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7 (목)

  • 흐림동두천 23.0℃
  • 흐림강릉 20.8℃
  • 서울 27.9℃
  • 구름많음대전 28.0℃
  • 흐림대구 27.6℃
  • 구름많음울산 25.5℃
  • 구름조금광주 28.6℃
  • 구름조금부산 28.2℃
  • 구름조금고창 28.4℃
  • 구름많음제주 29.8℃
  • 흐림강화 26.6℃
  • 구름많음보은 23.2℃
  • 구름많음금산 27.2℃
  • 구름많음강진군 29.6℃
  • 구름많음경주시 26.8℃
  • 맑음거제 28.6℃
기상청 제공



[팀장칼럼] 전직 롯데 임원의 사과 “내가 더 잘했어야”

[FETV=김선호 기자] “이제는 외부인이 됐지만 롯데에 있었을 때 더 신중하게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 투자를 진행하고 사업을 추진했다면 지금의 위기는 없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지금 롯데그룹에서 일하는 임직원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떠나고 나서 드는 후회이지만 단기 성과가 아닌 보다 긴 호흡으로 미래를 봤다면 보다 나은 롯데가 돼 있지 않았을까”

 

롯데그룹의 주요 계열사에서 고위직을 지낸 한 전직 임원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거진 ‘유동성 위기 루머’에 이어 연일 지면을 채우고 있는 ‘매각’ 보도를 보며 느낀 소회다.

 

그동안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운 롯데그룹은 현재 보유 자산을 매물로 내놓으며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그가 재직하던 시기 롯데그룹은 자산개발과 유통 사업구조 간 시너지를 창출하며 하는 사업마다 잘 됐다. 롯데그룹은 이를 기반으로 대규모 투자와 M&A를 진행해 롯데케미칼을 키울 수 있었다. 

 

소비재 산업으로 시작해 재계 5위에 오른 그룹. 성장의 시기에 롯데그룹에 몸 담았던 임직원은 자부심을 느끼며 일했다. 과거를 회상하는 그도 경제성장의 한 축으로서 자신이 해낼 수 있는 몫을 다하기 위해 땀을 흘렸다고 전했다. 입사해 퇴임하기까지 ‘롯데 배지’는 그의 자랑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만난 그에게 들은 말은 달랐다. 자부심보다는 ‘그때 내가 좀 더 잘 했더라면 후임들이 고생을 덜 했을 텐데’라는 반성이었다.

 

그중에서도 현금흐름을 바라보는 시각을 역설(力說)했다. 소비재 산업에 근간을 두고 있었던 만큼 현금의 회전력이 롯데의 강점이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환경에 맞춰 상품을 개발하고 유통구조를 구축해 수익을 창출되면 이를 바로 투자에 활용하는 과정이 이뤄졌다. 적자는 있을 수 없는 말이었다. 

 

그는 “그러다 보니 단기적인 성과에 집중하게 됐고 장기간에 걸친 투자와 긴 호흡에 적응하기가 힘들었다”며 “과거에는 그 단기 성과가 모여 대규모 자금이 형성됐지만 현재는 그럴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화려했던 과거의 성장기에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맞춰 긴 호흡으로 투자를 단행했다면 이미 롯데그룹이 신성장 동력을 탑재하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나가고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적어도 재무위기라는 단어가 롯데그룹의 수식어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회한이었다. 

 

현재 롯데그룹은 새로운 종착지를 향한 긴 항해에 돌입했다. 바이오앤웰니스(롯데바이오로직스), 지속가능성(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모빌리티와 뉴라이프 플랫폼(롯데이노베이트)을 4대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경쟁력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롯데 전직 임원은 “신성장 동력으로 삼은 4개 사업 분야는 장기간에 걸친 투자와 인내가 필요할 것”이라며 “내가 더 잘 경영하며 판단을 했어야 했던 그 시간을 후임에게 물려준 것만 같아 미안하지만 단기보다는 긴 호흡을 가지고 더 큰 결실을 맺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렇게 그는 롯데의 재도약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