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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기의 고령화 이야기


신세대 고령자의 등장

 

과거의 고령자들은 돈보다는 마음의 행복이 더 소중했다고 한다. 지금의 고령자들도 그러할까?

 

수십 년 간 일본 사회의 변화를 추적해온 하쿠호도(博報堂) 생활종합연구소 발간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2026’에 따르면, 세대별 가치관, 취향, 라이프 스타일의 차이가 점점 줄어드는 현상을 발견하고, 이를 ‘연령의 의미가 희미해지는 사회’라는 뜻의 ‘소령화’라고 명명했다. ‘소’는 없어진다, ‘령’은 나이를 의미한다.

 

음식을 예로 들어보기로 한다. 1992년에는 햄버거를 좋아한다고 응답한 60대가 19.2%에 불과했지만, 2022년에는 49.5%로 크게 늘었다. 이러한 소령화 현상의 배경에는 몇 가지 구조적 변화가 있다. 첫째, 우리 삶의 단계와 형태가 더 이상 나이에 고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째, 장기적인 경기 침체 역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셋째, 디지털 기술의 확산이 세대 격차를 좁히는 큰 요인의 하나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일본의 하쿠호도 생활종합연구소가 출판한 ‘실버 30년의 변천’은 지난 1980년대 중반 이후 30년 동안 고령자들의 사고방식과 라이프스타일의 변천을 추적한 보고서이다. 이 연구소는 1986년부터 10년에 한 번씩(1986년, 1996년, 2006년, 2016년 각 8월) 고령자 세대(60~75세)를 대상으로 그들의 생각과 생활 행태에 대한 설문 조사를 해왔다. 이 같은 추세 분석을 통해 고령자 세대의 사고방식 및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추적하고 있다.

 

우선 삶에 대한 태도의 변화를 알 수 있다. 행복과 돈 사이에서 올드 실버는 행복을 뉴 실버는 돈을 택했다. 지금의 고령자 10명 중 4명(40.6%)은 정서적인 행복도 중요하지만 당장 현실의 재정적 안정이 더 중요하다고 답한 것이다. 돈을 선택한 고령자들은 30년 전에 비해 13% 증가한 반면, 돈보다 마음의 행복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31%에서 16%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또한 신세대 고령자들의 절반 이상이 인생 60세, 즉 현역 은퇴를 52.9%가 ‘또 하나의 출발(재출발 시기)’로 받아들였다. 이는 30년 전의 35.4%보다 크게 상승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고령자들에게 인생 60세는 ‘해방 나이’였다. 눈에 띄는 점은 ‘해방 나이에서 재출발’로의 인식 변화 속도가 최근 10년간 눈에 띄게 상승했는데, 이는 ‘액티브 시니어’가 주류를 이루는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세대로 합류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나아가 인간관계의 변화도 눈에 띄었다. 신세대 고령자들의 ‘독자 생존’의 의지가 강해진 점이 큰 특징이다. ‘자녀와 같이 살고 싶다’는 응답은 절반 이하로 크게 떨어졌다. 1986년 조사 때(28%)보다도 두 배나 높은 51%가 자녀와의 동거를 거부했다.

 

마지막으로 부부 관계는 어떠했을까? 배우자와 같은 취미를 갖고 있다는 답변은 69%에서 50%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요즘 고령자들의 절반이 부부 공통 취미를 갖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연구소는 평가하고 있다. 자녀에 대한 기대가 급감한 데 대한 ‘보상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연구소는 장수화로 인해 간병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요즘 고령자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며 ‘주변과의 공멸’보다는 독자생존의 현실적 의지가 반영된 것일 수도 있다는 평가이다.

 

일본의 하쿠호도 종합연구소는 위와 같은 추세 분석을 토대로 신세대 고령자의 세 가지 특성을 추출했다. 요즘의 고령자를 ‘제2세대 고령자’로 호칭하면서 80세 이후 인생 세대와 지금의 100세 장수세대를 먼저 구분했다. 그러면서 제2세대 고령자의 특징 세 가지는 (1) 은퇴하지 않는다(재출발 의지가 강하고, 정보화 시대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2) 의존하지 않는다(부모 자녀 간 관계에 기대지 않고, 동조보다 독자 의식이 강하다), (3) 무리하지 않는다(냉정하고 현실을 직시하여, 무리하거나 너무 애쓰지 않고 긴 호흡으로 대처한다)이다.

 

이러한 하쿠호도 연구소가 분석한 신세대 고령 세대의 생활 철학과 라이프 스타일은 초고령사회를 맞이한 우리에게도 공감대를 형성하는 부분이 크다고 본다. 따라서 60세가 넘어도 사회와 인연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립할 수 있는 준비와 힘을 키우고, 무리하게 애쓰지 않고 자신의 속도에 맞춰 현재의 생활에 집중해 나가는 생활 철학이 중요해 보인다.

 

김형기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