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민석 기자] 펀딩 한파 장기화 사태를 겪고 있는 벤처캐피탈(VC) 업계가 새 정부 출범에 따른 훈풍을 기대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감사원이 주요 연기금과 공제회를 대상으로 실시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VC 출자가 다시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려의 출발선은 건설근로자공제회(이하 건근공)다. 감사원의 건근공 감사가 VC 펀딩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감사원, 건근공 CIO 리베이트 수수 정황 “파면 요구”…법적 공방 예고
감사원이 최근 발표한 ‘주요 연기금 등의 대체투자 운용 및 관리 실태’에 따르면, 건근공 전 투자운용본부장 A씨는 공제회 자금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금품을 수수하는 등 직무상 이익을 챙긴 혐의로 파면 요구를 받았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감사원 전경 사진 [사진 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624/art_17494593365561_fe8179.jpg)
감사원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회계법인에 근무하던 지인을 통해 스페인 물류센터 투자를 위한 펀드(스틱유럽Income일반사모부동산신탁 1호)를 소개 받았고, 건근공 자금 300억원을 투자한 뒤 리베이트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A씨는 지난 9일 서울중앙지검에 감사원장과 실무 책임자 2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출판물에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면서 법정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A씨 측은 감사원의 건근공에 대한 감사 자체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감사원법상 감사 대상 기관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를 시작하면서 감사원법 제23조 제7호를 근거로 건근공을 감사 대상으로 포함시킨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조항은 ‘민법 또는 상법 외의 다른 법률에 따라 설립되었고, 그 임원의 전부 또는 일부나 대표자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임명되거나 임명 승인을 받는 단체의 회계’를 선택적 감사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건근공의 이사장은 이사회 의결만으로 선출되며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의 승인도 받지 않는다. 이 같은 근거로 A씨 측에선 감사원법상 건근공은 감사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반면 감사원은 건설근로자법 시행령을 근거로, 고용노동부·국토교통부 장관이 건근공에 각각 1명의 고위공무원을 당연직 이사로 지정하고 있어 감사 대상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고위 공무원의 이사회 참여 자체가 사실상 ‘국가에 의한 임명’으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A씨는 이에 대해 건설근로자법 제9조의4 제1항 3호에 ‘임원 선임 및 해임은 이사회의 의결로 한다’는 조항이 명시된 만큼, 시행령이 상위법의 범위를 넘어설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장관의 당연직 지정은 법적 임명이 아니라 ‘겸직 허가 또는 추천’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정부로부터 출자금과 보조금을 받지 않는 민간자율단체인 건근공이 감사 대상에 포함된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A씨가 주장하는 감사원법(제23조)에 따른 감사대상 연기금 분류 [자료 A씨 소명자료]](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624/art_17494591233472_2eb1f9.png)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 대상 선정은 법 조항에 따라 결정한 것이기에 해석의 문제가 아니다"며 "충분한 내부 법률 검토를 거친 건이며, 건근공이 감사 대상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연기금·공제회 대체투자 위축 우려…VC 시장 펀딩 ‘한파’ 지속되나
이번 사태는 단순한 감사원의 법적공방을 넘어 VC 펀딩 시장의 큰 손인 연기금과 공제회의 대체투자 의사결정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금융사와 민간 기업들이 고금리와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VC 출자를 대폭 축소한 상황에서, 그동안 연기금과 공제회의 VC 출자는 가뭄에 단비와 같았다.
하지만 감사원의 무리한 감사가 인정될 경우, 반대로 감사원 판단이 옳았다고 밝혔지는 경우 모두 건근공은 물론이고 타 연기금과 공제회 입장에선 VC 출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기엔 심리적 부담이 커진다.
한 정책자금 출자 기관 담당자는 "감사 결과를 떠나 건근공이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라는 점을 이번에야 처음 알았다"면서 "감사 대상 확대에 심적으로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VC업계 한 관계자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펀딩 시장이 서서히 풀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이번 사태는 법적 공방 결과를 떠나 출자 결정 담당자들의 심리적 위축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며 “대체투자에 대한 감사나 규제는 필요하지만, 과도한 개입은 모험자본 생태계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