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기업들의 임원 인사 시즌이 도래하고 있다. 인사는 임원들의 1년 성과가 반영되는 만큼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FETV가 도래하는 인사 시즌에 맞춰 주요 기업 임원들의 성과를 짚어보고 향후 인사 방향을 전망해보고자 한다. |
[FETV=신동현 기자] SK텔레콤은 4월 대규모 해킹 사태로 개인정보 유출과 과징금 부과라는 충격을 받은 동시에, 독자 AI 국가대표 프로젝트 최종 팀에 선정됐다. 이에 따라 보안과 AI 부문의 성과가 12월 초 예정된 인사 에 어떻게 반영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해킹 사태로 이미지·실적 타격… K-AI 국가대표 기업 선정 호재도
SK텔레콤은 지난 4월 발생한 대규모 해킹 사태로 전방위적 위기를 맞았다. 네트워크 인프라에서 이상 신호가 감지된 뒤 가입자 인증 서버(HSS)가 침해되면서 국제이동가입자식별번호(IMSI), 단말기식별번호(IMEI) 등 25종의 핵심 개인정보 2696만건이 유출됐다. 정부 조사에서는 28대 서버에서 33종의 악성코드가 발견됐다.
개인정보위원회는 ▲인터넷·관리망·사내망을 분리하지 않은 점 ▲2022년 침입 징후를 확인하고도 점검하지 않은 점 ▲계정·비밀번호를 암호화하지 않고 인증 절차 없이 개인정보를 조회할 수 있게 둔 점 ▲보안 패치 미적용과 유심 인증키 평문 저장 ▲정보 유출 신고 지연 등을 문제로 지적하며 SK텔레콤에 역대 최대 규모인 134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여파는 컸다. 가입자 60만명이 이탈하며 점유율은 40% 밑으로 내려갔다. 위약금 면제와 유심 교체 등 보상 비용만 2500억원에 달했고 2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37%, 73% 급감했다. SK텔레콤은 향후 5년간 7000억원 규모의 정보보호 투자와 5000억원 규모의 고객 보상 패키지를 약속하며 실적 부담을 안게 됐다.
해킹사건에 따른 풍파를 맞는 중에 호재도 있었다. 지난 8월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구축 프로젝트 최종 5개 팀에 SK텔레콤 컨소시엄이 포함된 것이다. 이번 심사에서 SK텔레콤은 GPU 인프라와 반도체 기술, 실사용 데이터셋, 산업 적용 역량을 기반으로 풀스택 기술력을 입증받았다. 또 서울대·KAIST 등 학계와 협력한 첨단 연구, 석박사급 인력 비중, 특허와 오픈소스 성과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12월 초 인사 예정…보안·AI 분야 인사 향방 주목
전례 없는 해킹 피해와 역대 최대 과징금으로 인해 SK텔레콤의 보안 리더십은 타격을 입었다. 특히 사건 당시 정보보호실장을 맡았던 손영규 부사장의 거취가 주목된다. 손 부사장은 2001년 입사 이후 IT 개발,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IT서비스 개발팀장을 거쳤고 2015년 IT보안팀장에 선임됐다.
2019년 6월부터는 정보보호담당(CISO)과 개인정보보호최고책임자(CPO)를 겸임하며 보안과 개인정보보호를 총괄했다. 클라우드·AI 등 신기술 도입 과정에서 글로벌 권고 표준을 반영한 보안 프레임워크를 적용해 선제적 체계를 구축했다. 2023년에는 AI/ICT 기반 ‘종합 전기통신금융사기 대응 시스템’을 구축해 고객 피해를 크게 줄였고, 경찰청 기준으로 2022년 한 해에만 1856억원 이상의 피해를 예방한 공로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은행연합회 등과의 민관 협력 MOU를 통해 AI 기반 스팸·스미싱 필터링 시스템 고도화를 추진했고, 전사 태스크포스를 주도해 불법 스팸 퇴치에도 앞장섰다.
그러나 이번 해킹사건 이후 SK텔레콤은 CEO 직속 통합보안센터를 신설하고 아마존·삼성전자·ETRI·캐나다 정부 등에서 경력을 쌓은 이종현 박사를 신임 정보보안총괄로 선임했다. 동시에 CISO와 CPO를 분리해 CPO에는 차호범 AI거버넌스팀장이 승진·선임됐다. 결과적으로 CISO와 CPO를 겸직해온 손 부사장은 애매한 위치에 놓였다. 현재 그는 조직 내에 남아 있으나 반기보고서에는 신규 임원으로 이종헌 박사가 등록돼 있다. 손 부사장은 부사장 직함을 유지하고 있지만 임원이 또 다른 임원 휘하에 속한 셈이다.
보안과 달리 AI 분야의 경우 AI 기업 전환 전략이 순항해왔고 국가대표 AI 프로젝트 최종 팀 선정이라는 성과도 거뒀기에 보안 분야와는 다른 양상을 보일 전망이다.
이번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양승현 CTO는 2022년 말 SK텔레콤에 합류한 뒤에는 AI R&D 센터장을 맡아 AI를 전사 핵심 DNA로 심는 데 주력했다. 그는 AI 상담센터 ‘에이닷(A.)’, AI 콘택트센터(AICC), 비전 AI, AI 반도체, 디지털 트윈 등 주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의료·로보틱스·보안·ESG 등으로 AI 적용을 넓혔고 저화질 영상을 고화질로 전환하는 ‘슈퍼노바’도 대표 성과로 꼽힌다. 또 ‘AI+X(산업)’ 전략을 통해 핵심 기술과 R&D를 테크기업 발굴에 접목해 AI 역량을 강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통신을 넘어 외부 산업 전반으로 AI 생태계 확산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