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민석 기자] 한국투자증권이 최근 IPO(기업공개)부서 인력을 대폭 축소하면서 그 배경을 놓고 여러가지 추측들이 나돌고 있다.
시장 악화와 규제 강화에 따른 영향이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지난해 부실 실사 논란을 겪은 이노그리드 IPO 담당자들의 이동설이라는 추측도 제기된다.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달 한국투자증권은 조직개편을 통해 IPO 업무를 담당하는 IB1본부 인력 10여 명을 커버리지 부서로 전환 배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 전경 [사진 한국투자증권]](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415/art_17441065610041_a3d9d7.jpg)
한국투자증권의 IB1본부는 ▲기업 실사 ▲증권신고서 작성 및 제출 ▲한국거래소 협의 등 IPO 전반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 부서에서 인력은 시장 경쟁력을 좌우하는 대표적 요인이다. 현재 IB1본부는 작년 12월 선임된 방한철 IB본부장이 이끌고 있으며, 이번 부서이동으로 50여명에서 30여명으로 인력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커버리지는 현재 한국투자증권 내에서 IB2·IB3본부가 담당하고 있다. 해당 부서에서는 유상증자 및 회사채 발행 등 채권 발행 시장(DCM) 업무를 맡는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업무 효율성을 고려해 인력을 재배치했다"며 "상황에 따라 IB 인력을 조정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특이한 점은 우수한 IPO 실적에도 인력을 줄였다는 점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6개 기업 상장을 주관하며 KB증권을 제치고 국내 증권사 중 IPO 주관 1위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IPO주관 실적은 다소 부진했지만, 추후 롯데글로벌로지스, SK엔무브, 한화에너지 등 대규모 IPO 주관로 참여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증시 악화와 IPO 규제 강화가 인력 축소의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미국발 관세 전쟁과 외국인 투자자 이탈로 증시가 악화되면서 투입하는 시간과 인력대비 IPO 수익성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상장한 서울보증보험은 한 때 '몸값 2조원' IPO대어로 불렸지만, 희망 밴드 최하단으로 공모가가 결정됐고 일반 청약 경쟁률도 저조했다.
또한 부실 IPO를 막기 위한 심사 및 제도 강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상장예정기업의 재무제표 심사와 주관사 책임을 강화했다. 우선 상장 예정 기업 재무제표 심사·감리 범위를 기존 자산 1조원 이상에서 5000억원 이상으로 확대했고, 주관사의 경우 오는 7월부터 공모 물량의 일정 비율을 직접 보유해야 하는 기간과 부담이 늘어났다.
일각에선 이번 조직개편에 따라 지난해 부실상장으로 논란이 된 이노그리드 사태 관계자들이 커버리지부서로 대거 이전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해 한투증권이 IPO 주관을 맡았던 이노그리드는 최대주주의 법적 분쟁 가능성 기재 누락으로 상장 예비심사 승인이 이례적으로 취소된 바 있다. 당시 한투증권의 부실 실사 논란이 퍼지면서, 이후 한국거래소가 한국투자증권이 주관하는 상장예비기업에 대한 심사가 엄격해졌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IB업계 관계자는 "IPO 시장 불황과 규제 강화로 인해 작년만큼의 실적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인력 재배치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주된 이유는 아니겠지만 이번 대규모 인력 이동에 부실 상장에 관여한 인원도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투증권측에서는 이노그리드 상장 관계자들의 부서이동 여부에 대해선 밝히진 않았지만, 이번 인력재배치와는 무관하다고 말한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이번 인력 재배치와 이노그리드 상장을 주관했던 담당자 이동은 무관하다"며 "IPO 와 커버리지 부서가 협력해 예정된 IPO 주관을 차질 없이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