대·기아차 및 철강업계 등 국내 주력 산업 대표기업들의 해외공장 셧다운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우한 지역 내 코로나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상황에서 이제는 유럽과 미국, 인도 등 현지화 전략 핵심거점 지역의 연쇄적인 셧다운을 우려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주요 기업의 수장(首長)들은 적극적인 대응과 함께 조직 추스르기에 나섰다.
무엇보다 신흥 거점에서의 생산 감소세가 가파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번주 들어 인도 공장의 가동을 멈춰 세웠다. 삼성전자는 노이다 공장 가동을 25일까지 중단하고 LG전자는 노이다와 푸네 지역 공장을 이달 말까지 중단키로 했다.
삼성전자 인도 노이다 공장은 1억2000만대의 스마트폰 등 휴대전화 생산기지로 13억 명의 인도시장 공략의 중심이다. 첸나이 공장은 가전제품을 생산한다. LG전자도 노이다(생활가전), 푸네(생활가전, TV, 휴대폰) 셧다운 사태로 생산차질과 현지판매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삼성·LG전자의 이번 인도 지역 공장 가동 중단은 인도 정부의 지침에 따른 것으로 코로나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으면 셧다운 기간이 연장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차도 인도 첸나이 공장이 이달 말까지 중단된다. 현대차 첸나이 공장은 1공장, 2공장으로 나뉘어 운영 중이다. 현지 전략차종 크레타를 비롯해 연간 68만대 생산규모를 갖추고 있다. 기아차도 아난타푸르 공장의 가동중단을 검토 중이다. 현대·기아차의 인도 공장 가동 중단은 신흥 시장 확대 전략과 맞물려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특히 완성차 생산차질과 함께 현지의 불황공포, 외출자체 등의 여파로 수요마저 얼어붙고 있어 경영 어려움을 가중되고 있다.
유럽과 미주 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현지공장 셧다운 사태는 유럽과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도 동시다발로 현실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유럽 TV 생산거점의 한축인 슬로바키아 공장을 29일까지 닫았고 LG전자도 TV 생산을 하는 폴란드 공장을 역시 29일까지 휴업 조치했다.
현대차 역시 미국 앨라배마 공장이 코로나19로 18일부터 가동을 중단했고 이 여파로 기아차 조지아 공장도 오는 30일부터 2주간 문을 닫는다. 유럽에 있는 현대차 체코 공장과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도 23일부터 2주간 멈춘다.

철강업계 역시 비상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 철강사인 포스코는 최근 인도·말레이시아·필리핀 등에 있는 가공센터 4곳을 이달 31일까지 가동 중지키로 했다. 각국의 통행 제한 조치와 사업장 휴업 지시에 따라 동남아 지역 가동센터를 세우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탈리아 북동부 베로나 인근에 있는 포스코-ITPC도 이달 26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조업을 멈춘다. 우한 코로나가 빠르게 확산될 경우 미국·인도네시아·베트남 등 다른 법인도 언제든 멈출 수 있는 상황이다.
현대제철도 상황이 심각하다. 현대제철은 국내로부터 공급받은 자동차 강판을 현지에서 가공해 현대·기아차·글로벌 완성차 공장에 납품하기 위해 해외에 가공공장을 두고 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생산기지 운영을 멈추면서 가동 중단 결정을 내리고 있다.
이렇듯 지역을 불문한 글로벌 공장 가동 중단 사태가 번지는 가운데 더 큰 문제는 전 세계 각국의 코로나 확산이 이제 ‘시작’이라고 봐야 한다는 점이다. 그 확산이 얼마나 넓은 지역으로 얼마나 많은 숫자의 확진자로 이어질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전 세계 비상사태 시기다.
한편 전례 없는 위기를 맞은 기업 총수들은 최근 격려 메시지 등을 통해 임직원들을 다독이고 있다. 기업들은 임원급여 반납 등 경비 절감과 주가 방어를 위한 자사주 매입 등에 나섰다. 재계 리더들도 위기 대응을 위한 의지를 독려하고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어려운 시기임에도 현장 경영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 부회장의 국내 현장경영은 올해 벌써 5번째다. 이 부회장은 25일 경기도 수원시 삼성종합기술원을 찾아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미래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국민의 성원에 우리가 보답할 수 있는 길은 혁신”이라며 “한계에 부딪혔다고 생각될 때 다시 한 번 힘을 내 벽을 넘자"고 강조했다. 임직원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던진 것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또한 코로나19 확산으로 주력 계열사 주가가 급락하자 책임경영 의지를 강조하기 위해 연달아 매입에 나섰다.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주식을 사흘 연속 사들였다.
현대차는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차 주식 28만5517주를 주당 6만8646원에 장내 매입했다고 25일 밝혔다. 총 매입 규모는 195억 원이다. 이에 따라 정 수석부회장의 지분율은 2.58%로 높아졌다. 정 수석부회장은 또 같은 날 현대모비스 주식 15만561주를 주당 13만3724원에 매입했다. 총 매입 규모는 200억 원이다. 이번 매입으로 정 수석부회장의 지분율은 0.27%로 늘어났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 수석부회장은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회사를 책임지고 이끌겠다는 의지를 담아 주식을 샀다"고 밝혔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자동차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가가 기업 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저평가됐다고 판단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자가격리 중인 임직원에게 건강용품과 응원 편지를 보내며 조직 추스리기에 나섰다. 구 회장은 "모두가 서로 배려하고 응원하며 이번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LG그룹에 따르면 구 회장은 자가격리 중인 임직원에게 보낸 '함께 이겨냅시다'라는 제목의 편지에서 "코로나19의 전국적 확산으로 LG 가족 중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이 있어 안타깝다"면서 "이번 사태를 보며 우리 LG 임직원과 가족의 소중함, 건강·안전이 최우선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밝혔다. 구 회장은 "지내시는 데 작은 도움이 되고자 마음을 담아 몇 가지 물품을 준비했다"면서 계열사의 마스크, 손소독제, 액정닦이, 영양제 등 건강·위생용품을 함께 보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역시 비상경영회의를 소집해 주요 임원진들과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상황 극복 전략에 대해 논의했다. 신 회장은 "지금도 위기이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후가 더 중요하다"며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 상황이 예상되는 만큼, 우리의 비즈니스 전략을 효과적으로 변화시켜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 회장은 "글로벌 경제가 요동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룹 전 계열사들이 국내외 상황을 지속적으로 체크하고 사업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의 전세계적인 확산으로 경제 위기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그 이후를 철저히 대비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