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예진 기자] “상장만 하면 끝”이라는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파두의 ‘뻥튀기 상장’ 논란부터 제일엠앤에스의 의견거절, 이오플로우의 자본잠식까지 코스닥에서 기업의 생존 자격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상장 입구에서의 느슨한 검증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5년부터 현재까지 코스닥 시장에서 거래정지 중인 종목은 총 32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단순 병합이나 분할 등을 제외하고 ▲투자자 보호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상장폐지 사유 발생 등으로 정지된 건수는 25건에 달한다.
상장 주관사별로 살펴보면 미래에셋증권이 5건으로 가장 많았으나, 이는 과거 대우증권 시절 주관했던 장기 상장 종목들이 다수 포함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어 한국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이 각각 4건을 기록했고, 이어 NH투자증권·KB증권·신한투자증권·한화투자증권에서도 각각 2건이 정지됐다.
기업의 실질적 부실에 따른 거래정지 사유는 위기 단계와 성격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우선 투자자 보호는 횡령 및 배임혐의 발생, 대규모 유상증자 철회, 회생절차 개시 신청 등 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사안이 발생할 경우 시장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거래소가 직권으로 매매를 일시 중단시키는 조치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는 기업의 생존 자격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단계다. 회계 부정이나 사기적 부정거래 등 상장 유지에 부적합한 사유가 발생했을 경우, 해당 기업이 시장에 계속 남을 자격이 있는지 거래소가 검증에 나서게 된다. 상장폐지 사유발생은 외부감사인의 의견거절이나 완전 자본잠식 등 상장 유지의 필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사실상 시장 퇴출 절차에 돌입한 것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예시가 지난해부터 논란이 되고 있는 파두다. 파두는 2023년 8월 시총 1조원 규모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으나 상장 직전 분기 매출이 5900만원인 것으로 드러나며 ‘뻥튀기 상장’ 논란에 휩싸였다. 2025년 12월 검찰이 경영진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면서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해 거래가 정지됐다.
제일엠앤에스는 2024년 4월 신규 상장한 기업이나 상장 후 첫 정기감사에서 의견거절을 받았으며 현재 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당국은 주관사인 KB증권이 기업의 현금흐름과 유동성 위기 징후를 제대로 파악했는지 실사 기능 마비 여부를 조사 중이다.
이오플로우는 지난 2020년 기술특례로 상장하며 기술력을 강조했으나 미국 경쟁사인 인슐렛사와의 특허 소송 과정에서 거액의 소송비 지출로 자본잠식에 빠지게 됐다. 현재 이오플로우는 상장폐지 사유 해소를 위한 개선기간을 부여받아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전통의 강자들도 위기를 피해가지 못했다. 삼천리자전거는 최근 경영진 간 갈등 및 횡령·배임 혐의 공시로 투자자 보호 차원의 정지가 내려졌고 과거 테마주로 이름을 날린 이화공영은 부동산 경기 침체를 견디지 못하고 유동성 위기에 빠져 상장폐지 사유(의견거절)가 발생했다.
시장에서는 증권사 간 경쟁 격화로 인해 사전 기업 실사라는 본질을 놓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정의정 대표는 "주관사가 막대한 수수료 수익에 매몰돼 '현미경 검증'보다는 포장하는 데 급급했다"며 "예고없는 실적 변동을 감안해도 타국 대비 상폐 기업이 많은 것은 구멍이 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이어 "상장 전 입구단계에서 허들을 높여야 한다"며 "양적 팽창보다는 엄격한 심사를 통해 종목 수를 관리하는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도 과거 파두 사태 이후 불거진 주관사 책임론과 신규 상장사의 잇따른 조기 부실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국은 ▲주관사가 수수료 수익에 급급해 부실 기업 상장을 강행하는 행태 ▲미래 실적을 과하게 낙관한 공모가 산정 ▲이로 인한 코스닥 생태계 파괴를 막기 위해 주관사의 법적 책임을 강화하는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