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욱 해브앤비 대표. [사진=해브앤비]](http://www.fetv.co.kr/data/photos/20191147/art_15742170186189_f1a070.png)
[FETV=김윤섭 기자] 에스티로더가 아시아 뷰티 브랜드중 최초로 해브앤비를 인수하면서 해브앤비의 사령탑 이진욱 대표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에스티로더는 글로벌 뷰티시장에서 네 번째로 점유율(3.6%)이 높은 화장품 기업이다. 에스티로더는 에스티로더, 아베다, 톰포드 등 여러가지 글로벌 뷰티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에스티로더와 해브앤비에 따르면, 에스티로더는 닥터자르트와 모회사 해브앤비의 지분 전량을 인수하는 계약에 서명했다. 이번 인수는 에스티로더가 아시아 뷰티 브랜드를 인수한 첫 사례로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현재 닥터자르트의 기업가치는 17억달러(약 2조원)로 추정된다. 에스티로더는 2015년 해브앤비 지분 33.3%를 사들였고, 지난 18일 나머지 지분 66.7%를 모두 인수했다. 에스티 로더가 이번에 인수한 지분은 11억달러(약 1조원) 규모로 알려졌다. 모든 인수 절차는 12월쯤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건축학도에서 화장품의 길로
이진욱 대표 화장품의 만남은 우연이 이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이 대표는 건축감리회사에서 일하던 시절 얼굴에 난 트러블을 치료하러 피부과를 찾았다가 화장품에 관심을 갖게 됐다. 젊은 여성들이 병원에 진열된 BB크림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서다.
BB크림은 블레미시 밤의 약자로, 독일에서 개발된 기능성 화장품이다. 지금은 보편화된 화장품이지만, 당시엔 피부과에서나 살 수 있는 고가 화장품이다. 이 대표는 화장품에 대한 지식은 없었지만 사업 아이템으로서 BB크림의 가능성을 확신하고 연구에 몰두했다. 의사였던 매형의 도움을 받았으며 피부과 전문의 18인의 연구와 협력을 바탕으로 제품 개발에 나섰다
그 후 2004년 12월 자본금 5000만원으로 화장품 회사 해브앤비를 설립했고, 같은 해 12월 ‘닥터자르트’란 이름으로 BB크림을 출시했다. 브랜드명은 ‘닥터 조인 아트(Doctor Join Art·예술과 만난 의사)’에서 따왔다.
![[사진=닥터자르트]](http://www.fetv.co.kr/data/photos/20191147/art_1574217018354_95781c.jpg)
◆ ‘역발상’의 길을 걸어온 ‘닥터자르트’
이 대표와 닥터자르트의 길은 ‘역발상’의 연속이었다. 건축의 길에서 화장품의 길로 넘어온 게 그랬고 고가 화장품이었던 BB크림을 보편화 시킨 점도 그랬다. 특히 미국 시장 진출은 이대표의 역발상이 이끈 최대의 성공을 거두는 성과를 올렸다.
이 대표는 닥터자르트 출시와 함께 미국을 공략했다. 미국 시장은 전 세계 뷰티 업계의 중심으로, 국내 기업에는 넘기 힘든 벽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당시 화장품 업계의 관심은 중국 시장에 쏠렸다. 하지만 그는 "미국은 세계시장 진출을 위해 꼭 거쳐야 할 관문이다.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미국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것이 우선"이라며 미국 시장 공략을 밀어 붙였다.
닥터자르트는 출시 3년 만인 2011년 미국 뷰티 편집숍 세포라에 입점했다. 세포라는 프랑스 명품 회사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그룹(LVMH)가 운영하는 글로벌 화장품 편집숍이다. 처음엔 2종의 제품으로 10개 매장에 입점했지만, 현재는 100여개 제품으로 전 세계 37개국에 진출했다. 매출은 2015년 863억원에서 지난해 4898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미국의 ‘우먼스 웨어 데일리(WWD)’가 주관하는 ‘세계 100대 뷰티 기업’에 3년 연속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 2012년 출시한 닥터자르트의 ‘세라마이딘 크림’도 대표적인 사례다. 제품 용기 디자인을 마치 의약품처럼 꾸밈으로써 믿을 수 있는 화장품이라는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어필했다. 그 결과 ‘세라마이딘 크림’은 출시 후 국내 전 채널 누적 판매량이 100만개를 넘어섰고 닥터자르트의 성장을 견인했다.
에스티로더 측은 닥터자르트가 피부과학과 예술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미국과 아시아의 밀레니얼 세대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는 점과 빠른 혁신과 신속한 신상품 출시 역량 등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진다.
윌리엄 로더 에스티로더 회장은 "닥터자르트의 기업가 정신과 창의성은 에스티로더에 완벽하게 맞아 떨어진다"며 "전세계적으로 기초 화장품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만큼, 닥터자르트와 같은 과학 중심의 첨단 브랜드의 영향력은 부정할 수 없다. 해브앤비를 가족으로 맞아 기쁘다"고 했다.
인수 절차가 마무리 된 후에도 이 대표는 창업자 겸 예술 감독(크리에이티브 디렉터)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그는 "에스티로더 컴퍼니즈는 우리 브랜드의 이상적인 파트너"라며 "우리 브랜드를 전세계적으로 혁신하고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에스티 로더와 파트너십을 계속할 수 있어 매우 기대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