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우리은행]](http://www.fetv.co.kr/data/photos/20200311/art_15837417031696_730592.jpg?iqs=0.8820428393144628)
[FETV=유길연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사실상 '연임 불가' 사인을 내린 금융감독원의 중징계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9일 제출해 연임을 향한 정면 돌파 의지를 보였다. 손 회장은 또 금감원의 징계에 대한 행정소송도 함께 진행한다.
지난달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대규모 원금손실을 불러온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대한 책임으로 손 회장에게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 경고’를 내렸다. 이로 인해 손 회장은 연임에 제동이 걸렸다. 손 회장은 지난해 말 우리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로부터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돼 연임을 사실상 확정지은 상황이었다. 중징계 효력이 발생되면 해당 임원은 3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금감원은 지난 5일 징계안을 손 회장에게 최종 통보했다.
금융권은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이 은행의 부실한 내부통제를 이유로 최고경영자(CEO)인 손 회장에게 징계를 가능하게 한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제재 근거로 삼은 법 조항인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24조'엔 '금융회사는 경영을 건전하게 하며 주주와 이해 관계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금융회사의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해야 할 기준과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라는 내부통제 의무가 적혀있다. 하지만 이를 어겼을 시 제재 대상과 방법에 대한 내용은 담고 있지 않다.
또 법원은 최근 징계가 되돌리기 어려운 피해를 주는 경우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는 추세다. 과거 법원은 증권선물위원회가 분식회계 혐의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내린 제재에 대해서도 효력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바 있다.
손 회장의 가처분 신청이 오는 25일 우리금융 주주총회 전까지 받아들여지면 소송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까지 회장을 이어갈 수 있다. 대법원의 판결까지 통상 3-5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손 회장은 추가 임기 3년은 모두 채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 손 회장의 연임은 사실상 무산될 전망이다. 우리금융은 가처분 신청 기각을 대비해 이원덕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내정했다. 우리금융은 손 회장 유고 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에 따라 이 부사장이 회장 대행직을 수행한다.
손 회장이 금감원과 소송 전에 돌입하면 우리금융은 금융당국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야한다. 특히 우리금융은 비은행부분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M&A)에 나서야 한다. 금융당국과 소송전을 벌이면 M&A와 관련된 인·허가 건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당장 우리금융은 자산의 위험정도를 평가하는 표준등급법에서 내부등급법 변경을 기다리고 있다.
손 회장이 우리금융이 처할 어려움을 감수하고서도 소송전에 돌입하는 이유는 우리금융 이사회의 지지에 있다. 우리금융은 ‘손태승 체제’를 유지해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와 조직의 안정화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금융은 관치 논란과 취약한 지배구조로 인해 대기업의 부실채권을 떠안으면서 자산건전성이 크게 악화된 경험이 있다. 금융당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우리금융의 경영 자율성을 확보한다는 취지다.
또 우리은행 노조도 손 회장의 연임을 지지하고 있는 점도 소송 전을 결정한 이유다. 우리은행 노조는 지난달 초 금감원의 중징계를 '책임회피'와 '권한남용'으로 규정하며 손 회장에 대한 지지를 분명히 했다. 우리은행 노조도 금융당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경영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이 조직 전체의 이익이라는데 뜻을 같이 하는 셈이다.
이처럼 이사회와 노조가 손 회장의 연임에 찬성하고 있는 이유는 손 회장이 우리은행을 위기에서 구해내고 지주사 출범을 성공적으로 이끈 주역이기 때문이다.
손 회장은 1959년 광주 출생으로 전주고와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 법학 석사과정을 거쳐 1987년 한일은행에 입행했다. 이 후 손 회장은 우리은행에서 2003년 '최연소' 전략기획부장으로 승진해 외환위기 이후 부실화된 은행을 재건하는 일에 참여하는 등 '글로벌·전략통'으로 평가받았다.
승승장구하던 손 회장은 우리은행의 최대 위기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하게 된다. 2017년 3일 이광구 전 행장이 채용비리 사건으로 행장 직에서 물러났다. 손 회장은 바로 행장 대행직을 맡았고 11월 30일 우리은행장에 내정됐다.
손 회장이 우리은행장으로 취임한 후 당면한 최대 과제는 바로 출신은행 차이에 따른 내부 갈등 문제였다. 이 전 행장의 채용비리 문제는 당시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 사이의 갈등과 연관돼 있었다. 손 회장은 한일은행 출신이지만 두 내부 갈등에서 한 발 물러나 있는 인물로 계파 봉합의 적임자로 평가받았다.
특히 그의 포용적 리더십은 조직 갈등 국면에서 빛을 발했다. 끊임없는 소통 끝에 손 행장은 내부 갈등을 봉합하고 능력 중심의 새로운 은행 인사제도를 수립했다. 특히 공정한 채용을 위해 7중의 안전장치를 도입했고 채용 전 과정을 외부 전문 업체에 위탁하는 등의 채용 지침을 수립해 채용비리 가능성을 원천차단했다.
이러한 손 회장의 구원 등판은 바로 성과로 이어졌다. 행장 취임 후 1년이 지난 2018년 우리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조 332억원으로 취임 직후인 2017년(1조 5121억원)에 비해 약 34%나 늘었다. 손 회장은 이러한 실적 향상을 바탕으로 작년 초 우리금융지주를 출범시켰다.
출범 직후의 어수선함에도 불구하고 우리금융은 실적 순항 중이다. 우리금융은 작년 누적 순영업순익으로 6조9417억을 거둬 경상기준 최대 실적을 올렸다. 글로벌 대가 답게 해외 실적도 크게 올랐다. 우리금융의 글로벌부문은 전년 동기 대비15.8% 증가한 2240억원 수준을 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