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신동현 기자] 지난 8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구축 사업에 선정된 정예 5팀 중 1팀이 탈락하는 1차 단계 평가가 12월에 진행될 예정이다. 평가까지 3개월을 앞둔 가운데 LG AI연구원이 5팀 중 가장 주목받고 있다. 2020년부터 5년간 AI 연구에 투자한 구광모 회장의 결단이 마침내 결실을 맞이하고 있다.
◇외부 인사 영입 등 그룹 차원 파격 행보…구광모 회장의 의지
LG AI연구원은 2020년 12월 7일 공식 출범했다. LG그룹은 당시 “최신 AI 원천기술 확보와 AI 난제 해결을 위한 전담 조직”을 표방하며 연구원을 세웠다. 설립에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LG CNS 등 16개 계열사가 공동 참여했고 3년간 글로벌 인재 확보와 연구개발에 2000억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다.
연구원 설립에는 구광모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 구 회장은 2018년부터 마곡 LG사이언스파크 내에 LG그룹 최초의 AI 조직인 AI추진단을 설립하는 등 AI 분야 사업에 적극적이었다. 연구원 설립 당시 구 회장은 "LG가 추구하는 AI의 목적은 기술을 넘어 고객의 삶을 더 가치 있도록 돕는 것에 있다”며 “이 과정에서 AI연구원이 그룹을 대표해 기업 스스로의 변화와 혁신의 방법을 발전시켜나가는 핵심적인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고의 인재와 파트너들이 모여 세상의 난제에 마음껏 도전하면서 글로벌 AI 생태계의 중심으로 발전해 가도록 응원하고 힘을 보태겠다”고 말하며 그룹 차원에서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구 회장은 초대 원장으로 LG사이언스파크 AI추진단장이던 배경훈 상무를 임명했으며 세계적 석학인 이홍락 미시간대 교수를 CSAI(Chief Scientist of AI)로 영입했다. 당시 순혈주의적이고 보수적인 LG 조직 문화 속에서 외부인인 이홍락 CSAI의 영입은 상당히 파격적인 인선이었다는 평가였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이미 글로벌 AI 모델이 상용화된 상황에서 굳이 국산 모델을 자체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느냐”는 회의론도 제기됐다. 또한 짧은 시간 안에 실적은 내야하는 기업 입장에서 AI연구원 설립이 이러한 성과 외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설립 1년 만에 자체 모델 '엑사원' 출시…독자 AI 모델 정예팀 승선
LG AI연구원은 2021년 캐나다 토론토대와 공동으로 설명 가능한 AI(Explainable AI)와 연속 학습(Continual Learning) 분야 논문을 세계적 학회 AAAI에 발표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첫 초거대 언어모델 ‘엑사원 1.0’을 선보였고, 2023년 ‘엑사원 2.0’을 통해 텍스트와 이미지를 동시에 처리하는 멀티모달 기능을 강화하며 LG화학 등 주요 계열사에 해당 모델을 적용했다. 2024년에는 한국어 특화 오픈소스 모델 ‘엑사원 3.0’을 발표해 KoBEST 벤치마크에서 동급 모델 중 최고 성능을 기록했다. 이어 같은 해 공개된 ‘엑사원 3.5’는 국내 모델 가운데 유일하게 스탠퍼드 AI 보고서에 등재됐다.
이 과정에서 LG경영개발원의 AI 연구용역 수익은 급성장했다. 2020년 44억3300만원에 불과하던 매출은 2021년 535억원으로 10배 이상 늘었고, 2024년에는 1583억원으로 5년간 약 3450% 증가했다.
2025년에는 ‘엑사원 Deep’과 ‘엑사원 4.0’을 잇달아 공개했다. 특히 엑사원 4.0은 ‘추론·비추론’을 모두 지원하는 하이브리드 모델로 온디바이스 환경에서도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며 글로벌 인텔리전스 지수 평가에서 세계 11위, 국내 1위를 기록했다.
이러한 성과를 토대로 LG AI연구원은 2025년 8월 정부 주도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구축 사업의 정예 5팀 중 하나로 선정됐다. 컨소시엄에는 LG경영개발원 AI연구원을 중심으로 LG유플러스, LG CNS, 슈퍼브AI, 퓨리오사AI, 한컴, 이스트소프트, 뤼튼 등 다양한 AI·플랫폼 기업이 참여해 ‘프론티어 AI 모델’ 개발과 산업별 선도 사례 확산을 맡는다.
오는 12월에는 첫 6개월 단위 단계 평가가 진행된다. 평가 방식은 국민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경연 형식으로 글로벌 최신 모델 대비 95% 이상 성능을 목표로 설정하는 ‘무빙타겟(Moving Target)’ 기준이 도입된다. 한국어 성능과 서비스 구현력, 국산 반도체 활용계획 등이 주요 평가 항목이며 이 과정을 통과하지 못한 1팀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중도 하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