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그룹.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190936/art_15676615118311_9793c7.jpg)
[FETV=김윤섭 기자] 이재현 CJ 회장의 장남 이선호씨가 사탕 및 젤리 형태의 변종 마약을 밀반입하려다 적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SK와 현대가 재벌 3세들의 마약 논란이 잊혀지기도 전에 또 다시 유사한 사건이 터진 것이다.
이씨는 지난 1일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귀국하는 대한항공 KE012 편을 타고 입국하다가 세관에 적발돼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배낭과 캐리어에 액상 대마 및 대마 사탕·젤리 등 변종 마약을 밀반입하고 마약을 투여한 혐의다. 인천지검은 3일 이선호씨를 소환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 조사했다.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선 이 씨는 미국 컬럼비아대 금융경제학과를 졸업한 2013년 CJ제일제당에 입사, 바이오사업팀 부장으로 근무하다 최근 식품전략기획1팀으로 보직을 옮긴 뒤 CJ그룹 4세 경영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또 지난 4월엔 CJ올리브네트웍스의 구조를 개편하면서 이 씨의 후계구도가 구체화하는 등 윤곽을 찾아갔다. 하지만 이번 마약 사건으로 이씨 중심의 4세 후계구도엔 일단 급제동이 걸렸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이른 바 재벌가 금수저의 마약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 마약 투여 사실이 알려져 파문을 일으켰던 SK와 현대그룹 창업주의 손자들도 줄줄이 재판을 받고 있다. SK D&D에서 근무한 SK 창업주 손자 최씨는 대마 쿠키 및 대마 카트리지를 상습적으로 흡연한 혐의다.
정몽일 현대엠파트너스 회장의 장남 정씨 역시 자택 등에서 변종 마약인 액상 대마 등을 흡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 아니다.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씨 역시 필로폰 투약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은 이후 다음달 항소심을 앞두고 있다.
이번에 마약 흡입 및 소지 혐의를 받고 있는 이 씨도 비슷하다. 소위 금수저의 일탈은 지탄 받아 마땅하다. 그리고 죄의 무게 만큼 벌을 받아야 함은 당연하다. 이날 소셜네트워크에선 마약 협의로 긴급 체포된 이 씨는 핫이슈로 검색어에 등장했다. 그리고 궁금증을 표시하는 댓글도 부지기수다.
그만큼 이씨의 행동이 기존 금수저 마약사범과 다르기 때문이다. 이 씨는 이날 검찰에 셀프 출석한 뒤 수사관에 체포를 요구했고, 구속적부심도 포기했다. 검찰 관계자들도 당황할 정도로 이례적인 행동이란 게 검찰 안팎의 전언이다.
![검찰에 자진 출석한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190936/art_15676615391542_eb8fd9.jpg)
이와관련, CJ그룹은 5일 입장문을 통해 "(이 부장이) 저의 잘못으로 인해 주위 사람들이 많은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 매우 마음 아프다. 법적으로 가능하다면 하루 빨리 구속되기를 바란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또 본인의 잘못에 대해 책임을 지고 어떠한 처분도 달게 받겠다는 뜻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될 경우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도 함께 피력했다고 CJ그룹측은 덧붙였다. 실제로 이 씨는 마약 흡입과 소지를 후회했고 구속영잘실심사를 포기했다.
이씨가 마약 논란 이후 본인이 직접 구속을 요청하는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서 이씨의 이 같은 일련의 행동에 덩달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이씨가 마약을 접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일각에선 오랜 유학생활을 첫 번째로 꼽았다. 마약이 불법이 아닌 환경, 즉 외국에서 보낸 시간이 많아 범죄라는 인식이 덜하고 경제적 여건상 마약을 구하는 일도 어렵지 않기 때문에 마약을 접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재벌가라고 해서 모두가 마약에 취약하다고 볼 순 없다”며 “다만 사회적 규범이 형성되는 시기에 마약이 불법이 아닌 외국에서 보내는 경우가 많고 금전적으로도 마약을 구하기가 수월하기 때문에 마약범죄에 취약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대마초의 경우 미국 캘리포니아 주 등 해외 일부 국가에서 담배와 마찬가지로 합법으로 돼 있다. 이번에 이선호씨가 들여오다가 적발된 대마로 만든 쿠키 등도 일부 국가에선 불법이 아니라고 한다. 이 같은 환경에 오래 노출돼 있다보니 규범에 대한 기준이 흐릿해졌다는 분석이다.
이씨가 귀국할 당시 대마가 담긴 가방을 맨체 당당하게 통과를 시도하는 등의 어설픈 행동의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앞서 마약 논란을 일으킨 SK·현대가 3세들 역시 모두 유학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배경은 CJ 로열패밀리의 불우한 가족사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재현 CJ회장.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190936/art_15676615115122_5cbb6b.jpg)
우선 아버지인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고모인 이미경 부회장 희귀병인 샤르코 마리 투스'라 일컬어지는 신경 근육계 유전병을 앓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심적으로 타격을 입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 지난 2013년에는 이재현 회장이 조세포탈 등으로 구속되면서 실형과 함께 투병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고모인 이미경 부회장이 지난 정부 당시 사퇴 압력과 함께 CJ E&M의 세무조사를 통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해외를 떠돌아 다니는 것도 봐야했다. 지난 2012년에는 삼성물산 직원의 미행사건으로 삼성그룹과 CJ그룹 사이의 갈등이 커지며 가족갈등을 지켜봐야 했다.
그리고 지난 2016년 26살 젊은 나이에 전 부인 故 이래나씨와 사별하는 등 큰 아픔을 겪기도 했다. 불행한 가족사와 주위 환경이 마약의 이유는 될 수 있으나 면죄부가 될 수 없다. 본인이 직접 검찰에 구속을 요청할 만큼 심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법은 만인에게 공평해야 한다. 불법을 저질렀으면 그의 무게 만큼 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재계를 강타한 이 씨의 마약 사건이 향후 재벌가의 일탈에 경종을 울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