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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기의 고령화 이야기


이모작 은퇴의 음미

 

 

우리나라는 기대여명(life expectancy)의 증대로 고령인구(65세 이상)가 빠르게 늘고 있다. 2017년 이후 고령인구는 매년 전년대비 4~5%씩 증가하여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전환하는데 겨우 8년이 걸렸으며, 고령화 속도가 빠르다는 일본이 11년 걸렸으니 우리나라 고령화 속도의 빠름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1차 베이비붐 세대는 1955~1963년생을 말하며, 2차 베이비붐 세대는 1964~1974년생을 말한다. 2023년 기준으로 1차는 약 705만 명, 2차는 약 955만 명이며, 두 세대를 합하면 약 1700만 명이다. 첫 1차 베이비붐 세대인 1955년생은 올해로 70세를 맞았고, 2차 베이비붐 세대는 2024년부터 법정 은퇴나이(60세)에 들어섰다.

 

은퇴를 앞둔 나이가 되면 은퇴를 쉽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쉽지만은 않다. 퇴사 직후부터 아주 힘들고 무엇을 해야 할지 고심을 하게 된다. 해답을 찾고자 은퇴와 노후 관련 서적들을 읽어보지만 대부분 재무 설계 측면에만 맞춰져 있어서 실망스러울 수 있다. 왜냐하면 책도 문제의 핵심에 접근하여 찾고자 하는 대답을 주지 못할 수 있다. 문제는 무엇이 본인을 행복하게 하는가?, 혹은 이보다 중요한 것은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대해 마이크 드락(Michael Drak)은 빅토리 랩(Victory Lap : 이모작 은퇴의 의미로 사용)이라는 저서에서 이모작 은퇴는 인생에서 가장 길고 가장 충만한 노후 단계를 보다 건강하고 활동적이며 열심히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이모작 은퇴에 관한 새롭고 매력적인 관념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들 세대는 어느 시대보다 더 오래 생존하는 세대이다. 따라서 은퇴 이후 20년~30년 동안 경제적 지속 가능성뿐만 아니라 활기차고 자극을 받는 삶이 되도록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모작 은퇴는 타인이 제시해 줄 수 있는 비전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욕구와 가치관을 기반으로 고유한 은퇴 라이프 스타일을 설계하는 것일 것이다. 이는 삶의 특별한 사명을 발견하는 것이고 직장과 가족, 다른 사람을 우선시하느라 미뤄 두었던 자기 자신을 재발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는 은퇴 관련 연구나 은퇴자들과의 대화, 자기 성찰에 많은 시간을 보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런 활동을 통해 왜 많은 사람들이 은퇴 전환에 어려움을 겪는지, 어떻게 하면 노후의 여정을 보다 쉽게 통과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의 통찰과 신념을 발전시켜야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들 대부분은 생래적으로 성취와 업적, 기여, 관계, 자율성 같은 ‘의미성’에 대한 욕구를 갖고 있다. 이런 욕구는 사명의 완성을 통해서 충족시키는 방법을 찾지 못하면 결코 사라지지 않을 수 있으며 충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때까지 계속 갈증을 느끼게 할 것이다. 상당수 은퇴자들은 이러한 허기와 일종의 공허함을 느끼게 된다. 일이 내면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자양분의 원천이기 때문에 재정적, 물질적 욕구가 충족되더라도 무언가 상실감을 느낄 수 있다. 이는 내면의 욕구를 채울 다른 방법을 찾을 때까지는 진정으로 행복해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재정적 자립과 조기 퇴직을 목표로 하는 파이어(FIRE, Financial Independence & Retire Early)족을 희망한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파이어족은 여전히 어느 정도 일을 하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중 상당수는 자신이 여전히 일하는 것을 부인하기도 한다. 역설적으로 여기서의 교훈은 재정적으로 독립하고 자유를 되찾았을 때에도 여전히 하루를 잘 보내기 위해서 흥미와 보람을 찾아야 하며 스스로 즐기는 일을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일 것이다.

 

성공적인 은퇴는 여생을 앉아서 쉬는 삶이 아닐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미션을 완성하고 자신이 제공할 수 있는 것을 통해서 의미와 연결성을 찾는 것일 것이다. 목적이 있는 활동, 자신에게 의미 있는 활동을 통해서 성취감을 찾는 것이다.

 

왜 자신이 즐겁고 좋아하는 일로부터 은퇴하려 하는가? 이모작 은퇴에서의 일은 전일제 근무와 같은 의미가 아닐 것이다. 핵심은 단순히 시간을 보내거나 수입을 보충하는 것이 아니다. 본인이 활력적으로 몰입할 수 있도록 진정 의미 있는 무언가를 찾는 것이다. 이모작 은퇴에서는 삶의 목적을 추구하기 위해 선택한 일에서 대가를 받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본인이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원해서 하는 무언가 이기 때문이다.

 

김형기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