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나연지 기자] AI와 로보틱스의 확산 속에서도 데이터 기업들의 수익화는 난제로 꼽혀왔다. AI 학습용 언어·음성 데이터 수요는 수년 전부터 확대돼 왔지만, 데이터 생산 과정에서 대규모 인건비와 수집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반면 매출은 일회성 납품에 그치며 관련 기업 대부분은 적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플리토는 이 같은 산업 구조 속에서 드물게 수익 모델 전환의 실마리를 보여준 사례다. 2025년 들어 반복 매출 비중이 확대되며 분기 기준 흑자 국면에 진입했고, 단순한 수요 증가가 아니라 데이터 판매 방식 변화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플리토의 변화는 데이터 판매 방식에서 나타났다. 과거에는 고객 요청에 맞춰 데이터를 한 차례 납품하는 프로젝트성 계약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기존 고객이 새 언어쌍·새 도메인 데이터를 분기 단위로 추가 구매하는 구조로 전환됐다. AI 모델 고도화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미 확보한 데이터의 재사용보다 세분화된 희소 데이터의 지속적 업데이트가 중요해진 영향이다.
이 같은 구조 전환은 저자원 언어와 전문 영역 데이터 중심의 단가 개선으로 이어졌다. 동시에 자체 플랫폼 유저를 통한 데이터 수집 시스템이 고도화되면서 인건비 등 변동비 통제도 가능해졌다.
실제 지표도 이를 증명한다. 플리토는 2025년 3분기, 매출액 성장과 함께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반등하며 분기 기준 완연한 흑자 국면에 진입했다. 일회성 비용 절감이 아닌, 고객 락인(Lock-in) 효과에 기반한 반복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달라졌다는 평가다.
다만 지속 가능성에 대한 숙제는 남아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나 AR 글라스용 데이터 등 신규 시장은 여전히 중장기 옵션 영역이다. 당장의 핵심은 현재의 재구매 흐름과 수주 가시성이 2026년에도 유지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빅테크들의 데이터 수집 내재화 리스크를 뚫고 희소 데이터 시장의 우위를 지켜낸다면 흑자 기조는 안착하겠지만, 수주 공백이 발생할 경우 실적 변동성은 재차 확대될 수 있다.
플리토의 사례는 AI 산업 밸류체인에서 데이터 비즈니스가 언제부터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읽힌다. 결국 AI 수요의 크기보다, ‘남는 장사’가 가능한 구조를 증명하느냐가 데이터 기업의 생존과 밸류에이션을 가르는 핵심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