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우리금융그룹이 내부통제 시스템을 본격 고도화하고 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정진완 우리은행장이 올해 경영 화두로 '신뢰 회복'을 공통적으로 내건 가운데, 금융사고 원천 봉쇄를 위한 행보가 올해 구체화되는 모습이다.
최근 임 회장은 14개 자회사를 찾아 각 회사들이 직면한 리스크 요인 등 현장 상황을 살펴보고, 내부통제 현황 전반을 점검했다. 자회사를 방문해 올해 그룹의 핵심 경영방침인 ▲내부통제 체계 강화 ▲윤리적 기업문화 정착 ▲투명한 윤리경영 실천 등을 각별히 강조했다.
임 회장은 "올 한 해 우리금융이 신뢰받는 종합금융그룹이 되기 위해서는 내부통제 체계 전반을 정교하게 고도화하고, 윤리적 기업문화를 반드시 정착시켜야 한다"며 "그룹사 모두 원팀으로서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윤리경영 실천에 일관되게 매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앞서 정진완 우리은행 신임 행장도 지난 연말 취임 당시 가장 먼저 '신뢰'를 언급, "(형식적이 아닌) '진짜 내부통제'가 돼야만 신뢰가 두터워질 수 있다"며, 시스템과 업무 프로세스 개선을 약속했다.
우리금융은 내달 윤리·내부통제위원회를 출범하고, 그룹사 경영진 감찰, 윤리정책 수립, 내부자 신고제도 컨트롤타워 등 쇄신에 박차를 가한다. 앞서 지난 연말 경영진에 대한 이사회의 관리·감독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지주 감사위원회 산하에 윤리경영실을 신설했는데, 내달 위원회가 출범하면 윤리경영실은 위원회 산하로 편제된다.
윤리·내부통제위원회는 우리금융이 금융권 처음으로 시행하는 '임원 친인척 개인(신용)정보 등록제'를 총괄한다. 임원 친인척 개인정보 등록제는 임원 본인과 그 친인척의 개인정보를 등록하고 실제 대출 심사에 반영하는 것으로, 지주사와 은행은 임원뿐 아니라 본부장까지 등록 대상에 포함시켰다. 13개 계열사의 임원 및 본부장 193명이 대상이다.
기존 금융권에서 보기 힘들었던 '내부통제전문역'도 신설했다. 영업점 업무 프로세스에 익숙한 지점장급 직원을 선별해 영업 본부 소속으로 직접 관할 영업점을 방문해 실질적인 내부통제 활동을 전담토록 했다. 우리금융은 "영업점에서 자체적으로 수행하던 정기감사를 실시해 감사 업무의 전문성을 제고하고 사전에 금융사고를 예방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제보·신고 핫라인'도 도입했다. 친인척 부당대출 사례를 포함한 내부비리 제보를 위해 그룹 윤리경영실이 운영하는 제도로, 철저한 익명성을 보장해 내부 감시·감독 기능을 활성화하고 금융사고를 예방한다는 방침이다. 외부 컴플라이언스 전문업체를 통해 우리금융 직원들은 IP 추적이나 신원 노출 걱정 없이 적극 제보하고 처리결과를 받아 볼 수 있다. 이외 우리금융은 금융사고 조기발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FDS(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를 이달 말까지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은행의 경우 자금세탁방지센터와 여신감리부를 본부급으로 격상해 감독·감시 기능을 끌어올렸다. 또 이달부터 영업점 지점장이 직접 금고 관리에 참여토록 했다. 매월 첫 영업일에 금고를 열고 마지막 영업일에 금고를 닫는 등 금고 개·폐문과 잠금장치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금고 내부 관리 등 금고 업무 전반을 점검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점의 최고 책임자인 지점장이 금고 관리를 직접 수행하는 것은 '진짜 내부통제' 방안"이라며 "고객들에게 자신의 금융자산이 안전하게 관리 되고 있다는 안정감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