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는 2024년 말에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서 초고령사회에 이미 진입했고, 2025년에는 21%를 넘어선 상태이다. 행정안전부가 연초에 발표한 ‘2025년 주민등록 인구통계 분석’에 따르면 전체 주민등록 인구 5112만명 가운데 고령 인구 비중은 21.21%로 집계되었다. 비수도권은 수도권보다도 고령 인구 증가 속도가 훨씬 빠르고, 일부 농촌 지역은 주민 2명 중 1명이 노인인 상황이다. 인구 이동 흐름이 ‘청년은 수도권, 중장년은 비수도권’으로 갈리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초고령사회의 진입과 함께 우리나라의 고령화지수(유소년층 인구 대비 노년층 인구 비율)는 2025년 기준 199.9로 노인 인구가 유소년층의 두 배에 가까운 실정이다. 이 수치는 세계 주요 선진국 가운데에서도 상위 3위 안에 드는 수치이다. 주요 선진국의 고령화지수는 일본 253.8, 한국 199.9, 독일 199.4로 한국은 일본보다는 낮지만 독일보다도 높은 편이다. 미국의 고령화지수는 인구 유입으로 고령화 속도가 완만하여 99.1이며, 프랑스는 출산율 방어로 구조적인 안정성을 유지하여 126.5를 기록하였다.
한국은 유소년 대비 노인 비율이 두 배정도이어서 초고령화 속도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는 출산율 저하와 장수사회 현상이 반영된 것이다. 한국의 고령화 진전 속도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연평균 2.6%의 1.7배인 4.4%로 선진국 중 가장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2030년경에는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의 고령 국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출산율 저하로 인한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하게 되면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등 산업 전반의 인력 수급에 불균형을 초래하게 된다. 그리되면 생산성 하락을 가져오고 고용 비용 상승 등으로 이어져 장기적으로는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65세 이상 노년층이 경제 활동 인구보다도 늘어나면서 연금 지급액 증가나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즉 청년 1명당 부양해야 하는 노인의 재정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난 2025년 말에 한국은행이 내놓은 경제 전망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2027년도 경제 성장률 전망치였다. 한국은행은 2025년 1%, 2026년 1.8%에 이어 2027년 1.9%로 3년 연속 2%를 넘지 못하는 저성장이 예고된다고 밝혔다. 2026년도와 내년도 전망치가 1%대인데 2025년과 2026년 2년 연속 1%대 성장도 전례 없는 일이긴 한데, 지난해에 이어 3년 연속 저성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하니 경제의 용수철이 탄력을 잃어버릴 형국이 될 상황이다.
일본이 1990년대 초 이와 비슷한 양상을 보여 버블 경제의 붕괴를 가져왔다. 일본 경제의 상황이 심각해진 것은 1992년 0.9%, 1993년 -0.5%, 1994년 1.1%까지 성장률이 3년 연속 낮아지면서 잃어버린 30년이 시작되었다. 기업 채용이 저하되고 취업 빙하기가 도래했었다. 1990년대 초반 버블 붕괴 당시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12%였지만, 한국은 현재 이보다 많은 20%를 넘은 상황이니 더욱 심각한 환경이다.
경제 저성장의 장기화 조짐을 의미하는 일본화를 위기로 받아들여야 하는 진짜 이유는 한국 경제가 아직 그 충격을 흡수할 만큼 충분히 준비가 갖추어져 있지 못하다는 데 있을 것이다. 최근 한국경제는 금융 발전이 경제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에 봉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은 근래 IMF(국제통화기금)의 금융발전지수가 세계 6위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성장 기조는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벤처 캐피탈들은 1980년대부터 개별자산의 위험보다는 전체의 효율성을 중시하고, 위험자산 투자를 허용하고, 1990년대 공공연기금의 벤처기업 주식투자를 개시하면서 현재의 경제 성장 기반을 다져왔다. 반면에 같은 기간 일본과 유럽의 스타트업들은 IPO(기업공개) 이전에는 물론 이후에도 기관투자가의 자금지원을 받기 어려웠기에 지금의 결과를 낳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미국 벤처 캐피탈들은 잠재력을 가진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스타트업의 성장 단계에 따라 종자돈⦁초기투자⦁후기투자 등 시장을 분화하여 산업별로 특화되어 다원적인 금융시장을 통해 자금을 회수하였다.
우리나라의 산업별 금융기관의 대출 비율을 보면 2010년에서 2023년까지 제조업은 61.3%에서 84.1%로 소폭 높아졌다. 반면에 부동산업은 같은 기간 12%에서 309.8%로 급등하여 금융기관 대출 배분이 제조업은 물론 스타트업 등에는 제대로 스며들지 못해 왔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산업의 역동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양극화의 패자를 금융으로 지원해야 할 때이다. 저성장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제대로 준비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일본의 전철을 밟는다면 어떤 결과를 맞을까. 초고령화시대에 재음미해 볼 상황인 것 같다.
김형기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