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8 (금)

  • 흐림동두천 23.0℃
  • 흐림강릉 20.8℃
  • 서울 27.9℃
  • 구름많음대전 28.0℃
  • 흐림대구 27.6℃
  • 구름많음울산 25.5℃
  • 구름조금광주 28.6℃
  • 구름조금부산 28.2℃
  • 구름조금고창 28.4℃
  • 구름많음제주 29.8℃
  • 흐림강화 26.6℃
  • 구름많음보은 23.2℃
  • 구름많음금산 27.2℃
  • 구름많음강진군 29.6℃
  • 구름많음경주시 26.8℃
  • 맑음거제 28.6℃
기상청 제공


산업


현대트랜시스, 국내 첫 ESRS 도입…‘공시=생존’ 시대 개막

ESG 리스크 공개가 납품 조건
차 부품업계, 국제표준 맞춰 전면 재편

[FETV=나연지 기자] “이제 부품사도 ESG 공시를 피할 수 없다”

 

현대트랜시스가 국내 부품사 가운데 처음으로 유럽 지속가능성 공시기준(ESRS)을 전면 도입했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살아남으려면 ESG 리스크까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국제표준에 맞춘 정보 공개 없이는 납품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시대, 자동차 부품업계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현대트랜시스는 최근 ‘2025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현대트랜시스는 유럽연합(EU)이 채택한 유럽 지속가능성 공시기준(ESRS)을 국내 부품사 최초로 본격 적용했다. ESRS는 ESG 공시의 국제표준으로 불리며, 기후변화·생물다양성·자원순환·인권 등 공급망 전체의 리스크를 정량화해 공개한다.

 

◇ ‘납품조건=ESG 공시’…공급망 전반 판 바꾼 ESRS, 車부품 생존 공식


현대트랜시스의 이 같은 행보는 단순히 투명경영을 넘어 생존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025년부터 본격 적용되는 유럽연합(EU)의 기업 지속가능성 공시 지침(CSRD), 2027년 이후 시행될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SDDD) 등 새로운 규제 때문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부품 공급사의 ESG 리스크까지 낱낱이 보고해야 유럽 시장에 수출이 가능해진다. 현대트랜시스는 이 같은 변화에 맞춰 국내 부품사 중 가장 먼저 대응했다.

 

현대트랜시스 측은 “유럽 시장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고, 앞으로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ESG 공시와 의무고지 등 새로운 영업활동 조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ESG 공시 여부 자체가 납품의 전제조건이 됐다. 실제로 현대트랜시스는 ▲기후재해 노출도 ▲자연자본 훼손 ▲유해화학물질 등 9대 핵심 ESG 이슈를 도출해, 각각의 위험요소를 수치로 공개했다.

 

특히 올해부터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벤더 선정 과정에서 ESG 데이터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 현대트랜시스처럼 ESRS에 맞춘 정보 공개가 없으면 납품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이제 공시 전쟁의 시대”라며 “ESRS 등 국제표준 기반 ESG 공시가 부품사 생존의 관문”이라고 진단했다.

 

업계에선 이번 ESRS 도입이 자동차 부품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그동안 일부 대기업이나 완성차 중심이던 ESG 공시가, 이제 부품 협력사와 중견·중소기업까지 전방위로 확산되는 구조다. ESG 수준을 끌어올려야만 ‘유럽 시장 입성→글로벌 벤더 선정→장기 공급계약’의 선순환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공급망 전체의 ESG 투명성이 바로 경쟁력이 되는 시대”라고 진단한다. 실제로 현대트랜시스는 “ESG 이슈가 곧 제품 전략”임을 명확히 했다. 친환경 부품, 저탄소 생산, 안전·윤리경영 등 ESG 핵심 이슈가 모든 신사업·신제품의 개발 기준이 됐다는 것이다.

 

물론 과제도 남는다. ESRS 기준에 맞춘 정보 공개를 위해선 막대한 시스템 투자와 인력·데이터 확보가 필요하다. 특히 국내 중소 부품사들은 인력난·비용부담으로 선제적 대응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대기업-중소 협력사 간 데이터 공유와 ESG 역량 강화 지원책이 병행돼야, 자동차 공급망 전체의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현대트랜시스 관계자는 “2029년부터 시행될 유럽 판매 의무고지사항 등 유럽 영업활동 조건 역시 선제적으로 도입 중이며, 그 기준에 맞춰 차질 없이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이중 중대성 평가란?…부품사 ESG, 9대 이슈로 본질 진단


현대트랜시스가 이번 보고서에서 강조한 것은 '이중 중대성(Double Materiality) 평가'다. 기업의 ESG 이슈를 선정할 때 단순히 회사에 미치는 영향뿐 아니라, 회사가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까지 동시에 평가한다는 의미다. 이 평가 방식은 국제 표준이 되고 있는 ESRS의 핵심 원칙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주로 '기업 실적'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리스크만 중시했다면, 이제는 기업 활동이 사회와 환경에 어떤 파장을 주는지도 똑같이 따진다. 유럽 규제에 맞춰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면, 공급망 전 과정에서의 위험과 책임까지 투명하게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부품사들의 ESG 전략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하게 만들었고, 이로 인해 이중 중대성 평가는 한층 더 중요시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현대트랜시스는 이중 중대성 평가를 거쳐 ▲기후변화 ▲자원 고갈 ▲생물다양성 ▲물 사용 ▲유해화학물질 관리 ▲안전·보건 ▲다양성·포용성 ▲지역사회 기여 ▲윤리경영 등 9가지 항목을 핵심 ESG 이슈로 선정했다. 각 이슈는 ESRS 체계에 맞춰 구체적인 정량 수치와 실제 사례로 평가됐다.

 

기후변화 부문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과 에너지 사용량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기후변화로 인한 생산 리스크를 정량적으로 평가했다. 자원 고갈은 원재료 채굴과 소비, 재활용 현황을 수치로 공개하고, 자원 순환을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

 

생물다양성에서는 공급망 내 서식지 훼손, 멸종위기종 보호 등 생태계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물 사용 항목에서는 공장 전체 용수 사용량과 오염수 배출, 지역사회 물 부족 기여도를 투명하게 밝혔다.


유해화학물질 관리 부문은 화학물질의 사용과 폐기, 관련 리스크에 대한 체계적 관리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안전·보건 부문에서는 근로자 안전과 산업재해, 작업장 건강관리를 위해 개선 목표와 달성 실적을 공개했다.


다양성·포용성은 여성·청년·장애인 등 다양한 인재 고용 현황과, 관련 정책 성과를 수치로 제시했다. 지역사회 기여에서는 사회공헌과 협력사와의 상생 활동 등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했다. 윤리경영은 부패방지, 공정거래, 준법 경영 등 윤리 실천 성과를 사례와 함께 제시된다.

 

각 항목별로 공급망 내 어디에서, 어떤 형태로 리스크가 발생하는지와, 그에 대응한 실제 관리 방안(예: 온실가스 감축 프로그램, 유해화학물질 대체 정책, 지역사회 상생협력 등)도 함께 공개했다.

 

현대트랜시스는 "9대 ESG 이슈는 모두 공급망 전체의 지속가능성 확보와 직결된다"며 "ESG 공시가 단순한 규제 대응을 넘어, 회사 경쟁력과 신사업의 기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