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형지그룹의 오너 2세인 최준호 부회장은 2021년 계열사 형지글로벌 대표에 오르며 ‘2.0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그로부터 4년 후인 올해 간편결제 서비스와 스테이블코인을 내세우며 본격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다만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재무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FETV는 형지그룹 오너 2세가 그리는 청사진과 이를 위한 재무구조를 살펴보고자 한다. |
[FETV=김선호 기자] 형지그룹이 주요 계열사의 실적 부진으로 인해 현금곳간이 말라가고 있는 형편이다. 주요 계열사 중에서는 본업인 패션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재화 등 매입 대금을 결제할 수 있는 자금도 부족한 실정이다. 때문에 페이·코인 등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실탄 마련도 힘겨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형지그룹의 지배구조는 창업주인 최병오 회장을 중심으로 계열사가 배열돼 있는 구조다. 최 회장이 직접 지분을 보유하고 지주사로서 역할하고 있는 계열사는 패션그룹형지(종속기업 형지글로벌, 네오패션형지, 아트몰링, 형지에스콰이아)다.
이외에 주요 계열사로 형지리테일, 형지엘리트와 형지I&C(종속기업 형지디비제일차) 등이 있다. 그중 형지리테일의 경우 최대주주로 패션그룹형지(14.06%)가 위치하지만 형지I&C(6.95%), 형지글로벌(6.2%)이 지분을 나눠가지고 있는 구조다.
우선적으로 패션그룹형지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3% 감소한 301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감소에도 원가는 오히려 증가함에 따라 영업이익은 47억원으로 79.3% 감소했다. 여기에 채권의 대손상각비 증가, 금융비용 부담으로 당기순이익이 적자전환했다.
당기순이익이 2023년 63억원을 기록했지만 2024년에 287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출혈이 발생했다. 기타채권에서 보면 대손상각비가 미수금에서 76억원, 미수수익에서 5억원, 단기대여금에서 36억원, 장기대여금에서 5억원이 발생했다. 그만큼 자금을 회수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매출원가가 증가한 원인 중 하나는 재고자산평가손실이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패션그룹형지는 재고자산평가손실로 84억원을 인식했고 이를 매출원가에 포함시켰다. 이는 재고자산의 가치가 하락했다는 것으로 실적 부진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더군다나 부채비율이 지난해 453.8%로 전년 동기 대비 135.6%p 상승했다. 재무건전성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는 신호다. 차입금 내역 중 지난해 말 기준 단기차입금은 19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4% 증가했다. 유동성장기부채, 장기차입금까지 더하면 2297억원에 달했다.
![패션그룹형지의 유형자산 담보 내역 [표 패션그룹형지 감사보고서]](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729/art_17527314295545_001e2e.jpg?iqs=0.00931781353241301)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차입하면서 873억원 규모에 달하는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했다. 특히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면서 단기차입으로 구매자금대출을 일으킨 점이 눈에 띈다.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 등을 부담할 수가 없어지면서 물품 구매를 위한 차입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형지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형지리테일은 2015년부터 적자경영이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해 말 기준 누적된 결손금만 891억원에 달했다. 계속기업으로서 존속 능력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감사보고서에 기재하기도 했다.
형지I&C는 최근 유상증자를 진행해 391억원의 자금을 유입시켰다. 그중 170억원을 구매 생산대금 결제, 해외원단수입 결제에 활용한다. 나머지 23억원은 매장 인테리어 개선 등 시설자금, 198억원은 채무상환 자금에 투입된다.
형지I&C는 지난해 영업이익 마이너스(-) 5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이 가운데 금융비용으로 지출되는 규모가 증가함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도 유상증자로 자금을 모집했어야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를 보면 '형지코인·형지페이' 등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형지글로벌을 지원할 수 있는 계열사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형지엘리트가 영업이익을 창출하면서 성장해나가고 있지만 재무가 악화된 형지글로벌을 지원하기에는 부족한 것으로 분석된다.
![형지글로벌이 투자설명서에 기재한 자금조달 방안과 한계 [자료 형지글로벌 투자설명서]](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729/art_17527319101363_eac609.jpg?iqs=0.09608779429342917)
형지글로벌이 유상증자를 위해 공시한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보유한 형지엘리트 주식 담보제공 및 최대주주인 패션그룹형지의 지급보증 등 강화된 조건을 제안했지만 재무안정성이 열위해 차입금 조달이 불가했다. 때문에 유상증자를 단행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유상증자로 형지글로벌이 확보한 자금은 192억원이다. 그중 12억원은 시설자금, 18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운영자금은 구체적으로 2025년 3분기에 외상매입대금 결제, 2025년 3분기부터 2026년 1분기까지 국내외 생산물량 확보에 투입된다.
더이상 계열사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형지글로벌로서는 유상증자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자금 여력이 생긴 셈이다. 다만 이번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은 최근 형지코인, 형지페이 등 디지털자산 사업에 투입되지는 않는다. 추가적인 외부 자금 조달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형지그룹 관계자는 “신사업과 관련해 충분한 검토와 준비 과정을 거치고 있다”며 “그룹의 핵심 경쟁력인 패션 제조·유통 역량을 강화하고 고객 가치를 실현하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