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190522/art_15589338448364_8dc113.jpg)
[FETV=김현호 기자] 연매출 7000억원에 육박하는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이 지난해 말 문을 닫았다. 신세계 그룹의 연매출이 7조원인 걸 고려하면 10%의 매출이 빠지는 셈이다. 더욱이 신세계 인천점 운영권이 신세계의 영원한 맞수인 롯데로 넘어갔다는 점은 신세계그룹과 정용진 부회장 입장에선 엄청난 굴욕이 아닐 수 없다.
이같은 변화로 인해 신세계백화점의 1분기 매출액은 3751억원에 그쳤다. 전년대비 11.9% 줄었다 영업이익도 9.9% 감소한 533억원을 기록했다. 롯데백화점도 매출이 줄었지만 1분기 매출이 7721억원으로 나타났다. 얼어붙은 소비성과 온라인 매출의 증가로 백화점 매출이 시원치 않지만 2배가 넘는 매출액 차이는 유통업계 라이벌로써 치명적인 결과라는 게 전문가의 중론이다.
신세계그룹은 인천점을 빼앗긴 굴욕을 씻기 위해 영등포역 상업시설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현재 롯데백화점이 30년 넘게 운영하고 있는 영등포점은 최근 점용 허가 기간이 만료됐기 때문이다. 영등포점은 매출 5000억원으로 전국 롯데백화점 4위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현재 신세계는 영등포역 인근에 백화점, 이마트, 타임스퀘어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을 인수한다면 시너지를 발휘해 인천점을 빼앗긴 굴욕을 되갚아 줄 수 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인수를 통한 시너지 효과 등에 대한 검토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업계 관계자는 “영등포역 유동인구는 하루 15만명에 달해 신세계가 인수할 수 있다면 매출 상승에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은 지난해 1월 국가에 귀속된 곳이다. 점포 운영은 롯데가 현재 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임차해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사업을 얻으려고 하는 사업체는 국유재산법에 따른 경쟁 입찰을 통해서 사업을 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6월까지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현행법상 투자 대비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국유재산법에 따르면 사용허가 기간은 기본 5년이다. 한 차례 연장할 경우 최대 10년까지 영업할 수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유통업계가 수익을 얻으려면 최소 20년은 영업이 보장돼야 한다. 이같은 관점에서 초기 투자비를 감당할 수 있을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또 임대 매장에는 사용허가를 따로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이에 국토부 관계자는 이를 인지하고 있다며 “법 개정을 염두 해 두고 있다”고 말했다.
수익성을 보장 받기가 불분명 하지만 신세계그룹은 이미 영등포점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신세계그룹의 수장인 정용진 부회장의 유통 실험이 다시 시작될 전망이다. 정 부회장의 유통실험은 신통치 않다. 신세계 그룹 자회사인 이마트는 1분기 실적이 50% 이상 줄면서 반토막났다. 여기에 이마트의 중국 진출이 좌절되기도 했다. 또 신세계 그룹은 실적 부진에도 호텔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룹 측은 백화점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지만 신세계백화점 1분기 매출이 하락해 앞으로의 전망도 어두워질 전망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아마존을 능가하는 최첨단 물류 센터를 짓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하남시 온라인 물류센터가 주민들의 반발로 좌초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또 월마트 합병과 관련해 853억원의 세금 문제로 행정소송을 벌이며 신세계측이 1심에서 패소 판결을 받기도 했다.
이어 이마트와 스타벅스가 21년 전에 설립한 ‘스타벅스 코리아’가 거액의 배당을 한 것으로 전해지며 스타벅스가 신세계 측과 결별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기도 했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매출액 1조5224억, 영업이익 1428억원을 기록했다. 신세계그룹내 스타벅스의 매출 규모는 세번째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2013년 이후로 정용진 부회장이 등기임원에도 오르지 않았다”며 “책임경영을 내걸고 있는 신세계그룹측의 주장과 현재의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상 경영과 관련해서 법적 책임을 질 가능성이 적다”고 전했다.
영등포점 인수는 정용진 부회장의 또 다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온라인 이커머스의 강세와 얼어 붙은 내수시장을 고려하면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고 있지 않다. 유통업계에서는 심각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잇따른 정용진 부회장이 헛발질이 영등포점을 통해 변화된 경영인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