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원일 기자] ‘기후 위기 대응은 곧 재생에너지’라는 공식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목표 아래 풍력과 태양광에 쏠렸던 시선이 다시 원전으로 향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SMR(소형모듈원전)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며 변화의 흐름을 읽고 있는 지금, ‘최선’이 아닌 ‘차선’의 가능성을 다시 검토해야 할 때다.
탄소중립은 궁극적 ‘목표’지만 그 목표를 향하는 길은 하나가 아니다. 지난 10여 년간 우리는 풍력, 태양광, 수소 등 다양한 재생에너지 기술에 집중해 왔다. 환경적 이상과 기술적 확신이 결합된 결과였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낙관적이지 않았다. 수급 안정성, 송전망 확장, 보급속도 유지 등 구조적 한계를 마주하면서 점차 ‘재생에너지 중심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이 틈을 파고든 것이 바로 원자력 발전이다. ‘탄소는 없지만 위험은 있다’는 딜레마로 인해 점진적인 소멸의 대상이었던 원전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특히 안전성과 경제성을 강화한 SMR(소형모듈원전)은 기존 대형 원전의 대안이자 재생에너지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차선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건설이 최근 미국 홀텍과 협업하며 SMR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미 아랍에미리트 원전 사업을 통해 기술력과 실행력을 입증한 현대건설이 이제 차세대 원전 시장의 중심에 선 것이다. 이는 단지 한 기업의 선택이 아니라 한국 산업 전반이 ‘현실적 에너지 전략’으로 방향을 트는 신호일 수 있다.
물론 원전이 무결점의 만능은 아니다. 사회적 수용 여부, 폐기물 처리 장소 확보, 장기적 안전성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기후 위기와 산업 경쟁이라는 시급한 과제를 앞에 두고 ‘완벽한 해답’만 고집하기에는 시간이 없다. ‘최선이 아니면 안 된다’는 이상주의는 때때로 해법을 더디게 만든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균형이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계속하되 원전이라는 차선의 무게도 고려하는 전략, 다시 말해 이상과 현실이 충돌하지 않는 지점을 찾아야 할 때다.
현대건설의 SMR 진출은 그 첫번째 실험이다. 환경이 변화하고 산업전략이 조정될 때 우리는 어느 쪽에 설 것인가. ‘최선’이라는 ‘신념’을 계속 내세울 것인가, 아니면 ‘차선’ 속에 숨은 최적의 ‘해법’을 찾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