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최근 캄보디아에서 범죄조직 문제가 불거지며 치안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반한 감정이 감지되면서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금융사들의 영업 상황에도 관심이 쏠린다. FETV는 주요 금융사들의 캄보디아 법인을 중심으로 현지 영업 현황과 리스크 요인을 점검한다. |
[FETV=임종현 기자] 우리금융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국내 금융회사 중 가장 균형 잡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은행을 중심으로 세계 24개국 466개 글로벌 영업망을 구축했으며 국가별 맞춤형 성장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동남아·동유럽·미국 남부 등 고성장이 예상되는 지역은 현지화 전략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는 한편 러시아·미얀마 등 금융환경이 불확실성이 높은 곳은 리스크관리를 강화하는 등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를 그룹 글로벌 전략의 중심축으로 키우고 있다. 인도네시아·베트남·캄보디아 등 3대 법인에서 전체 글로벌 순이익의 절반이 발생하며 해외 사업의 실질적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동남아 법인의 위상 강화는 우리은행 경영진의 일관된 전략 기조 속에서 추진돼 왔다. 2023년 조병규 전 우리은행장 시절에는 '동남아성장사업부'를 신설해 전폭적인 지원 체계를 구축했으며 현 정진완 행장 체제에서는 이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켜 '동남아성장센터설립추진ACT'라는 전담 조직을 구성했다.
동남아 3대 법인 가운데 캄보디아는 성장 잠재력이 가장 높은 시장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7%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으며 15~59세 경제활동인구가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젊고 역동적인 국가다.
이 같은 성장 잠재력에 우리은행은 일찍부터 캄보디아 시장에 주목했다. 2008년 캄보디아 현지 법인 설립을 추진했으나 금융위기 여파로 무산됐다. 이후 2014년 현지 여신전문사 말리스를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캄보디아 시장에 진출했다.
당시 은행이 아닌 여신전문사를 인수하게 된 배경에 대해 우리은행은 "캄보디아에서는 아직 은행비즈니스 모델을 안정적으로 구축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라며 "먼저 마이크로파이낸스 사업을 통해 경험을 쌓은 뒤 향후 은행 본격 진출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2018년에는 저축은행(WB파이낸스)을 추가 인수해 사업 영역을 확장했고 2020년에는 두 회사를 합병해 리테일 영업 기반을 넓혔다. 우리은행은 이를 기반으로 상업은행 전환을 추진해 2022년 1월 현지 당국으로부터 본인가를 획득했다. 이에 따라 기존 리테일·여수신 업무 외에도 외환, 카드 등으로 영업 범위를 확대하며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
지난해 적자였던 캄보디아 우리은행이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실적 회복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올 상반기 순이익은 150억원을 기록했다. 동남아 3대 법인으로 꼽히는 인도네시아·베트남에 비해 순이익 기여도는 아직 낮지만 광범위한 영업망을 바탕으로 현지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산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만큼 성장 여력도 그만큼 크다는 평가다.
캄보디아 우리은행은 해외법인 가운데 지점 수가 가장 많아 그만큼 현지 네트워크 경쟁력도 탄탄하다는 평가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145개 지점을 운영 중이며 지난 6월에는 칸 투올 코옥(Khan Toul Kouk)과 시엠레아프(Krong Siem Reap)에 신규 지점 두 곳을 추가로 열었다.
오프라인 영업망 확충과 함께 비대면 채널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캄보디아 우리은행은 코로나19 이후 모바일·온라인 결제 선호도가 높아지는 점에 주목, 2022년 현지 결제시스템인 우리페이를 출시하며 모바일 결제 시장에 진출했다. 또한 모바일뱅킹 기능을 개선하고 기업 고객 대상 인터넷뱅킹을 구축했다. 크레딧 오피서(대출 전담 직원)가 고객을 직접 방문해 아이패드로 대출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을 도입하며 업무 효율성도 높이고 있다.
다만 최근 범죄 연루 금융사인 프린스은행에서 뱅크런 사태가 발생하면서 현지 금융시장 전반의 신뢰가 흔들리며 국내 금융사들의 영업 환경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캄보디아 중앙은행(NBC)은 지난 19일 긴급 공지문을 통해 "예금자 보호조치를 가동하고 무제한 긴급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며 공식 개입을 선언했다.
이와 관련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현재까지 영업에 별다른 지장이나 영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내 반한 감정 확산으로 인한 장기적 영업 차질 우려에 대해서도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다만 현지 주재원과 직원의 안전 문제에 대해서는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는 입장이다. 법인 차원에서도 근태 관리와 안전 교육 등을 선제적으로 실시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