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임종현 기자] "업계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Big Blur) 시대의 도래로 빅테크 IT 회사들과 경쟁 심화 등 대내·외 환경에 대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적극 대응할 것입니다."
올해 국내 8개 전업카드사 가운데 5곳이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며 진용을 재정비했다. 저마다 표현은 달랐지만, 신임 CEO들은 미래 가치 창출 능력 확보를 위한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생존을 위한 '변화'의 의지를 드러냈다. 또 빅테크의 위협이 주요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할 시점임을 재차 강조했다.
우선 신임 CEO들은 올해 카드업계 전망을 '위기'로 판단했다. 대내외 정세 불안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내수 경기 위축 등 거시경제 환경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카드업계에도 적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다.
박창훈 신한카드 사장은 "IMF와 금융 위기를 빼면 요즘처럼 위기가 체감되는 시기도 없었던 것 같다"면서 "인구 감소와 시장 성장률 정체, 디지털로 무장하고 있는 테크 기업들의 금융 진출 등이 우리가 처한 냉정한 현실"이라고 짚었다.
성영수 하나카드 대표도 "경기침체에 따른 성장률 둔화와 금리인하 시기 지연은 생활금융을 기반으로 하는 카드업에는 커다란 위협 요인"이라며 "가맹점수수료율 인하와 빅테크사의 결제시장 잠식은 본업인 신용판매 외 수익구조 다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신임 CEO들은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 중심을 잡는 한편 이를 극복할 돌파구로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박창훈 사장은 고객의 관점에서 작은 불편함도 없애는 ▲페이먼트 프로세스 혁신과 스캔들 제로 ▲페이먼트 경쟁력에 따른 시장 지위 확대 ▲시장 지위 확대에 따른 지속 가능한 수익성 창출을 해답으로 봤다.
혁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양적 혁신이 없는 회사가 질적 혁명을 이룬 사례는 세계 기업 중 그 어디에도 없다. 질과 양은 서로 분리되는 세계가 아니며, 질적 혁명은 양적 혁신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라며 "만일 우리가 시장에서 시장을 흔들 무언가를 만들어 내야 한다면 그 어디에도 참조할 사례나 로드맵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직 많은 시도를 해 보는 것이 유일한 열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이태 삼성카드 사장은 '딥 체인지(Deep Change)'를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플랫폼, 데이터 역량 지속 강화, 미래 성장동력 발굴 및 확장 등이다.
김재관 KB국민카드 사장은 '위기 속 기회'를 찾아야한다고 당부하면서도 고객에게 최고의 가치를 선사하기 위해 빠르고 역동적인 모습으로 변화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미래선도 기업 달성을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번 개편은 ▲고객 중심 조직의 실행력 강화 ▲조직효율화 및 슬림화 기반 성장영역 강화 ▲미래 성장 비즈니스 핵심사업화 등의 방향으로 추진됐다.
성영수 하나카드 대표는 해외여행카드 '트래블로그'의 1000만 고객 달성 등 구체적인 경영 전략을 제시했다. 아울러 일본 현지 매입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 해외 카드 매입 시장에서 새 성장동력 확보, 저수익 상품 구조조정과 효율성 극대화하는 영업 및 마케팅 전략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자본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그룹의 핵심 역량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기업카드 부문은 기존의 안정적 영업 기조를 유지하겠다"라며 "카드 대출 부문에서는 수익성과 건전성 간의 균형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진성원 우리카드 사장은 신용카드 회사 기본에 충실한 카드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 독자카드사 전환의 완성을 통한 수익·비용구조 개선 등을 경영 키워드로 제시했다. 진 사장은 "회사의 모든 부분을 즉시 선도사 수준으로 점프업 시키기는 힘들다"며 "핵심 영역을 중심으로 압축성장을 통해 전사적 성장을 이끌 것"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