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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삼성 HBM3E 마이크 줜 엔비디아

[FETV=나연지 기자] 삼성전자(이하 삼성)가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이하 HBM3E) 12단 제품의 엔비디아 퀄리피케이션(공급 인증)을 통과한 사실이 지난 10일 확인됐다.

 

사실 9월 말, 삼성에선 “삼성이 HBM3E로 엔비디아 퀄리피케이션 통과한게 맞습니까?”란 질문에 “확인해 드릴 수 없습니다”란 짧은 답변만이 돌아왔다.

 

그러나 그때 이미 업계 안팎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돌고 있었다. 삼성이 HBM3E 12단 적층 제품으로 엔비디아의 검증 절차를 사실상 통과했다는 것이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이미 ‘9월 말 공개’ 가능성이 내부적으로 공유되고 있었다. 그러나 삼성은 알고도 말하지 않았다.

 

결국 2주 전 이미 그 징후가 퍼지고 있었지만 삼성은 끝까지 침묵한 셈이다. “고객사와 관련된 사항은 확인해 드릴 수 없습니다”란 한 문장이 모든 것을  대신했다.

 

이제 이유는 분명해졌다. 엔비디아가 퀄리피케이션을 승인하면서 ‘언론플레이 금지’를 조건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이는 GPU 로드맵과 조달 협상, 시장 반응을 통제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었다. 삼성은 고객과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그 조건을 그대로 수용했다. 기술 검증은 끝났지만, 발표권은 고객사에 있었다.

 

이 사건은 겉으론 단순하지만 들여다보면 단순하지 않다. HBM 시장의 권력이 기술사에서 고객사로 넘어간 단면이기 때문이다. 과거 메모리 기업은 기술을 완성하면 즉시 공개하며 ‘선언의 리더십’을 확보했다. 하지만 이제는 고객사가 그 시점마저 결정한다. 

 

“확인해 드릴 수 없습니다” 이 문장은 단순한 회피가 아니다. ‘고객이 허락하지 않은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냉정한 현실의 표현이다.

 

삼성의 침묵은 전략이 아니라 제약이었다. 그리고 발표권은 엔비디아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