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명인제약이 설립 40년 만에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면서 여러 의혹에 휩싸였다. 희망 공모가를 낮게 산정했다는 논란부터 승계와 내부거래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총수인 이행명 회장이 직접 나서 해명을 했지만 논란이 해소되고 있지 않다. 이에 FETV는 명인제약 IPO에서 불거진 의문을 해소할 수 있는 단서를 찾아보고자 한다. |
[FETV=김선호 기자] 명인제약에게 기업공개(IPO)는 자금조달보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라는 타이틀을 갖출 수 있다는 것에 의미가 더 큰 것으로 분석된다. 승계를 위한 절세 방안이라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주가 변동 요인 등을 고려하면 지분 증여로만 단정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자금융공시를 살펴보면 명인제약은 감사보고서를 첫 공시한 1999년부터 현재까지 흑자경영을 이어온 제약사다. 연간 영업이익은 1999년 69억원에서 2024년 연결기준 928억원으로 증가했다. 매출 또한 1999년 245억원에서 2024년 2694억원으로 늘었다.
1985년에 설립해 40년 동안 제약사업을 진행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흑자경영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이어오며 사업을 확장해나간 것으로 분석된다.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정신신경용제(CNS:Central Nervous System)에 특화된 기술력이 바탕이 됐다.
![명인제약 연혁 [사진 명인제약 IR]](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939/art_17585288706714_5a9444.jpg?iqs=0.4301536698133386)
올해 상반기 말 연결기준 이익잉여금만 5617억원에 달한다. 자본잉여금은 없는데 이는 주식발행을 통한 증자 또는 감자 등 자본거래를 통해 유입한 초과분이 없다는 의미다. 부채비율도 8.89%로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명인제약은 IPO로 공모자금 1972억원을 모집해 시설과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시설자금으로 발안2공장 고형제동 증축, 팔탄1공장 생산설비 증설에 1085억원, 운영자금으로 신약개발, 신기술도입, 기타 운영자금 등 851억원을 투입한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자금을 보유 현금으로도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 477억원, 단기투자자산(단기금융상품) 2300억원을 기록했다는 점만 감안해도 이러한 분석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때문에 IPO로 오너가 지분율을 낮추고 승계 시 절세를 노리는 것이라는 의혹이 야기된 것으로 풀이된다. 비상장사의 경우 수익가치가 반영된 평가방식으로 주당 평가액이 높게 산정되지만 상장 이후에는 일정 기간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증여세를 산정한다.
시장에서 기대만큼의 주가를 형성하지 못하면 증여세 부담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에 이행명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대주주 지분이 이미 충분한 상황에서 굳이 상장으로 지분을 분산할 이유가 없다”며 승계 목적이라는 의혹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이러한 이행명 회장의 의지에 힘이 실리는 건 주가 변동성에 기인한다. 상장 이후 주가가 상승하면 절세 효과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증여 시점에서 주가가 인위적으로 낮게 형성됐다고 판단될 경우 국세청이 ‘부당 저가 증여’로 간주해 조사에 나설 수도 있다.
물론 향후 이행명 회장이 장녀 이선영 씨와 차녀 이자영 씨에게 지분을 증여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 자체를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분 증여 시 절세를 위한 목적에서 IPO를 추진한다고 단정하기에는 힘든 양상이다.
이에 이행명 회장은 “해외에서 글로벌 라이선싱이나 신약 공동연구, 전략적 파트너십을 추진할 때마다 상장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어려움을 많았다”며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도 비상장사라 국내외 우수 인재 영입이 점점 어려워져 상장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전했다.
![명인제약 해외 권역별 시장 확대 추진 계획 [사진 명인제약 IR]](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939/art_17585304338026_4264e6.jpg?iqs=0.02353250898947057)
이행명 회장이 명인제약 IPO를 추진하는 주요 목적에는 자금조달도 있지만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토대 마련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 상장사라는 타이틀로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해 사업을 확장해나가겠다는 의지다.
명인제약의 올해 상반기 기준 수출은 전체 매출에서 0.32%에 그쳤다. 이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글로벌 업체가 요구하는 조건에 부합해야 한다.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본격화, 해외 제약사와 기술이전, 글로벌 임상 등을 진행하기 위한 토대가 IPO인 셈이다.
명인제약 관계자는 “IPO는 자금조달과 지배구조 고도화를 동시에 달성하는 전략”이라며 “신약, 펠렛, 기술이전 등 같은 장기 프로젝트를 위해 시장의 신뢰와 자금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투명성, 내부통제가 강화된 상장사로서 글로벌 파트너십에도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