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대기업과 협력업체 간 공정한 거래와 상생은 산업 전반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최근 포스코이앤씨에서 연이어 발생한 산재로 협력업체 안전 관리를 비롯한 거래 전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FETV가 하도급법 공시를 통해 산업계 전반의 하도급 대금 결제 실태를 짚어봤다. |
[FETV=나연지 기자] 포스코 산업재해 여파로 협력업체 관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화그룹 상장사들은 상반기 하도급 대금을 현금을 100%로 지급했지만, 계열사별 지급 속도에서는 뚜렷한 격차가 드러났다.
2025년 한화그룹 상장사 상반기 하도급 대금 결제 공시에 따르면 한화시스템은 지급 속도가 가장 빨라 대금의 90% 이상을 열흘 내에 처리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15일 이내 98% 이상을 지급해 단기 자금 부담을 최소화했다. ICT·방산 특성상 반복 정산과 정기 결제가 많아 현금 회수가 빠른 구조가 반영된 결과다.
반면 제조·소재·조선 계열은 중기 분산형 구조다. 한화오션은 10일 내 지급이 64% 수준에 그쳤고, 나머지는 보름 이상 걸리는 구간으로 분산됐다. 한화비전은 10일 내 61%, 15일 이내까지 합치면 90% 가까이 지급됐으나, 일부 물량은 여전히 30일 이상 소요됐다. 한화솔루션은 단기(15일 내) 지급이 66% 수준이지만, 전체 대금 중 27%가 15일부터 30일 구간에 몰려 있어 유동성 측면에서 체감 속도는 떨어진다.
지주·유통·중공업 계열은 장기 구간이 뚜렷했다. ㈜한화는 대부분의 대금이 보름 이상 지난 후에야 지급됐다. 복합 투자와 내부거래가 얽히며 정산 캘린더 자체가 길어진 탓이다. 한화엔진은 한 달 이상 걸리는 장기 지급 구조가 사실상 고착화돼 있으며, 상생결제·어음대체 수단 의존도가 높다. 한화갤러리아는 월 단위 일괄 정산 관행이 이어지며 대금이 두 달 가까이 밀리는 구조가 나타났다.
이처럼 ‘현금성 결제비율 100%’라는 외형적 성적표 뒤에는 계열사별 속도 격차가 숨어 있다. 한화시스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단기 지급으로 협력사의 숨통을 틔운다면, ㈜한화와 한화엔진, 한화갤러리아는 두 달 가까이 현금 공백이 발생하는 구조다. 한화오션과 한화솔루션, 한화비전도 안정성은 확보했지만 일정 비중은 보름 이상 걸려 체감 유동성은 방산·ICT 계열에 비해 떨어진다. 협력사가 체감하는 신뢰도는 단순한 ‘현금성 100%’가 아니라 ‘10일 내 지급 비중’에 의해 갈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금 유입 속도가 협력사 유동성을 결정한다”며 “10일 내 지급 확대와 장기 구간 축소가 실질적 상생의 핵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