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의 1차 베이비붐 세대는 1955~1963년생, 2차 베이비붐 세대는 1964~1974년생을 말한다. 2023년 현재 1차는 약 705만명, 2차는 약 955만 명이다. 두 세대를 합하면 약 1700만 명인데 1차 베이비붐 세대인 1955년생은 올해로 70세를 맞이했다. 2차 베이비붐 세대는 작년부터 은퇴나이(60세)에 들어섰다. 우리나라는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 중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 사회를 맞이했다.
2023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 기대수명은 83.5세(남성 약 80.6세, 여성 약 86.4세)이다. 반면 질병이나 노화로 인한 질환 없이 건강하게 생활하는 기간을 나타내는 건강수명은 약 72세이다.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령자 중 만성질환을 1개 이상 앓고 있는 비율은 84%이며, 건강한 고령자는 14%에 그치고 있다.
그런데 고령화로 인한 사회문제에는 치매가 있다. 치매는 개인은 물론 가족, 사회공동체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가정 차원에서는 치매를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 2022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 중 치매 유병률은 10.3%(약 84만 명)로 추정하고 있다. 2025년에는 15.9%(약 302만 명)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치매 관련하여 우리나라 정부는 2011년 ‘치매관리법’을 제정했다. 2017년 이후에는 ‘치매 국가책임제 추진 계획’의 발표를 계기로 전국 256개 시⦁군⦁구 보건소에 치매안심센터를 설치, 운영해 치매 관리 검진과 1:1 사례 관리를 제공해 오고 있다. 치매안심센터의 2021년 서비스 누적 건수는 치매 조기 선별 검사 약 607만 건, 맞춤형 사례 관리 약 13만 명에 이르고 있다.
인구구조 문제 관련해 일본은 한국의 10년 뒤 모습이라고 한다. 고령화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시기도 약 10년의 격차를 보인다. 일본 통계국에 따르면 2024년 10월 기준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 인구의 29.3%였으며, 같은 기간 한국의 65세 이상 빈구 비율은 19.2%였다. 고령화에 따른 제도 정비 과정도 대략 비슷한 양상이었다. 한국의 치매 관련된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가 시행된 시기는 2008년 7월이었으며, 일본은 이보다 8년 앞서 2000년 4월 노인장기요양보험 격인 개호보험을 시행했다. 개호는 돌봄의 의미이며 한국과 다른 점은 돌봄 지원을 총괄하는 전문가 그룹인 ‘개호지원전문원’이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치매 유병 인구의 급증으로 인해 사회경제적 비용 확대에 직면하면서 치매가 고령화 문제의 주요 축으로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치매 유병 인구 증가는 치매 관련 의료비 지출을 확대시키고 장기요양 및 돌봄 수요를 급증시키며 가족 부양 부담을 높이는 등 사회경제적 부담을 심화시키는 것으로 전망되었다. 이에 일본은 1989년 ‘골드플랜’부터 국가 주도의 치매 정책을 발전시켜 왔으며, 2023년에는 ‘치매기본법’을 제정해 법적 대응 기반을 확립하고 치매 대상자의 권리보장, 사회연대를 통한 대응을 명시하고 있다.
1세대 치매정책인 ‘골드플랜’은 치매를 돌봄 대응의 하나로 간주하고 고령자 복직서비스 기반 및 지역사회 중심 돌봄 체계의 기반 확충에 중심을 두었다. 2010년 이후 일본 정부는 치매를 공공 대응의 필요한 질환으로 인식하고 독립된 국가 과제로 격상시켜 보다 전략적이고 지속가능한 대응체계를 구축하였다. 2019년 ‘치매시책추진대강’은 치매의 조기 발견과 조기 대응, 의료와 개호 연계, 지역사회 돌봄 체계 등 여러 주체 간에 협업을 강조하고 있으며, 예방, 진단, 돌봄, 연구 등 치매 전반에 걸친 국가 차원의 종합 대응체계를 마련해 시행 중에 있다.
한편 2023년에 일본은 ‘치매기본법’을 제정해 치매 환자의 존엄성과 권리를 보장하고,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책무를 명문화함으로써 치매정책의 법적 기반을 확립했다. 이 법은 치매를 ‘의료⦁복지의 과제’로 한정하지 않고 치매환자도 사회의 일원으로 존중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 ‘포용사회 실현’을 국가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나아가 치매환자의 인권과 자립, 사회참여, 의사결정 지원을 중심 가치로 삼아 국가⦁지자체⦁국민⦁서비스 제공자 등 모든 주체의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 속도가 빠른 우리나라에서도 향후 치매 환자 수는 크게 증가할 전망이며, 정부 차원의 대응과 함께 지자체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되어 진다. 향후 치매 문제의 효과적인 대응과 관련해 초고령화 사회를 일찍 맞이한 일본의 치매 정책 변화와 실행 내용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의료와 요양 연계를 강화하면서 치매 환자 및 가족을 위한 의료⦁요양 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김형기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