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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우리카드, 순혈주의 타파가 불러온 변화

[FETV=임종현 기자] 과거 우리카드 신임 대표이사(CEO)에겐 '낙하산 인사'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붙었다. '우리금융·우리은행 출신'만이 CEO가 될 수 있다는 조직 내 인식에서 비롯된 평가였다.

 

우리카드는 2013년 4월 우리은행에서 분사한 뒤 11년 간 6명의 대표이사가 나왔다. 이들은 지역, 출신 학교는 달랐어도 우리금융·은행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한 카드사 직원은 "지주나 은행 출신이 카드사로 오면 업무에 익숙하지 않아 짧게는 2~3개월 동안 적응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이 같은 문제는 우리카드만의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도 CEO 자리는 은행 출신들이 독점하고 있다.

 

그랬던 우리카드가 먼저 관행을 바꾸기 시작했다. 가장 큰 변화는 '순혈주의' 타파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12월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진성원 전 현대카드 오퍼레이션본부장을 우리카드 CEO로 내정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부 출신 CEO 영입이다.

진성원 대표는 현대카드에서 마케팅·SME·금융사업실장·오퍼레이션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실무부터 전략까지 핵심 부서를 고루 거쳤다. 업계에서는 '실전형 전문가'로 통한다. 우리금융이 그를 선택한 이유도 분명하다. 2014년 우리카드 출범 이후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마련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긴 것이다.

 

그만큼 조직 내의 기대와 긴장도 컸다. 진 대표 첫 출근 당시 임원진들 사이에서는 긴장감이 감돌았다는 후문이다. 은행 출신이 아닌 카드업 전문가가 대표로 부임하자 부서별 보고서 하나에도 신경을 곤두세웠다는 말이 전해진다.

 

진 대표는 지난해 '우리카드 경영진단 TFT'에서 총괄 고문을 맡으면서 조직 전반을 들여다봤고 이후 대표로 취임하면서 본격적으로 보수적인 문화를 깨는 데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그는 취임 후 임직원들에게 본업 경쟁력 강화와 함께 '성취감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일하고 싶은 기업문화'를 약속했다.

 

진 대표가 가장 먼저 실행한 건 조직 슬림화였다. 은행 조직 구조를 답습해 온 우리카드의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 부서제를 팀제로 전환하고 기존 6단계를 거치던 의사결정 체계를 3단계(사장-본부장-팀장)로 간소화했다.

 

보고 체계도 바뀌었다. 기존의 서면 중심 보고 방식 대신 이메일·비대면 보고가 도입되면서 의사결정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 대표에게 직접 메일을 보내는 것도 허용되며 소통 방식이 유연해졌다는 평가다.

 

임원진 구성에도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은행 출신 중심이던 기존 임원 구성 대신 삼성·현대카드 등 외부 출신 실무형 인재들을 부사장급에 전면 배치했다. 상위사 출신 인재를 적극 영입해 업력과 노하우를 이식하겠다는 전략이다.

 

일하는 사람이 바뀌면 조직의 공기가 바뀌고 결국 기업의 경쟁력 변화로 이어진다. 보고 방식도 일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이제 남은 건 이 변화가 성과로 이어지느냐다. 우리카드는 지금 그 첫 실험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