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원일 기자] ‘롯데건설 부도 임박’ 루머가 26일 증권가와 SNS를 뒤흔들며 롯데지주 주가를 급락시켰다. 롯데건설은 즉각 ‘명백한 허위’라고 반박하며 루머 작성자·유포자를 고소했지만 PF 부실 사태 이후 건설업 전반에 드리운 불안 심리가 다시 한번 노출됐다는 평가다.
26일 오전까지만 해도 강보합 흐름을 보이던 롯데지주 주가는 오후 들어 돌연 하락세로 돌아섰다. 증권가 SNS와 메신저를 통해 확산된 ‘대형 건설사 부도 임박’ 루머가 직접적 원인이다.
루머에는 “롯데가 제2의 대우그룹처럼 공중분해 위기”, “12월 모라토리움 선언 예정”, “미분양 적체로 계열사 연대보증 촉발”, “유통계열사 직원 50% 감원 임박” 등 자극적 문구가 포함됐다. 이날 롯데지주는 장중 최대 11.0%까지 급락했다가 낙폭을 일부 만회해 6.1% 하락마감하며 시장 전반으로 불안감을 확산시켰다. 27일 오후 2시 현재도 전일 대비 2.2% 하락한 상태다.
이번 루머가 빠르게 번진 배경에는 건설·부동산 PF 시장 불안이 자리한다. 과거 레고랜드 사태 이후 자금시장 불신이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최근 비우량 PF 프로젝트 부실 가능성이 잇따라 제기됐다. 그리고 그 대상업체가 ‘롯데건설’로 특정되며 내용이 확대 재생산됐다. ‘건설사=리스크’라는 심리가 다시 고개 들며 과도하게 반응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출처 불명’의 정보지 한 장이 기업명과 구체적 시점을 자극적으로 결합하자 시장은 과도하게 반응했다. 건설업 한 관계자는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PF라는 단어만 등장해도 투자심리가 흔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롯데건설의 재무 부담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2023년말 235%였던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 196%까지 떨어졌다가 올 3분기 214%로 다시 상승했다. 또한 장기차입금 증가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로 3분기 순익도 전년 대비 급감해 29억원에 그쳤다.
대신 영업 측면에서는 회복 흐름이 뚜렷하다. 3분기(연결기준) 매출은 2조887억원, 영업이익은 51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12억원(3.0%) 증가하며 증가세를 이어갔다. 반면 영업이익은 520억원에서 511억원으로 소폭(1.7%) 감소에 그쳤다.
롯데건설 실적 회복의 가장 뚜렷한 요인은 원가율 안정화다. 올해 원가율은 1분기 95.4%, 2분기 93.6%, 3분기 92.0%로 분기마다 낮아지며 안정화 추세를 보였다. 이는 고위험 현장 배제, 공사관리 시스템 강화, 저수익 프로젝트 축소 등 체질 개선 작업이 실제 수치로 나타난 결과다. 또한 도시정비사업 신규 수주가 연간 3조원에 육박하며 내년 실적 반등 가능성도 거론된다.
즉, 위험 요인은 분명하나 부도 가능성과 직접 연결 지을 만큼의 신용위험은 아니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대체적 의견이다.
롯데건설은 이날 즉시 공식 입장을 내고 강경 대응에 나섰다. “당사는 최근 출처를 알 수 없는 부도설 지라시에 대해 사실 무근임을 밝힌다”면서 “이는 롯데건설의 신용에 심각한 손해를 끼치는 행위로 롯데건설은 최초 루머 작성자와 유포자를 상대로 신용훼손 혐의로 26일 고소장을 접수했고 향후 발생하는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서도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롯데그룹은 같은 날 정기 인사를 통해 오일근 롯데자산개발 대표를 롯데건설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오 대표는 복합개발 프로젝트 경험이 풍부한 내부 개발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이번 인사는 단순한 교체가 아니라 재무구조 정상화와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동시에 추진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으로 읽힌다. 업계에서는 오 대표가 취임 즉시 ▲재무구조 개선 ▲저수익·고위험 사업 정리 ▲개발 역량 중심 포트폴리오 재정비에 착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롯데건설 안팎에서도 “개발 경험과 그룹 네트워크를 모두 갖춘 오 신임 대표가 시장 신뢰 회복의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아울러 “건설·부동산을 모두 아우르는 내부 전문가를 전면 배치한 것은 시장 불안을 잠재우겠다는 신호”라며 “수익성 중심 경영 기조를 강화하면서 체질 개선 속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시장 전문가들은 “부도설은 허위지만 PF 불안이 해소되지 않으면 또 다른 괴담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롯데건설의 경영 정상화 속도와 시장 커뮤니케이션이 향후 가장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