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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기의 고령화 이야기


고령자 금융자산 관리방안

 

 

고령자들은 은퇴 이후에도 일정한 소비 수준을 유지하고 재해나 질병에 대비한 자금을 준비하기 위해 현금 자산을 유지하려는 욕구가 강하다. 이에 따라 금융자산 보유 비중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은퇴 이후 노후자금 또는 생활 자금 마련 등을 위한 금융자산 보유가 이전에 비해 많이 증가하는데 이는 고령화에 따른 유동성 확보 선호에 주로 기인한 것이다.

 

보유한 가계 금융자산은 늘고 있지만 고령자들의 마음은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니 금융자산 보호 장치 마련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또한 본인 사후에 배우자가 존엄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것, 자녀에게 자산을 현명하게 물려주는 것, 손자녀에게 교육비를 지원하는 것 등에 대한 고민이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저축만으로는 고령자들의 복잡한 요구를 담아낼 수 없고 제도적 장치가 따라주어야 한다. 그 결과 다양한 사회적 욕구를 담아낼 수 있는 유연한 구조를 가진 장치에 자연스럽게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보다 초고령사회를 먼저 경험한 일본에서 시행되고 있는 독특한 상황을 알아보기로 한다.

 

일본의 가계 금융자산은 고령자 가구에 편중되어 있는 편이며, 당분간 이러한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 다이와종합연구소의 2024년 12월자 보고서인 ʻ장수화로 늘어나는 치매환자의 금융자산 잔액 추계ʼ에 따르면, 일본 65세 이상 고령자의 금융자산 보유액은 2023년 1129조엔(전체 금융자산의 51.0%)에 이르고 있다. 일본 전체 금융 자산의 절반 이상이 고령자들의 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것이다.

 

또한 고령화가 더욱 진전되면서 치매 및 경도 인지장애 환자 수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이다. 2024년 큐슈대학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2025년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471만 여명, 경도 인지장애자는 564만 여명에 달하고 있다.

 

한편으로 우리나라 보건복지부가 2025년 3월에 발표한 ʻ2023년 치매역학조사 및 실태조사 결과ʼ에 따르면 2025년 국내 치매 환자 수는 97만 명으로 2026년에는 100만 명을 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도 인지장애자 수는 2025년 298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2023년 특수사기 피해자의 78.4%가 65세 이상 고령자로 밝혀졌으며, 특히 보이스피싱, 예⦁적금 사기, 현금카드 사기 등에서 피해가 집중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일본의 경우 고령층을 대상으로 금융사기 피해가 빠르게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닐 듯싶다. 국내 65세 이상 고령자의 금융사기 피해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는 공개적인 자료를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경찰청의 ʻ전화금융사기 피해자 연령별 현황ʼ에 의하면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자는 전 연령대에서 발생했으며 특히 고령층에서 피해가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의 금융기관들은 금융 보호 서비스 강화, 금융 교육 강화, 고령층 맞춤 금융상품 제공 등 다양한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일본에서는 ʻ치매머니ʼ란 새로운 조어가 만들어졌는데 이는 고령자들이 보유하는 금융자산을 말한다. 고령자가 치매에 걸리면 금융기관에 맡겨져 있는 돈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 치매 환자 계좌의 돈은 원칙적으로 인출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특히 혼자 사는 단신 고령자가 치매에 걸릴 경우 치매에 걸려 자산이 묶이면 더욱 어려워진다.

 

이에 대비하여 일본에서는 가족신탁제도를 두고 있다. 가족신탁이란 믿을 수 있는 가족에게 치매가 생기기 전에 미리 자산 관리를 위탁하는 것이다. 가족신탁은 대개 위탁자와 수익자가 동일 인물인 경우가 많을 것이다. 부동산은 관리만 하되 매각은 하지 않고, 예금 용도는 본인 생활비와 손자들의 교육비에 한해 지출하는 등 다양한 희망 사항을 담을 수 있다. 나아가 부정하게 사용하지 않도록 감독자를 지정해서 영수증이나 잔고 확인을 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가능하다.

 

일본의 단카이 세대로 불리는 베이비부머가 75세가 되는 2025년 일본의 치매환자는 730만 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치매 환자 수가 2026년 100만 명을 넘어설 것이며, 2044년에는 200만 명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 현실에서 고령층의 금융 안전망을 구축하는 하는 것은 필수일 것이다. 특히 치매환자의 금융 자산 관리와 관련해서는 일본과 같이 가족신탁제도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형기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