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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애경' 채형석의 도전 그리고 야심…"아시아나항공 인수해볼까”

작년 사옥 구로에서 홍대로 옮긴 뒤 애경그룹 “퀀텀점프” 선언
제주항공, 애경산업 실적 호황으로 채 부회장 리더십 강화
아시아나항공 인수…‘승자의 저주?, 대형항공사로 점프?’

 

[FETV=김윤섭 기자]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관심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매각 작업이 급물살 타는 가운데 애경그룹이 홍대시대를 맞은 뒤 채형석(58) 총괄부회장에 대한 세인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채형석 총괄부회장은 작년 1월 신년 임원 워크숍에서 “낡은 것들을 과감히 버리고 홍대시대를 맞아 젊고 트렌디한 공간에서 퀀텀점프를 하자”고 밝히면서 42년간 지켜온 구로를 떠나 ‘홍대시대’를 열었다.

 

애경그룹이 홍대 사옥 시대를 연 것은 적잖은 의미가 있다. 64년 전인 1954년, 애경그룹 모태인 애경유지공업은 구로에서 비누제조업을 시작했다. 애경은 비누공장 이미지를 벗기 위해 신사업 진출에 사활을 걸었다.

 

1970년대들어 애경화학과 애경유화 전신 삼경화성을 설립하면서 기초화학산업에 진출했다. 1990년대에는 백화점을 비롯해 유통업에, 2000년대는 부동산 개발, 항공업에 뛰어들었다. 한동안 구로에서 사업 영역을 넓히는 데 주력해온 애경그룹이 터전을 옮겨 ‘제2의 도약’을 꿈꿨다.

 

채 총괄부회장은 직접 신사옥을 구상하고 뿔뿔이 흩어진 계열사를 한자리에 모았다. 채 총괄회장은 고(故) 채몽인 선대 회장,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사이 3남 1녀중 장남이다. 성균관대 경영학과, 미국 보스턴대 경영대학원 MBA를 거쳐 애경산업에 입사했다.

 

그는1986년부터 애경 유지공업, 애경백화점 수워점과 평택점, AK면세점 등 주요 계열사 대표를 두루 역임하며 애경그룹의 크고 작은 살림을 직접 챙겼다. 그는 백화점 대표 시절, 지하주차장에서 직접 주차 안내를 도맡는 등 솔선수범한 일화는 지금도 애경그룹 안팎에 회자될 정도로 유명하다.

 

 

▲ 비누공장에서 항공·화학 그룹으로 '도전의 연속'

 

그는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지난 2002년 애경그룹 부회장, 2006년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에 오른 뒤 10년 넘게 그룹 경영을 이끌었다. 생활용품에서 화학, 유통, 항공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힌 실질적인 주역이다. 채 부회장은 지주사 AK홀딩스 지분 16.14%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AK홀딩스가 제주항공(56.94%), 애경산업(39.4%) 등 주요 계열사 대주주인 만큼 채 부회장이 지주사를 통해 그룹을 지배한다. 특히 2005년 설립한 제주항공과 애경산업의 화장품 부문은 영업이익과 매출액 모두 두 자리 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그룹 전체를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경산업은 지난해 영업이익 792억원, 매출 6996억원을 기록했으며 제주항공은 매출 1조2566억, 영업이익1023억원을 기록하며 그룹 캐시카우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도 역대 최대치인 3929억원 매출과 영업이익 570억원으로 19분기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지금은 애경그룹이 안정 궤도에 들어섰지만 제주항공을 설립할 때만 해도 불안한 시선이 많았다. 2006년 제주항공이 처음 취항할 당시에도 항공업계에서는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이라는 항공업계 터줏대감이 있고 안전 등 문제로 여행객이 LCC 이용을 꺼린 탓이다. 고유가, 고환율, 글로벌 금융위기 등 악재까지 겹치며 제주항공은 설립 첫해부터 2010년까지 5년 연속 적자의 늪에서 허우적댔다. 급기야 그룹 내부에서는 “주력 사업도 아닌데 괜히 항공업에 뛰어들었다” “지금이라도 손을 떼야 한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컸다.

 

그럼에도 그는 항공업을 끝까지 밀어붙였다. 항공 사업을 포기하기는 커녕 오히려 면세점을 팔아 항공업에 집중하기로 마음 먹었다. 채 부회장 주도 아래 AK홀딩스 등 애경 계열사들이 수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1000억원 넘는 자금을 수혈했다. 2010년에는 AK면세점을 롯데그룹에 매각하며 항공업에 힘을 실어줬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었던 면세점까지 정리하며 항공업에 승부를 건 셈이다.

 

다행히 결과는 대성공. 면세점 정리로 넉넉해진 자금을 실탄 삼아 항공기 보유대수를 대폭 늘려 매출을 키워갔다. 대형항공사 못지않게 예약 발권, 예매 홈페이지 등 IT 시스템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해 LCC 대표주자로 급성장했다.

 

이에 힘입어 애경은 자산총액 5조1600억원을 기록하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상호출자제한 대기업집단에 들어갔다.

 

 

▲ 공고해지는 채형석 시대 그러나 숙제도 산더미

 

계열사들의 실적 호황에 힘입어 대형 항공사를 저가항공사가 인수하려는 사상 초유의 결정을 앞둔 채 총괄부회장이지만 여전히 해결해야할 과제가 남아있다.

 

우선 최근 다시 불거진 가습기 살균제 사건부터 시급하게 해결해야한다. 애경산업은 지난해 11월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과 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로부터 다시 고발당했다. 이는 지난 2016년 8월에 이은 두 번째다. 당시 애경산업은 고발만 당했을뿐 처벌을 받지는 않았다.

 

AK플라자의 실적 부진도 채 부회장을 짓누르고 있다. AK플라자 구로점은 계속된 적자를 견디지 못해 2019년 8월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구로점은 1993년 채 부회장이 세운 AK플라자의 첫 번째 백화점이다. 애경과 채 부회장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었던 구로점의 폐점은 경영 능력에 대한 지적이 나오게 한 계기가 됐다.

 

현재 가장 시급한 문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능력에 대한 업계의 불안함을 해결하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자금은 현재 2조원대로 예상된다. 애경그룹의 재계순위는 58위로 자산총액은 5조2000억정도다.

 

지주사인 AK홀딩스의 유동성 자산은 1조3000억원이며, 현금성 자산은 5100억원, 제주항공은 3000억 가량의 현금성 자산을 갖고 있다. 즉, 애경그룹 자체 힘만으로는 인수 자금 마련이 녹록하지 않으며, 자칫 무리한 인수가 이뤄질 경우 그룹 전체가 위기에 빠지는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재계 한 관계자는 “애경이 아시아나를 인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자금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이며, 외부에서 투자자를 구하지 못하면 성사되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채 총괄부회장은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철저한 준비정신과 강력한 불도저식 추진력으로 비누와 화장품을 생산하는 생활용품 전문기업을 생활용품과, 화학, 유통, 항공 등을 아우르는 생활문화그룹으로 탈바꿈시켰다. 

 

이같은 성과 때문에 재게에선 채 총괄부회장을 '미다스의 손'으로 부른다. 채 총괄부회장은 M&A(기업인수합병) 활시위는 이제 아시아나항공으로 향하고 있다. 채 총괄부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어떠한 작전과 전략을 구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