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유길연 기자] 대규모 원금손실을 불러온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대한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징계가 오는 4일 확정된다.
금융권의 관심은 당국의 징계에 대한 우리금융의 대응에 모아지고 있다. 업계는 우리금융이 소송을 통해 현재의 '손태승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이사회의 독립성과 지배구조 체제의 안정화를 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4일 열리는 정례회의에서 금융감독원의 우리·하나은행 부문 검사 결과 조치안을 논의한다. 논의 대상은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각각 내린 기관 제재 '6개월 업무 일부 정지'(펀드)와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결정한 과태료 부과(우리은행 190억원·하나은행 160억원)다. 최종 확정된 제재 결과는 두 은행에 통보된다.
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손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DLF 사태 당시 하나은행장)에 대한 제재 결과 통보다. 기관제재는 금융위의 의결을 거쳐야하지만 은행 임원의 문책경고 이하 징계에 대해선 금감원장 전결로 확정된다. 이번 징계는 개인과 기관 제재가 얽혀 있어 금융위 정례회의 후 일괄 통보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두 사람에 대해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 경고’를 확정지은 상태다. 문책 경고를 받은 임원은 금융권 취업이 3년간 제한된다. 금감원은 손 회장의 연임에 대한 사실상 ‘반대 사인’을 보낸 셈이다. 손 회장은 작년 말 우리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로부터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되면서 사실상 연임을 확정지은 상태였다.
우리금융은 금융위의 금융위의 결정으로 제재 효력이 발휘되면 금감원의 제재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통한 연임 강행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행정소송을 진행하면서 법원에 징계효력 가처분 신청을 낸다는 방침이다.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행정소송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회장으로서 임기 연장이 가능하다.
우리금융이 소송전에 나서면 금융당국과 당분간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특히 비은행부문 강화 등 갈 길이 바쁜 우리금융이 인수합병(M&A) 등 각종 인허가 문제로 금융당국과 갈등을 빚는다면 사업에 큰 차질을 빚게 된다.
![서울 중구 소공로 우리금융그룹 본사 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00310/art_15831219745154_adfef0.jpg)
이처럼 손해가 예상되는데도 우리금융이 손태승 체제를 유지하려고 하는 이유는 지배구조를 안정화하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의 입김에도 지배구조를 유지해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그룹 전체에 이익이라는 계산이 깔린 것이다.
과거 우리금융은 공적자금 투입 후 취약한 지배구조와 관치 금융으로 자산건전성에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우리금융의 최대 계열사인 우리은행은 과거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1997년 외환위기 직후 합병으로 세워졌다. 정부는 두 은행이 합병해 탄생한 한빛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이후 정부는 한빛은행을 비롯한 부실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2001년 국내 최초로 금융지주회사인 우리금융을 설립했다. 한빛은행은 2002년 우리은행으로 이름을 바꿨다.
우리은행은 지난해까지 대기업과 거래 비중이 큰 은행이었다. 작년 30대 주채무계열 가운데 우리은행을 주채권은행으로 삼은 기업은 9개로 산업은행과 함께 가장 많았다. 이는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 은행은 기업금융 강자로 삼성 등 주요 대기업의 주거래은행으로 활약하면서 1970-80년대 한국 경제의 고공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외환위기가 터지고 두 은행에 공적자금이 투입되면서 이후 정부의 영향력 아래 대기업과 거래를 이어갔다. 대기업의 부실채권도 우리은행이 떠 안았다. 위기의 상처가 아무는가 싶더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우리은행은 다시 한 번 시련을 겪었다.건설업과 조선업계의 경영 환경이 악화되면서 부실채권이 늘었다.
우리은행의 2008년 말 연체율은 0.97%로 크게 치솟았다. 이후 다소 하향세를 보이다 건설·조선업 부진으로 2012년 말 1.23%로 다시 급등했다. 2014년 3분기까지 줄곧 1.1%을 웃돌았다. 우리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률(고정이하여신대비)도 크게 하락했다. 2012년 말까지만 해도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142%이었지만 2013년 6월 말 84%로 급락했다. 이후 2014년 말까지 100%를 밑돌았다. 같은 기간 다른 시중은행들은 110%를 넘는 대손충당금 적립률을 보였다.
이처럼 우리은행이 대기업 신용리스크 확대로 어려움을 겪은 것을 투자자들은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우리금융 과점주주들은 관치 금융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우리금융 경영진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기업의 이익과 주주가치 극대화에도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노조가 손 회장의 연임을 지지한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우리은행 노조는 지난달 초 금감원의 중징계를 '책임회피'와 '권한남용'으로 규정하며 손 회장에 대한 지지를 분명히 했다. 우리은행 노사는 공적자금을 투입한 정부가 우리은행 경영의 주도권을 쥐고 있던 시절에 ‘정부 대 노사’로 활동하며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우리은행 노조도 금융당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경영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이 조직 전체의 이익이라는데 뜻을 같이 하는 셈이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우리금융이 손태승 회장 체제를 유지한다면 과점주주 체제에서의 이사회 독립성과 지배구조 안정화 측면이 부각되며 중장기적으로 주주가치 제고 효과가 클 것이다”라며 “우리금융은 과거 관치 논란 등으로 자산건전성이 수차례 악화됐던 일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트라우마로 남아있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