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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보령그룹이 오너 2세에서 3세 체제로 넘어가고 있는 중이다. 창업자 김승호 명예회장이 장녀에게 경영권을 넘겼던 로드맵이 다시 펼쳐지고 있다. 이에 FETV는 과거를 통한 현재의 보령그룹 승계 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 |
[FETV=김선호 기자] 보령그룹 창업자 김승호 명예회장은 장녀 김은선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기면서 외손자인 김정균 사장을 위한 승계전략도 동시에 가동했다. 때문에 주요 계열사 보령의 지분을 보령홀딩스, 보령파트너스, 메디앙스를 비롯해 김은성 회장, 김정균 사장이 나눠 갖고 있는 구조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보령그룹의 주력 계열사 보령의 최대주주는 29.71% 지분을 보유한 보령홀딩스다. 이외에 보령파트너스가 21.1%, 김은선 회장이 8.33%, 김정균 사장이 0.95%, 메디앙스가 3.55%, 보령중보재단이 0.54% 지분을 나눠 가지고 있다.
우선적으로 보령의 최대주주인 보령홀딩스는 44.93% 지분을 지닌 김은선 회장이 최대주주로 자리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보령파트너스는 김정균 사장이 88%의 지분을 보유한 개인회사로 알려졌다. 보령파트너스의 대표가 김정균 사장이다.
지분구조만 보면 창업자의 장녀인 오너 2세 김은선 회장에서 외손자이자 오너 3세인 김정균 사장으로 보령그룹의 승계가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다. 오너가(家)의 개인 지분도 이러한 형태를 띄고 있다. 이는 창업자가 수립한 승계전략의 단면이기도 하다.
◇그룹으로서 성장과 승계에 활용된 계열사
보령그룹은 1957년 종로5가 보령약국의 창업에서부터 시작했다. 창업자 김승호 명예회장이 선친에게서 물려받은 집을 팔아 마련한 돈으로 보령약국을 창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1963년 자본금 50만원으로 보령약품 주식회사를 설립할 수 있었다.
같은 해 동영제약을 인수해 제약업 진출을 위한 기반을 다졌다. 현재 주력 계열사 보령의 전신이 1963년 설립된 동영제약인 배경이다. 1966년 보령제약으로 상호를 변경했고 1988년에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사업 초기 주요 제품은 ‘용각산’이었다.
1966년 일본 주식회사 용각산과 기술제휴 계약을 체결하고 1967년 진해 거담제 ‘용각산’을 생산 발매했다. 1972년에는 프랑스 비오텍락스사와 기술계약을 체결하고 1975년 위장병 치료제 ‘겔포스’를 생산 발매했다. 보령그룹을 대표하는 제품이 용각산과 겔포스가 된 시기다.
보령의 2024년 매출 중 14.8%(1509억원)는 카나브 패밀리(고혈압 및 이상지질혈증 치료제)에서 발생했다. 1992년 신약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해 총 500억원의 투자로 2011년 카나브를 선보였다. 이는 보령이 2024년 1조원 매출을 돌파할 수 있었던 토대가 됐다.
이러한 성장의 역사를 거치면서 사업 다각화을 진행했다. 보령그룹은 1979년 보령장업(현 메디앙스), 1986년 킴즈양행(킴즈컴), 1990년 보령산업(현 보령홀딩스), 1991년 보령신약(현 보령바이오파마), 1996년 BR네트콤, 2004년 보령수앤수(현 보령컨슈머헬스케어)를 설립했다.
해당 계열사 대부분은 현재 주력 계열사 보령의 주요 주주로 위치하고 있거나 승계 과정에서 주요한 역할을 했다. 창업자 김승호 명예회장에서 오너 2세 김은선 회장, 오너 3세 김정균 사장으로 이어지는 승계 과정에서 거론되는 계열사다.
◇오너 2세 체제 전환점된 메디앙스와 지분거래
보령그룹의 창업자 김승호 명예회장은 슬하에 딸만 넷을 두고 있다. 그중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자녀는 장녀 김은선 회장과 막내(넷째 딸) 김은정 메디앙스 회장이다. 이 가운데 김승호 명예회장은 후계자로 장녀인 김은선 회장을 오래 전부터 낙점한 것으로 보인다.
주력 계열사 보령의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1998년 김승호 명예회장의 지분은 0.14%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부인이 3.24%, 김은선 회장이 8.4%, 김은영 씨가 5.17%, 김은정 회장이 5.17%, 김은희 씨가 5.17%를 보유하고 있다.
이외 관계사로 인식한 보령장업(현 메디앙스)이 16.1%, 보령산업(현 보령홀딩스)이 7.21%를 보유했다. 보령장업은 향후 창업자의 막내 딸인 김은정 회장에게 승계됐고 현재 ‘메디앙스’라는 사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메디앙스의 최대주주가 보령에서 김은정 회장으로 변경된 건 2010년이다.
그 이전에 장녀인 김은선 회장은 보령홀딩스의 전신인 보령산업을 통해 주력 계열사 보령의 지분을 확대해나갔다. 특히 2001년 보령홀딩스가 메디앙스가 보유한 보령의 주식을 매입하면서 본격적인 지분 승계가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오너가(家)가 직접 보유한 지분을 제외하면 2000년까지 보령의 최대주주는 메디앙스였다. 그러다가 2001년부터 보령홀딩스가 메디앙스가 보유한 보령의 지분을 매입해나갔고 이로 인해 2004년 최대주주가 메디앙스에서 보령홀딩스로 변경됐다.
장녀인 김은선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보령홀딩스에 주력 계열사 보령의 지분을 넘기기 위한 과정으로 보인다. 보령홀딩스의 전신인 보령산업이 주주 현황을 첫 기재한 것은 2000년 감사보고서에서다. 당시 김은선 회장은 보령산업의 지분 45%를 보유한 최대주주였다.
같은 기간 보령산업의 주주로 오너 3세 장남 김정균(옛 유정균) 사장도 명단에 포함돼 있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1985년생인 김정균 사장의 나이 15세일 때다. 보령산업의 주주 현황이 공개된 시점을 기준으로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이전에 지분부터 지분을 보유했던 셈이다.
김승호 명예회장은 장녀인 김은선 회장으로 경영을 승계하면서 그 다음의 후계구도까지 고려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보령홀딩스는 1984년 장식류·건자재 판매를 사업목적으로 설립됐다가 1990년 을지장식에서 보령산업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때부터 부동산 임대업을 주요 사업목적으로 바꿨고 1993년 서울 종로구 원남동에 임대용 건물을 준공했다. 1998년부터는 보령제약(현 보령)으로부터 건강식품을 매입해 판매했다. 이러한 내부거래로 자금을 형성해 보령그룹의 지주사로서 위치하게 된 셈이다.
이러한 과정을 오너 3세인 김정균 사장도 거치고 있는 양상이다. 오너 2세인 김은선 회장에게 보령홀딩스가 있다면 김정균 사장은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보령파트너스를 앞세우고 있는 양상이다. 보령파트너스는 2015년 보령수앤수의 투자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신설된 법인이다.
보령수앤수는 현재 건강기능식품, 가정용 및 병원용 의료기기, 이미용품 등 토탈헬스케어 도소매업을 맡고 있는 보령그룹의 계열사로 현재 사명은 보령컨슈머헬스케어다. 보령컨슈머헬스케어에서 분할 신설한 보령파트너스로 주력 계열사 보령 지분을 확보하고 존속법인 지분 변동으로 김정균 사장에게 자금을 마련해줬다.
오너 3세 김정균 사장은 보령파트너스와 보령홀딩스에 이어 주력 계열사 보령의 대표를 맡고 있다. 2020년 2월 보령홀딩스 대표로 취임, 2022년 보령 각자대표에 선임됐다. 올해부터는 김정균 사장이 보령의 단독 대표를 맡으며 오너 3세 경영체제가 구축됐다. 지분 승계가 남은 과제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