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산업과 금융권에서는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정치적 혼돈에서 벗어나 대한민국 경제가 다시 부흥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FETV는 업권별 현안과 과제를 점검하고 차기 정부에 바라는 규제 완화 요구 등을 들어보고자 한다. |
[FETV=임종현 기자] 저축은행업계가 현행 예금보험료율(예보료율)의 합리적인 조정이 필요하다고 촉구하고 있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예보료율 인상은 당시로서는 불가피한 조치였지만 이후 10여년간 업계 전반의 재무 건전성과 기초체력이 개선된 만큼 이제는 현실을 반영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저축은행업권은 2014년부터 2022년까지 8년간 약 10조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으며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역대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11년과 달리 현재는 유동성비율도 높은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고 대손충당금 적립률 역시 법정 기준을 초과해 유지되는 등 손실 흡수 능력 측면에서도 충분히 안정권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이처럼 업권 전반의 체력이 개선됐음에도 예보료율은 저축은행 사태 이후 인상된 뒤 단 한 차례도 조정되지 않았다. 역대 저축은행중앙회장들은 이를 근거로 매번 예보료율 인하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예금보험공사(예보)의 반대에 가로막혀 번번이 무산됐다. 예보는 사태 이후 지급된 보험료를 회수하지 못한 상황에서 예보료율을 인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예보는 예금자 보호를 위해 금융기관으로부터 보험료를 걷어 예금보험기금에 적립한 뒤 이를 관리·운용한다. 금융업권별 위험 수준에 따라 보험료율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현재 저축은행에 적용되는 예보료율은 전체 수신액의 0.4%로 상한선인 0.5%에 근접한 수준이다. 이는 시중은행(0.08%), 금융투자·보험·종합금융사(0.15%), 상호금융(0.2%) 등 타 업권과 비교하면 최대 5배에 달한다.
저축은행에 처음부터 높은 예보료율이 적용된 것은 아니다. 저축은행의 초창기 예보료율은 0.15%였으며 2000년에는 금융권 전반의 요율 인상에 따라 0.3%로 상향됐다. 이후 2009년 목표기금제 도입으로 0.35%로 올라갔고 저축은행 사태를 계기로 0.4%까지 인상되면서 현재까지 같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저축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예보료율을 무조건 인하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수준이 과연 합리적인지에 대한 문제 제기"라며 "시중은행과 비교해 최대 8배에 달하는 예보료율을 계속 부담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업권별 현실을 반영한 요율의 합리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와 맞물려 오는 9월부터 예금자 보호 한도가 현행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되는 점도 업계에는 또 다른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호 한도가 늘어나면 예금보험료 부담 역시 커질 수밖에 없어 실익에 비해 비용 증가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이 더 높다.
예보는 유사시 지급해야 할 보험금 규모가 커지는 만큼 평상시에도 금융사로부터 더 많은 보험료를 걷어 기금을 확충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저축은행들은 현재 예금주 1인당 최대 20만원 수준의 예보료를 납부하고 있으나 보호 한도가 두 배로 늘면 최대 40만원까지 증가할 수 있다.
업계는 1억원 이상 고액 예치 고객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을 이러한 시각의 근거로 제시한다. 예보에 따르면 현재 은행권 예금자의 98.7%가 5000만원 이내로 예치하고 있어 한도 상향에 따른 실질적 수혜자는 전체의 2.3%에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이 부담은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예보료는 조달 비용에 포함되며 이는 결국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도 이와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화경 회장은 지난 3월 서울 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축은행 업계의 예보료가 타 업계 대비 높은 수준이어서 대출 이자에 가산이 되고 있기 때문에 낮춰야 한다고 요구하는 상황"이라며 "저축은행의 건전성과 맞물려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점진적으로 낮춰달라는 게 저희의 입장"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