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신동현 기자] 크래프톤이 좀 더 주주친화적인 배당정책을 펼칠까. 지난 3년간 자사주 소각 중심의 주주환원정책을 시행했던 크래프톤이 기존 정책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주주환원 정책을 준비 중이다. 상장 후 줄곧 무배당 기조를 유지해 온 만큼 내년에 공개될 새 정책에 현금 배당 포함 여부가 관건으로 보인다.
◇ 3개년 주주환원정책 마무리…주식 취득·소각 방식 진행
크래프톤은 지난 7월 29일 열린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향후 주주환원 정책 방향에 대해 언급했다. 배동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기존 정책은 종료됐지만, 새로운 정책 수립을 위한 내부 검토가 진행 중”이라며 “자사주 100% 소각 등 기존 정책이 긍정적으로 평가받은 만큼, 진정성을 유지하면서도 기업가치 제고와 재원 활용 간 균형을 맞춘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정책은 “내년 신년 이사회 시즌을 전후해 공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크래프톤은 앞서 2023년 2월 7일 이사회를 통해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적용되는 3개년 주주환원정책을 수립한 바 있다. 해당 정책은 전년도 잉여현금흐름(FCF)에서 투자 금액을 제외한 금액의 40% 한도 내에서 환원을 집행하는 구조다. 잉여현금흐름은 연결현금흐름표상의 영업현금흐름에서 리스 부채 상환 등 영업 관련 지출과 설비투자(CAPEX)를 조정해 산출하며, 유가증권시장 상장 시 조달한 공모자금은 투자 금액에서 제외된다.
주주환원 방식은 자기주식 취득 및 소각이다. 회사는 2023~2025년 기간 동안 매년 자사주를 취득했으며, 이 중 2023년에 매입한 자사주는 전량 소각할 예정이라 밝혔다 이후 2024~2025년 취득분 중에서도 최소 60% 이상을 소각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크래프톤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적용되는 3개년 주주환원정책에 따라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연도별로 실행해왔다. 2023년에는 87만4547주의 자사주를 1679억원에 매입해 전량 소각했다. 당시 회사는 정책 수립 초기부터 100% 소각을 명시했으며 이를 계획대로 집행했다. 2024년에는 79만6150주를 1992억원에 매입했으며 이 중 47만7690주를 1195억원 규모로 소각했다. 이는 ‘취득 주식의 최소 60% 이상 소각’이라는 정책 기준을 충족하는 수치다. 2025년에는 5월 23일 53만723주의 자사주 소각이 이뤄졌고 소각 규모는 약 1790억원이다.
◇ 상장 이후 현금배당 X…주가 부진도 이어지며 부담
크래프톤은 2021년 상장 이후 현재까지 현금배당을 단 1차례도 실시하지 않았다. 주주환원 수단으로는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이 일관되게 활용됐으며 이에 대한 주주들의 평가와 요구는 해마다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표출돼 왔다.
2024년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현금배당 관련 질의가 나왔다. 이에 대해 김창한 대표는 “주주총회 자리에서 배당을 약속할 수는 없지만 전체적인 주주환원정책 내에서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배동근 CFO 역시 “초기 정책 수립 당시 무상증자, 배당, 자사주 소각 등 다양한 방안을 실증 데이터와 함께 검토한 결과, 자사주 소각 방식이 장기적으로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내년 수립될 새로운 환원 정책에서는 배당 방식을 포함해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024년 당시 시장 상황도 이러한 논의를 촉발한 배경 중 하나였다.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3월 26일 기준 크래프톤의 주가는 약 24만원으로, 상장 공모가(49만8000원) 대비 60% 이상 낮은 수준이었다. 당시 기준 소액주주는 전체 13만1722명, 지분율은 약 40.1%에 달했다. 이들 주주들은 지속된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배당이 이뤄지지 않는 점을 지적하며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이사회와 경영진은 자사주 환원 기조를 유지하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시장과의 소통을 통해 주주 요구를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실제로 배동근 CFO는 “2024년 자사주 취득 규모는 전년 대비 20% 확대될 예정이며, 소각 규모도 늘어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25년 8월 1일 기준 크래프톤의 종가는 약 3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상장 공모가 대비로는 여전히 40% 이상 낮은 수준이다. 장기 보유 중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2년 가까이 이어진 주가 부진과 무배당 기조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2026년 수립될 차기 주주환원정책에서 배당 등 현금 중심의 환원 방안이 포함될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상법 개정 변수…잉여현금흐름 ↑
주주환원정책의 향후 변화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로는 상법 개정안도 거론된다. 최근 개정된 상법은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보호 강화를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해소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이 기존 ‘회사’에서 ‘모든 주주’로 확대된 점이다. 이는 이사가 경영 판단을 내릴 때 지배 주주 또는 대주주 중심의 이익뿐 아니라, 일반 소액주주를 포함한 전체 주주의 이익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과거에는 회사의 재무 건전성 확보를 명분으로 한 배당 축소나 소수주주에 불리한 의사결정이 이사의 충실 의무 위반으로 보기 어려웠지만, 법 개정 이후에는 해당 기준이 보다 엄격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 네이버증권]](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831/art_17540645490099_0aba5a.png?iqs=0.9685250595231385)
또 크래프톤의 경우 잉여현금흐름(FCF)이 증가하는 추세다. 연결 기준 잉여현금흐름은 2021년 6526억원에서 2022년 4861억원으로 감소했으나, 2023년 6280억원으로 반등했고 2024년에는 8877억원으로 확대됐다. 정책상 FCF는 자사주 취득 및 소각 등 환원 재원의 기준이 되는 만큼 증가세가 이어지는 현 상황은 주주환원 확대를 외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