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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의 시대, 당신 자녀의 꿈도 셰프입니까

요리 잘하는 남자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 초중고생 직업 선호도에서도 요리사가 상위권

셰프라고 불리는 요리사들이 이렇게 인기를 끌지 상상을 못했다. 2010년 드라마 ‘파스타’ 가 나올 때만 해도 셰프를 소재로 했다는 것이 신선한 발상이라고 생각했다. 잘생긴 차승원이 시골집에서 별거 아닌 재료로 엄청난 요리 실력을 보일 때에도 남자가 요리를 하니 좀 달라 보였겠지 정도로 생각했다. 그냥 일시적 트렌드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선균은 여성들의 로망캐릭터가 되었고 차승원은 '차줌마' 열풍을 불며 대세남이 되었다. 물론 드라마는 현실보다 포장의 허수가 있지만 셰프가 참 멋있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이제 세상은 채널만 돌리면 ‘먹방’ 이 나오고 시청자들의 침샘을 자극하는 요리를 하는 멋진 남자들의 매력에 푹 빠지고 있다.

(사진) 최근 청와대 '호프미팅' 에서 요리를 선보인 임지호 셰프 / 사진 = 힐링캠프 오래전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면 엄마들의 성화가 대단했다. 그런데 요즘은 요리를 배우는 젊은 남자들이 늘어가고 있다. 지금 우리의 눈과 입을 자극하는 남자들. 강레오, 임지호, 이연복, 레이먼 킴, 샘킴, 최현석, 정창욱, 맹기용, 루이강, 에드워드 권, 이원일 등등의 잘 생기고 입담도 좋은 남자들이 TV를 점령해 버렸다. 지금 셰프의 전성시대를 이끄는 사람들은 요리의 선수들이다. 요리가 너무 좋았고 요리에 빠져들었고 그래서 수많은 고난과 압박도 넘어선 사람들이다.

스타 셰프들의 출신은 여러 형태로 다양하지만 대세가 된 셰프들에게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대부분 셰프들은 국내파가 아니라 유학파이다. 유학도 정통 유학이 아닌 도제 형식으로 배워서 오로지 본인의 노력만으로 그 자리에 올랐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유학을 떠난 곳은 요리 선진국인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주로 유럽지역이 많았다. 그곳에서 다양한 요리기법을 배워와 한국식으로 접목을 시켰다. 하지만 백종원 씨의 경우는 기존 레시피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바꿔 쉬운 요리를 제시하며 인기 있는 요리전문가 된 경우다. 또 최근 청와대 ‘호프미팅’ 에서 다양한 요리를 선보인 임지호 셰프는 지난 40여 년 동안 전국 곳곳을 누비며 식재료를 구해 요리 기술을 터득하여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셰프이다.

또 다른 특징은 다양한 의견에도 셰프들은 누가 뭐라고 해도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당당하게 살아 간다는 점이다. 겉모습만의 인기는 화무십일홍이라고 했다. 그렇게 오래 못 간다는 얘기다. 그 사람에게서 내재된 철학이나 스토리텔링이 없으면 인기는 안개와 같다. 지금 스타 셰프들은 자기 자신만의 분명한 캐릭터를 만들면서 나름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또 스타셰프들은 사회 분위기와 방송을 아주 잘 활용했다는 점이다. 단순히 요리만 잘 하는 게 아니라 잘 생기고 말도 잘하는 예능 감각에 시청자들이 환호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사진) 중국집 배달원에서 국내 최고의 중화요리 대가가 된 이연복 셰프 / 사진 = 냉장고를 부탁해
(사진) 중국집 배달원에서 국내 최고의 중화요리 대가가 된 이연복 셰프 / 사진 = 냉장고를 부탁해
이들 셰프 중에 요리를 도인의 경지로 끌어 올린 사람도 있다. 임지호 셰프는 자연에서 생산되는 모든 것을 요리의 재료로 사용하는데 요리를 위해 흙도 맛보고 갯벌도 먹는다고 한다. 이연복 셰프는 14살 때 중국집 배달원으로 시작해 16살 때 처음 요리를 배우고 지금은 중국요리의 대가가 되었다. 이연복 셰프는 자신의 직업인 ‘중국집 주방장’ 을 대 높고 자랑할 수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직업의 귀천의식이 심했던 시기의 이야기다. 아직까지 그 의식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할 수 없지만 방송의 영향 때문인지 셰프는 귀천에서 귀로 신분 상승한 건 분명해 보인다.

이런 셰프의 인기 현상에 대해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쿡방이라고 하는 미디어의 영향이 크지만,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셰프들이 단순해 보이는 식재료들을 활용해서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 내는 크리에이터로 보인다는 점. 즉, 눈 앞에서 창조되는 작품에 대한 경탄을 보내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셰프들의 인기에 상당한 기여를 한 방송도 ‘쿡방’, ‘먹방’ 이 주류 예능 프로그램이 된 시대다. 예능 프로그램의 패러다임이 ‘먹방’ 으로 넘어왔다. 예전에 ‘아빠, 어디가?’ 스타일의 육아관찰 예능에서 ‘정글의 법칙’ 과 같은 극한체험 방송을 거쳐 이제는 숨겨진 맛집을 소개하고 숨겨진 요리를 소개하는 방송이 TV 프로그램의 중심이 되고 있다. ‘먹방’ 은 우리에게 대리 만족을 시켜주는 기능이 있다. 서민들 입장에서 1인분에 수만원 씩 하는 청담동 고급 레스토랑의 서양식 요리를 쉽게 즐길 수 있겠는가. 그런데 ‘먹방’, ‘쿡방’ 이라면 가능하다.

‘먹방’은 지자체 차원에서도 ‘내 고장 살리기’ 의 부수적 효과도 올릴 수 있어 적극적이다. 각 지역 맛있는 요리를 찾아 나서다 보면 지역 경제도 자연스럽게 살아나는 효과가 크다. 방송에 소개된 지역특산물은 그 지역의 지갑을 풍족하게 할 축제로 변모한다. 만일 인기 있는 셰프가 그 요리를 소개한다면 홍보효과는 상상을 초월하기에 셰프들의 홍보대사 영입에 적극적이다.

셰프의 인기는 교실에 까지 파고들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15년 한국복지패널 기초분석 보고서’ 에 따르면 요리사가 전통적인 인기직종인 의사·, 판검사보다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 4~6학년생 어린이 458명에게 장래 희망을 물은 결과다. 2016년에는 초중고생들이 신호하는 직업군 10위 안에 요리사가 다 들어갔다. 아마도 방송의 영향, 스타 셰프들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추성훈의 딸 사랑이도 요리사가 되고 싶다고 하고, 대학진학을 앞둔 청소년들이 자신의 미래 직업으로 셰프를 고민하고 있다.

(사진) 토종재래돼지로 요리중인 김욱성 셰프
(사진) 토종재래돼지로 요리중인 김욱성 셰프
어쨌든 요리사가 귀한 직업이 된 것은 여러 가지로 긍정적이다. 그리고 백종원 씨의 말대로 셰프들의 영향으로 요리에 관심이 없던 남자들에게 새로운 자극을 준 것도 좋은 현상이다. 하지만 사회적 영향력이 커진 인기 셰프들의 사회적인 역할도 필요해 보인다. 청강대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김욱성 셰프는 ‘품종의 다양화’라는 가치로 우리 토종 재래 돼지 요리를 생산자들과 함께 고민하는 작업들을 하고 있다. 이런 것들이 한가지 사례일수도 있고 역할일 수도 있다.

늘 그렇지만 인기의 이면에는 부정적인 바이러스가 숨어 있다. 그 바이러스에 대처하려면 그 인기가 만들어진 과정과 현실을 파악해야 한다. 셰프도 그렇다. 옛날 괄시를 받던 요리사들은 그걸 묵묵히 참아가며 자신의 길을 걸어왔다. 그 과정을 제대로 볼 줄 알아야 셰프 전성시대의 좋은 바이러스를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푸드경제TV 조양제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