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이건우 기자] “9년 전 주가가 얼마인지 대표님 아십니까”
얼마 전 롯데지주 주주총회장에서 한 주주의 발언이 눈길을 끌었다. 짧은 질문이었지만 현장을 잠시 정적에 빠뜨리기에는 충분했다. 단순한 불만이라기보다 롯데지주가 직면한 구조적 과제를 압축적으로 드러낸 장면이었다.
해당 주주는 9년 전 롯데지주 주식을 매입했다고 밝히며 현재 주가 수준을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고정욱 롯데지주 대표가 “잘 모르겠다”고 답하자 주주는 “회사의 주가를 모른다는 것은 안일한 것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 같은 질문이 나온 배경에는 롯데그룹이 지주사 전환 이후 이어진 변화와 그에 대한 주주들의 체감 사이의 간극이 자리한다.
지주회사 전환 이후 롯데그룹은 지배구조 개편과 사업 포트폴리오 재정비를 지속해왔다.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호텔롯데 상장 추진과 계열사 구조 조정을 통해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최근에는 HQ(헤드쿼터) 조직을 해체하고 계열사 중심의 책임경영 체제로 전환하며 ‘ROIC(투하자본수익률)’ 중심의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주주가 체감하는 성과로 이어졌는지 여부다. 주주가 언급한 ‘9년’이라는 시간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주가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실제로 국내 주요 지주회사들은 사업회사 대비 낮은 밸류에이션을 받는 이른바 ‘지주사 디스카운트’에서 자유롭지 않다. 롯데지주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룹 전반의 사업 구조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데다 핵심 자회사인 호텔롯데가 여전히 비상장 상태로 남아 있는 점도 투자 매력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경영진은 수익성 중심 전략을 통해 체질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고정욱 대표 역시 주주총회에서 “당분간 EBITDA 범위 내에서 투자하겠다”고 밝히며 재무 안정성을 우선하는 기조를 재확인했다. 차입 확대를 억제하고 내실을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은 동시에 성장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낮추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투자 확대보다는 효율성 개선에 방점이 찍힐 경우 단기적으로는 재무지표가 안정될 수 있지만 주가 상승 동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결국 주주가 던진 질문의 핵심은 명확하다.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 효율화가 실제 주주가치로 이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검증이다. ROIC와 같은 지표 개선이 의미를 가지려면 그 결과가 결국 주가로 연결돼야 한다는 요구다.
9년간 주식을 보유해온 주주가 고정욱 대표를 향해 던진 질문은 롯데지주가 더 이상 ‘변화’를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지점이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