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00310/art_15834580145361_e1b718.jpg?iqs=0.23028797483625296)
[FETV=김현호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중동발(發) 수주확보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차기 후계자로 낙점된 정기선 부사장에게는 호재로 작용될 것으로 보인다. ‘멘토’로 알려진 가삼현 현대중공업 사장이 합병과 후계구도를 세우기 위해 전면에 나섰고 정 부사장이 공들이고 있는 ‘아람코’ 발주에 기대감이 모아지기 때문이다.
정기선 부사장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최대 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이다. 2009년 현대중공업 대리로 입사해 2015년 상무, 2016년에는 전무를 거쳐 2018년부터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하며 ‘황태자’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데 멘토 역할을 하는 인물이 그룹의 핵심 2인자인 가삼현 사장이다. 가 사장은 그룹의 국내외 수주를 전담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이달 말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가 사장은 이달 초 그룹의 지주회사인 현대중공업지주와 물적분할 방식으로 분할된 종속법인 한국조선해양의 사내이사 후보로 선임됐다. 당초 기존 사내이사 후보에는 조영철 한국조선해양 경영지원실장이 낙점된 상태였다. 하지만 조 실장의 자필서명을 받은 지 4일 만에 사내이사 후보가 갑작스럽게 교체되자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졌다.
재계에서는 그룹의 2인자를 전방에 내세우며 대우조선해양과의 인수합병을 조속히 마무리하겠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3월부터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하고 있지만 지지부진한 합병 심사가 발목을 잡고 있다. 세계 6개 국가에서 합병심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지난해 10월 카자흐스탄이 합병을 승인한 이후 ‘감감무소식’인 상황이다.
유럽연합(EU)과 싱가포르, 일본 등에서 심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각국에서 부정적인 신호를 전하고 있다. 특히 최대 난관으로 분류되는 EU와 싱가포르는 1차 심사에서 ‘독과점 우려’를 제기한 상태로 2차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외신과 EU 집행부에 따르면 양사의 기업결합 심사는 7월9일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합병 해결은 그룹의 숙원사업이자 정 부사장의 차기 회장을 위한 사전 포석이기도 하다”며 “가 사장이 심사과정을 직접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아람코는 사우디아라비아 가문이 100% 지분을 보유한 국영석유회사다. 지난해 말 상장된 이후에는 시가총액이 2조 달러(2351조원)에 달하는 압도적인 세계 1위 기업이 됐다. 이 회사에서 발주하는 해양플랜트 사업은 약 200억 달러(약 23조6600억원) 규모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은 5일, 아람코가 발주하는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중동발 수주에 기대감이 커진 모양세다.
중동 사업은 정기선 부사장이 직접 챙기고 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도 “정 부사장이 나보다 사우디를 더 잘 안다”고 했을 정도다. 이 같은 배경에는 사우디의 차기 국왕으로 낙점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정 부사장의 인연이 깊다는 점에서 무게감을 더한다.
정 부사장은 2016년 아람코의 합작 조선소 설립을 주도하기도 했으며 빈 살만 왕세자가 지난해 6월 방한했을 당시 단독회담을 하는 등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30년 넘게 소유-경영 분리 원칙에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어 정 부사장이 그룹의 전통을 깨고 차기 회장이 되려면 경영능력을 발휘해야하는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아람코에서 내려오는 수주에 정 부사장이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