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진로이즈백'. [사진=하이트진로]](http://www.fetv.co.kr/data/photos/20191040/art_15701488572997_eb3f66.jpg)
[FETV=김윤섭 기자]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의 ‘공병전쟁’이 뜨거운 논란거리다. 롯데주류가 최근 하이트진로의 ‘진로이즈백’이 주류회사 간 맺은 공용병 사용 자율협약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진로의 공병을 돌려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주류는 ‘진로이즈백’이 기존 녹색 병 대신 투명한 병을 사용해, 업계의 ‘소주병 재사용’ 협약을 위반했다며 확보한 공병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
이에 하이트진로는 ‘진로’의 공병도 재활용이 가능한 병이며 회사의 사유 재산이라며 맞서고 있다.
진로이즈백은 옛 소주 브랜드 ‘진로’를 40여년만에 재해석한 제품으로, 투명한 병을 사용했다. 진로이즈백은 인증사진 열풍에 2달 만에 1000만병 이상 판매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물량 부족 현상까지 발생했다. 편의점 등 주요 판매처에서는 진로 발주가 제한되기까지 했다
문제는 전체 판매량의 약 10%에 달하는 200만병의 공병이 회수되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통상 소주 공병 재사용 횟수가 7~8회에 달한다. 하이트진로는 공병이 제때 돌아오지 않아 부담이다. 소주 출고가에서 새 병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하이트진로의 원가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회수되지 못한 공병은 롯데주류 공장 부지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주 공병의 경우 소매점을 통해 수거된 뒤 주류 도매상을 통해 생산업체로 전달된다. 진로 병의 경우 소주병으로 분류돼 각 주류 업체로 전달된다. 타사의 경우 이를 재분류해 하이트진로에 반환하고 있지만 롯데주류가 이를 거부하고 있어 문제가 불거졌다.
롯데주류는 초반에 진로이즈백 공병을 하이트진로가 회수해가라고 요청했지만, 가져가지 않다가 제품 판매가 예상보다 늘어나 공병이 부족해지자 하이트진로가 뒤늦게 공병을 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주류 '처음처럼'. [사진=롯데주류]](http://www.fetv.co.kr/data/photos/20191040/art_1570148857045_49fb60.jpg)
롯데주류가 주장하는 ‘소주 공병 공용화 자발적 협약’은 지난 2009년 환경부와 7개 소주사가 맺은 협약으로 기존에 각기 다른 디자인의 녹색병을 동일한 크기와 디자인으로 맞춰 제조사에 상관없이 공용으로 소주병을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재사용률을 높이고 공병 수거에 드는 비용을 절감하자는 취지에서 이뤄졌다.
롯데주류는 이를 근거로 하이트진로의 진로이즈백이 ‘소주 공병 공용화 자발적 협약’을 어긴 이형병(모양이 다른 병·異形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자율협약 후 10년가량 지난 현재, 소주 제조업체 10개사 중 표준용기만 사용하는 곳은 절반 정도다. 소주업체들은 타사의 공병까지 모두 회수한 뒤, 초록색 공용병은 세척 후 자신의 라벨을 붙여 재사용하고, 이형병은 각 사에 되돌려주고 있다.
하이트진로와 무학, 보해양조, 한라산 등은 소주를 만들 때 제품에 따라 표준용기와 이형병을 모두 사용하고 있다. 이중 이형병은 다른 업체가 수거한 병을 돌려 받아서 재사용한다. 병을 회수하지 않으면 새로 병을 제작해야 하므로 생산비가 높아진다.
하이트진로는 롯데주류 청주인 ‘청하’ 병처럼 재사용하자는 입장이다.
하이트진로는 한 달에 100만개 가량의 청하 병을 롯데주류 측에 보내주고 수수료를 받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소비자 선택권을 위해 다양한 소주를 출시하는 것이며 공병을 제대로 수거해 재사용하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 하지만 롯데주류는 하이트진로의 진로이즈백을 시작으로 이형 공병이 늘어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양사의 갈등이 지속되자, 이를 관할해야하는 환경부도 입장을 밝혔다.
환경부는 “현행법상 표준용기 사용을 강제화할 규정이 없고 기업 자율성과 소비자 선택권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 사항”이라며 “업계간 합의를 통해 결론 내는 것을 원칙으로 합리적인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초 문제 해결을 위해 전국 소주 제조사 및 업체를 대상으로 회의를 개최했지만 여전히 해법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ㅗ환경부는 상호간 협의를 권장했으나 논의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추가 합의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입장차가 커서 당장 합의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