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유길연 기자] 하나은행이 지난해 4대 시중은행 중 비이자부문 '1위'에 오르면 체질개선에 성공했다.
지성규 하나은행장 취임 이후 약 1년만의 성과다. '해외영업통'인 지 행장이 취임 직후부터 강력하게 추진한 '글로벌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작년 하나은행의 총영업이익(제충당금순전입액과 일반관리비 반영 전 이익) 가운데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84%로 1년 전에 비해 3%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낮은 기록이다. 4대 시중은행의 평균 이자이익 비중은 하나은행에 비해 2%포인트 높은 86%다.
하나은행은 지난 2018년 이자이익 비중이 90%에 육박(89%)하면서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이자이익 의존도를 보였다. 특히 하나은행은 2017년 이자이익 비중이 76%로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낮았다. 이에 하나은행의 비이자부문의 경쟁력은 경쟁 은행에 비해 떨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하지만 올해 비이자이익이 크게 늘면서 이자이익 의존도가 하락했다.
비이자이익 규모도 하나은행이 1위다. 하나은행의 작년 비이자이익은 1년 전에 비해 40%(2996억원) 급증한 1조454억원을 기록했다. 2위인 KB국민은행(9553억원)에 비해서도 약 1000억원 많은 수치다. 증가율도 단연 4대 시중은행 1위다.
특히 하나은행의 비이자부문 비중 증가는 이자이익이 같이 늘면서 달성한 결과라 의미가 더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자부문 경쟁력이 하락해 비이자부문 비중이 불가피하게 커진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하나은행의 지난해 이자이익은 5조414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전년(5조2972억원) 대비 8% 늘어난 수치다.
![4대 시중은행 비이자이익 비중(%), 비이자이익 규모(단위: 억원) [자료=각 사]](http://www.fetv.co.kr/data/photos/20200207/art_15815745336645_d99093.png)
비이자이익 부문의 이자이익 증가는 유가증권과 외환의 거래 및 평가이익이 포함되는 매매평가익이 이끌었다. 하나은행의 작년 매매평가익은 7112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83% 급증했다.
이러한 하나은행의 매매평가이익의 급증은 작년 베트남에 적극적으로 진출한 결과다. 하나은행은 작년 11월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의 지분 15%를 1조148억원에 취득하면서 2대 주주가 됐다. BIDV는 2018년 말 연결 기준 66조3000억원의 총자산과 380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베트남 대형 은행이다. 하나은행이 인수한 BIDV의 지분은 인수할 때보다 연말 주가가 오르면서 2286억원의 매매평가이익을 가져다줬다. 이는 지난해 하나은행의 비이자이익 증가 액수의 76.3%에 달하는 규모다.
최근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은행들은 ‘비이자부문’ 강화를 핵심 과제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작년 한국은행은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작년 7월 18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1.75%에서 1.50%로 내렸다. 3개월 후인 10월 16일 한은은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기준금리 1.25%는 역대 최저치에 해당한다.
올해도 저금리 기조는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달 한은은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낮은 경제 성장세와 물가상승률을 고려할 때 한은이 상반기 또는 연내 기준금리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또 한은이 작년 12월 발간한 ‘2020년 통화신용정책 운영 방향’에서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고 중기적 시계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2%)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라고 밝힌 점도 저금리 기조 전망을 뒷받침한다.
따라서 은행들은 이자부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못하다. 작년 하반기부터 원금 손실이 크게 불어나 문제가 됐던 파생결합상품(DLF) 사태로 인해 은행의 금융상품 판매에 대한 규제가 더욱 강화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나은행이 비이자부문 경쟁력 강화는 인상적이라는 평가다.
이처럼 하나은행의 비이자부문 경쟁력 강화에는 지 행장의 역할이 컸다. 지 행장은 하나금융지주 차이나데스크 팀장, 그룹 글로벌전략실 본부장, 하나은행 중국 유한공사 은행장, 은행 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을 역임한 하나금융그룹의 대표적 글로벌 전문가다.
그는 작년 3월 취임 당시와 올해 신년사를 통해 "글로벌과 디지털 혁신을 통해 사업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그의 경영 전략 속에 하나은행은 적극적으로 해외진출을 시도한 결과 비이자부문 이익 증대로 이어졌다.
지 행장의 ‘글로벌 행진’은 올해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우선 하나은행은 미얀마 현지 상위권 은행 지분을 인수하는 전략적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주가와 환율이 변동하면서 BIDV 지분 투자와 관련된 파생이익이 크게 상승해 비이자이익이 늘었다"며 "올해도 시장 상황을 보면서 해외법인 지분을 늘릴 계획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