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이신형 기자] 최근 AI 메모리 시장이 초호황 국면에 들어선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 전략이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클린룸 확보라는 유연한 전략을 택한 반면 SK하이닉스는 고객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설비 집행에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2025년 연결기준 매출 약 333조6100억, 영업이익 약 43조60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각각 10.9%, 33.2% 증가한 실적을 보였다. SK하이닉스 역시 연간 매출 97조1467억원, 영업이익 47조206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46.8%, 101.2% 증가한 실적을 보였다.
이러한 최대 실적 달성의 핵심은 AI 서버, 일반 서버 등 확산에 따른 HBM과 고성능 서버 D램 수요 증가다. 현재 AI 시장의 경우 모델 학습 중심 구조에서 실제 서비스 구현을 위한 구조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이에 AI 관련 서버 시장의 고사양화가 가속화되고 있어 HBM 뿐만 아니라 서버용 DDR5, 엔터프라이즈 SSD 등 수요까지 동반 증가하는 흐름이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양사는 지난달 29일 열린 2025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메모리 투자에 대한 방향성을 공개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전략마케팅실 부사장은 “AI 연계 수요가 지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메모리 사업부 CAPEX는 증가할 것”이라며 “선제적 투자 전략을 유지해 신규 팹 스페이스 투자를 통해 클린룸(생산 공간)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라 전했다.
또 김 부사장은 “수요 추이에 따라 증산이 필요한 시점에 설비 투자를 신속히 집항하는 방식으로 투자 운영을 진행할 예정”이라 밝혔다. 이는 투자 규모를 고정하기보다 시장 상황에 따라 설비 투입 시점을 조절하겠다는 신중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연간 52조7000억원 규모의 시설 투자가 진행됐다”며 “올해는 메모리 시황 고려해 CAPEX가 증가할 전망”이라 전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보다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투자 집행 계획을 제시했다. 송현종 SK하이닉스 코퍼레이트 사장은 “단기적 성과보다 고객 수요 충족을 통한 시장 신뢰 확보를 최우선으로 한다”며 적극적으로 고객 수요에 대응할 것을 강조했다.
이어 김우현 SK하이닉스 CFO는 “용인 1기 팹과 미국 패키징 공장 등 미래 인프라 구축을 위해 2026년 CAPEX는 전년 대비 상당 수준 증가할 것”이라며 “매출 대비 30% 중반 수준의 투자 규율을 유지할 것”이라 밝혔다. 이는 투자 대상과 방향성을 언급하고 대략적인 투자 재원을 공개하는 등 시장 신뢰 제고를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 관계자 역시 “용인 1기 팹과 미 인디애나 공장 등 글로벌 통합 제조 역량을 강화해 고객 수요 변화에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며 “이러한 생산 능력 확대와 인프라 확충에 따라 지난해보다 상당한 수준의 (캐팩스)증가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러한 양사의 투자 전략 차이는 현재 사업환경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HBM 전량 PO를 확보한 상황에서도 AI 메모리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는 초기 단계에 있다고 판단하고 수요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생산 공간 확보를 우선시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HBM을 중심으로 LTA(장기 공급 계약)의 기조가 느슨한 계약에서 강력한 확약 기반 계약으로 전환되는 등 고객 수요가 가시화되자 캐파 확대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결국 AI 시대 메모리 경쟁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현재 시장 국면에서 어느 업체가 더 빠르게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실제 공급으로 연결하느냐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양사의 상이한 투자 전략이 향후 AI 메모리 시장 점유율 경쟁과 실적 변동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