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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조현범 회장의 부재 속에서도 한국앤컴퍼니그룹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옥중경영’이라는 부정적 표현 뒤엔, 위기 상황에서도 작동한 자율경영 체계가 있었다. FETV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시스템 경영이 어떻게 위기를 실적으로 바꿔냈는지, 그 구조적 복원력을 중심으로 짚어본다. |
[FETV=나연지 기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가 북미 관세(270억원) 부담 속에서도 3분기 영업이익 5860억원을 올리며 시장 예상치(4087억원)를 43% 웃돌았다. 영업이익률은 19%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한국타이어는 타이어 매출 2조7000억원으로 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온시스템과 한국아트라스BX도 전동화·배터리 수요에 힘입어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타이어·전장·배터리 3개 축이 동시에 개선세를 보이며 그룹의 수익 구조가 안정세를 찾았다. 한온시스템은 전동화 전환 수요 확대와 구조조정 효과가 반영돼 수익성이 개선됐고, 한국아트라스BX는 내연기관 배터리 수출 증가로 현금창출력을 유지했다.
경기 둔화와 관세 부담 속에서도 수익 기반이 흔들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방어형 실적’의 성격이 뚜렷했다. 한국타이어는 미국 테네시 2공장과 헝가리 공장 증설을 동시에 추진 중이다. 총 투자액은 약 1조5000억원으로, 완공 시 연간 생산능력은 1억본에 달할 전망이다.
북미 생산 비중도 25%에서 50%로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증설 자금 집행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타이어 부문의 연간 2조원대 영업현금창출력이 재무 부담을 완충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온시스템 인수 효과도 본격화됐다. 2025년 3분기 연결 기준 그룹 매출은 5조원, 자산총계는 24조원으로 늘었다. 차입금의존도는 11.5%에서 25.6%로, 총차입금/EBITDA 비율은 0.8배에서 2.5배로 상승했지만, 보유 현금성 자산이 2조8000억원, 부채비율이 41.6%에 불과해 여전히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타이어의 이수일 사장은 북미 테네시 2공장 증설과 고인치·EV용 타이어 비중 확대를 병행하며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특히 2020년 이후 사업본부(BU) 단위 책임경영 체계를 도입하면서, 각 본부가 예산과 CAPEX를 자율 집행하는 구조가 정착됐다. 이 같은 내부 자율경영 기반 위에서, 한국타이어는 주주환원 기조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배당성향을 35%로 상향하고, 2027년 주당배당금(DPS) 4000원을 목표로 제시했다. 배당은 이사회 결의 후 ‘현금·현물배당결정’ 공시를 통해 안내되며, 주주총회 승인 당일 ‘정기주주총회결과’ 공시로 최종 확정된다.
확정된 배당금은 상법 제464조의2에 따라 1개월 내 지급된다. 최근 3년간 평균 연결 기준 배당성향은 19.1%, 조정순이익 기준은 20.8% 수준이다. 신한투자증권은 “2026~2027년 실적·배당 리레이팅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6만7000원으로 제시했다. 실적 회복세에 주주환원 강화가 맞물리며,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재평가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온시스템의 정몽익 대표이사는 전기차 열관리 수요 확대에 대응해 냉각·히트펌프 등 전동화 핵심 부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했다. 특히 북미·유럽 OEM향 전동화 부품 비중 확대와 함께, 투자(CAPEX) 선행 전략을 통해 장기 성장 기반을 다지고 있다.
한국아트라스BX의 윤성대 사장은 내수·수출 밸런스를 맞추며 안정적인 영업 흐름을 유지했다. 이번 성과는 단순한 매출 확대보다 경영 시스템의 안정성이 입증된 결과로 해석된다.
한편 이번 실적이 의미를 갖는 이유는 단순한 호실적이 아니라 총수 부재 속에서 기록한 사상 최대치라는데 있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은 올해 5월 배임·횡령 혐의 일부 유죄 판결되어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이후 현재까지 구속상태다. 일각에선 '옥중경영'이라 불리지만 실제 경영은 2020년 이후 도입된 사업본부(BU) 단위 책임경영 체계가 이끌었다.
조 회장은 타이어 금형 제작사 MKT(현 한국프리시전웍스) 거래 과정에서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됐으며, 1심 재판부는 일부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현재 항소심이 막바지 심리 단계에 있으며, 선고는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신용평가는 “조직의 경영 안정성이 유지되는 가운데 글로벌 생산능력 확대와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병행되고 있다”며 “향후 시스템 중심 경영이 실적 변동성을 낮출 것”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