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나연지 기자] “시니어 고객이 쉽게 쓰고, 시니어 고객을 케어하는 TV”
LG전자가 25일 여의도 LG 트윈타워에서 연 ‘LG 이지(Easy) TV’ 설명회의 첫머리에 내세운 문구다. 회사는 고령층을 위한 맞춤형 기능을 전면에 내세우며 ‘효도 선물’ 시장을 정조준했지만, 현장에서는 가격과 포지셔닝, 카메라 보안 우려를 두고 질문이 쏟아졌다. LG 역시 현실적 고민과 전략 방향을 털어놨다.
가장 먼저 나온 질문은 가격이었다. 한 참석자가 “프리미엄 라인업에만 한정하지 않고 더 저렴한 모델로 확대할 계획이 있느냐”고 묻자, LG 측은 “기능을 저가형에 넣으면 성능이 떨어져 알림이나 사진 출력이 원활하지 않다”며 “화질·사운드도 시니어에게 중요한 요소라 프리미엄 QNED 기반으로 개발했다”고 답했다.
실제 출고가는 65형 276만9000원, 75형 386만9000원으로 책정됐다. 온라인 브랜드샵 라이브 방송에서 구매하면 12만9000원 할인과 배달앱 5만원 상품권 혜택도 제공된다. LG는 “우선은 프리미엄 TV가 시장에 안착해야 한다”며 “가격을 낮춘 모델도 검토 중이지만 성능을 유지하면서 가격을 낮추는 해법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백선필 LG전자 TV상품기획담당 상무는 “시니어 고객 중 73%가 TV 조작의 어려움을 문의한 경험이 있다”며 “컨셉을 ‘Easy(쉬움)·Care(케어)·Fun(재미)’ 세 가지로 잡고 제품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LG전자 백선필 TV상품기획담당이 시니어 고객이 쉽게 사용하고, 시니어 고객을 케어하는 LG 이지 TV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나연지]](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939/art_17587663531103_40f601.jpg?iqs=0.3175927905256103)
‘TV는 가족이 함께 쓰는 제품인데 시니어에만 집중한 것은 아쉽다’는 지적도 나왔다. LG 관계자는 “설정에서 일반 TV 모드로 바꾸면 가족 구성원도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다”며 “실제 구매층도 시니어 본인과 자녀가 절반씩 될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이 같은 해명은 ‘효도 선물’이라는 마케팅 메시지 뒤에 숨은 LG의 계산을 보여준다. 단순히 고령층에게만 한정하기보다, 자녀가 부모에게 선물하는 수요까지 함께 잡겠다는 전략이다.
OLED 대신 QNED를 택한 배경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LG는 “OLED는 가격이 500만원을 넘어 시니어 고객 접근성이 낮다”며 “화질·음질, 수명, 가격 사이 균형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LG가 글로벌 TV 시장에서 OLED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시니어 시장만큼은 LCD 프리미엄(QNED)으로 차별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LG가 OLED 기술력을 유지하면서도 시장 세분화 차원에서 QNED 기반 제품군을 따로 운영하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이지 TV는 홈 화면을 시니어 특화 기능 5개와 즐겨 찾는 앱(App) 중심으로 단순화했다 [사진 나연지]](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939/art_17587663612959_694d1e.jpg?iqs=0.9077961395600669)
“시니어는 복잡한 기능을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렵다. 기능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독이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LG는 “시니어를 액티브·패시브 성향으로 구분해 조사를 진행했고, 실제 사용은 2~3개 핵심 기능에 집중될 것으로 본다”며 “앱을 많이 담았지만 고객이 실제로 쓰는 기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제품에는 리모컨 상단에 ‘헬프(Help)’ 버튼이 신설됐다. 방송이 나오지 않거나 앱이 잘못 실행됐을 때 누르면 직전 방송으로 바로 돌아가는 기능이다. 나아가 위급 상황에서 헬프 버튼을 세 번 연속 누르면 카카오톡 계정이 연결된 가족에게 도움 요청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내장 카메라 보안 우려는 현장에서도 민감한 질문 중 하나였다. 한 기자는 “영상통화용 카메라가 보안 문제를 일으키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LG는 “렌즈를 물리적으로 닫을 수 있는 커버를 적용했다”며 “자녀가 부모를 원격 모니터링하는 기능은 시니어 고객이 100% 반대해 제외했다. 다만 영상통화는 긍정적으로 수용해 반영했다”고 답했다. 또 LG는 자사 보안 프로토콜 ‘LG 쉴드’를 적용해 카카오톡 연동 과정에서도 보안을 강화했다고 덧붙였다.
카메라는 사진 촬영에도 활용할 수 있다. LG는 셀프사진관 브랜드 ‘포토이즘’과 협업해 TV에서 찍은 사진을 매장에서 인화하거나 택배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촬영한 사진은 TV 대기 화면 배경으로 설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지 TV는 시니어 맞춤형 화질·음질을 지원해 목소리를 또렷하게 강조하고, 두뇌건강 게임·맞고·오목·노래방 기능도 탑재했다. 노래방은 리모컨을 마이크로 활용할 수 있어 별도 기기가 필요 없다.
또 인공지능(AI) 버튼을 누르면 ‘AI 컨시어지’ 기능이 시간대별 사용 패턴을 기반으로 맞춤형 키워드를 제안한다. ‘AI 서치’는 고객 발화를 이해하고 의도를 추론해 원하는 콘텐츠를 검색해주는 기능이다. 이는 LG AI TV 최신 기능을 그대로 계승한 것이다.
마지막 질문은 시장성에 대한 것이었다. “올해나 내년 판매 목표는 어느 정도냐, 시니어 TV 시장이 실제로 형성될 것으로 보느냐”는 물음에 LG는 “물량 예측은 쉽지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대신 “일본·북미 사례를 보면 시니어 시장은 줄지 않고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장기 성장성에 무게를 뒀다.
실제로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 1000만명을 넘어섰고, 전체 주민등록 인구 대비 비중은 20%에 달한다. LG가 시니어 전용 TV를 내놓은 배경에 인구 구조 변화가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LG는 이번 TV를 시작으로 세탁기·냉장고 등 전 가전 영역으로 시니어 특화 제품을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