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형지그룹의 오너 2세인 최준호 부회장은 2021년 계열사 형지글로벌 대표에 오르며 ‘2.0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그로부터 4년 후인 올해 간편결제 서비스와 스테이블코인을 내세우며 본격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다만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재무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FETV는 형지그룹 오너 2세가 그리는 청사진과 이를 위한 재무구조를 살펴보고자 한다. |
[FETV=김선호 기자] 형지그룹이 주요 계열사 형지글로벌을 앞세워 스테이블코인 ‘형지코인’과 간편결제 플랫폼 ‘형지페이’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위한 재무 전략은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다. 해외 법인 설립 등 전략은 구체화되고 있지만 사업 추진을 위한 자금 조달 방안은 공개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최근 형지글로벌은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제가 마련된 싱가포르에 ‘형지코인’을 선제적으로 도입하기로 했고 국내 유통망에 이를 적용하기 위한 개발과 운영 인력 확보에 나섰다고 밝혔다. 네이버에서 주요 요직을 맡은 이상협 고문을 합류시킨 것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다.
이상협 고문과 함께 혁신적인 결제시스템 개발과 형지코인 발행에 속도를 낼 국내외 IT기업 전문인력을 영입하고 금융권을 비롯해 글로벌 디지털자산 보안기업 등과 협력을 위한 논의를 지속적으로 진행해 신사업을 보다 구체화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형지그룹이 보유한 전국 2000여개 유통망과 20여개 브랜드, 고객 600만여명을 대상으로 형지글로벌이 발행하는 형지코인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형지페이에 연동시켜 상용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형지글로벌은 올해 하반기 중 싱가포르에 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다만 신사업 추진을 위한 자금 마련 방안에 대해 형지그룹 측은 “충분한 검토와 준비 과정을 거치고 있으며 구체적 내용은 절차에 따라 단계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일축했다. 신사업을 추진하는 형지글로벌은 사실상 금융권으로부터 차입조차 제한돼 있는 실정이다.
금융권으로부터 차입이 제한됨에 따라 유상증자로 자금을 유입시키기로 했고 이에 따라 최근 192억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다만 해당 자금은 오프라인 매장 신규 오픈과 리뉴얼, 외상매입대금 결제와 생산물량 확보 등에 투입되는데 활용된다.
유상증자로 유입되는 자금을 제외하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은 42억원에 불과했다. 2021년 현금및현금성자산이 186억원이었지만 적자경영이 이어지면서 외상매입 대금도 감당하기 힘들었다. 부채비율은 2021년 60.8%에서 올해 1분기 118.8%로 상승했다.
해당 자금만으로는 싱가포르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기 힘들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MPI(Major Payment Institution, 50억원 이상 발행) 허가를 받는 절차를 거친다. 허가 조건 중 하나가 자기자본을 포함해 10억원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추가적인 준비금이 필요하다. 스테이블코인 50억원 이상을 발행하기 위해서는 그 전액을 모두 준비금으로 확보해야 한다. 이를 단순 합산하면 약 6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고 있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을 제외한 올해 1분기 말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만으로는 이를 마련할 수가 없다.
형지글로벌은 올해 하반기 중에 싱가포르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하기는 했지만 자금 마련 방안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형지글로벌로서는 사업 실적 개선에 따른 현금 유입에 기대를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형지글로벌의 자금수지 계획 [표 형지글로벌 투자설명서]](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729/art_17528051549509_e7e4f4.jpg?iqs=0.08602183349174564)
형지글로벌은 유상증자 이후 현금흐름 추정치(자금수지 계획)를 투자설명서에 기재했다. 이를 살펴보면 2025년 하반기에 유상증자로 자금이 유입됨에 따라 현금및현금성자산이 251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기반으로 2026년 영업수익을 증가시키겠다는 목표다.
2026년 추정 영업수입은 406억원으로 2025년 대비 12.3%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업지출은 2025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시켜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개선시킬 계획이다. 2026년 영업활동으로 유입될 것으로 기대되는 금액은 115억원으로 2025년 대비 71.5% 증가하는 수치다.
그럼에도 현금및현금성자산이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지는 않았다. 2026년 하반기에 사모사채 상환으로 80억원 등이 지출되기 때문에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00억원대로 2025년과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중에 일부를 신사업에 투입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목표한 실적을 달성했을 때 검토할 수 있는 사항이다.
형지그룹 관계자는 “현재 급변하는 시장환경 속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략적 방향을 마련하고 있다”며 “신사업과 관련해서는 충분한 검토와 준비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