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이건혁 기자] 이지스자산운용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매각 절차의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흥국생명이 절차를 문제 삼아 공개적으로 반발하자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는 모든 과정을 규정에 따라 진행했다며 정면 대응에 나섰다. 인수전에 참여했던 흥국생명과 한화생명은 이번 결과로 금융권 확장 구상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는 이지스자산운용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두고 “모든 절차에서 매각주관사의 기준과 규정을 철저히 준수했다”며 “앞으로도 규제당국과 협력해 투명하고 책임있게 거래를 진행할 것”이라 밝혔다.
힐하우스는 최근 국내에서 이지스자산운용이 ‘중국 자본’에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의식한 듯 “(힐하우스는) 미국 예일대학교 시드 자본으로 설립된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로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부동산 자산 운용 경험으로 일본 삼티 홀딩스, 호주 유니로지, 싱가포르 물류 기업 GLP 등을 인수했다”고 전했다.
이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주주적격성 심사 등 필수 규제 절차까지 6개월 내외의 시간이 소요된다”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중시하는 투자자로 이지스자산운용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힐하우스의 인수 과정에 대한 정당성 메시지는 흥국생명이 발표한 입장문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전날 흥국생명은 이지스자산운용 인수 우선협상자가 힐하우스로 선정되자 “이번 이지스자산운용 매각 절차는 공정하지도 투명하지도 못했다”며 매각주간사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에 유감을 표했다.
흥국생명이 이례적으로 유감을 표한 이유는 매각주간사가 ‘프로그래시브 딜(Progressive Deal)’에 있다. 프로그래시브 딜은 본입찰 이후 인수자 간에 가격 경쟁을 붙이는 방식이다. 흥국생명은 “매각주간사는 본입찰 이후 우선협상대상자 발표를 미루더니 힐하우스에 새로운 딜을 제안하며 인수 희망 가격을 최고가 이상으로 올려줄 것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프로그래시브 딜을 하지 않겠다던 매각주간사의 약속은 본입찰에서 최고가를 높이기 위한 술책”이라며 “흥국생명의 입찰 금액을 유출했을 가능성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업계에서는 흥국생명이 1조500억원 수준을 제시하며 본입찰에서 최고가를 제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후 프로그래시브 딜 과정에서 힐하우스가 1조1000억원을 부른 것으로 추정된다.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선 흥국생명과 한화생명은 이번 인수전에서 밀리며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최근 태광그룹은 애경산업부터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호텔 등을 매입하며 외연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자회사 흥국생명의 이지스자산운용 인수도 지원해 금융계열 시너지도 노린다는 전략이었다.
한화생명도 한화가(家)의 둘째인 김동원 사장이 그룹 내 존재감 확장을 위해 이지스자산운용 인수 의지를 보여왔다. 한화자산운용·한화투자증권에 이어 이지스자산운용을 더해 금융권 영향력을 늘린다는 계획이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전체 AUM 순자산총액이 32조6730억원으로 국내 15위 수준이지만 부동산만 떼고 보면 29조7000억원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부동산 AUM의 점유율만 19.9%로 부동산 분야 강자로 평가받는다. 이지스자산운용을 인수해 부동산 분야로 확장을 노리던 흥국생명·한화생명은 이번 인수전에서 사실상 밀려나면서 금융권 확장 계획 수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 모두 금융권 영향력 확대를 위해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에 적극적이었다”며 “특히 흥국생명은 가장 높은 금액을 부르며 인수를 성사시킬 자신이 있었지만 무산되면서 민감한 상황”이라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