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지난해 12월 원·달러 환율이 1480원까지 뛰며 15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아 외환보유액이 환율 방어에 쓰였지만, 금융기관의 연말 달러 예수금이 많이 늘어난 덕에 전체 외환보유액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연말 기준으로는 2019년 말 이후 5년 만에 최소치로 외환보유액 규모가 축소됐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외환보유액 통계에 따르면 12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156억달러(약 611조7632억원)로, 11월 말(4153억9000만달러)보다 2억1000만달러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 달러화 강세(가치 상승)에 따른 기타 통화 외화자산의 달러 환산액 감소와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 등의 외환보유액 축소 요인에도 불구하고, 분기 말 효과로 금융기관의 외화 예수금이 늘고 외환보유액 운용 수익도 더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한해 전체로는 외환보유액이 2023년 말(4201억5000만달러)과 비교해 45억5000만달러 줄었다. 12월 말 외환보유액만 보면, 작년은 2019년(4088억2000만달러) 이후 5년 만에 가장 적었다.
미국 달러화가 12월 중 약 2.0%(미국 달러화 지수 기준) 평가 절상된 만큼, 달러로 환산한 유로·엔 등 기타 통화 외화자산 금액은 반대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아울러 원·달러 환율 상승 방어를 위해 외환 당국이 외환보유액의 달러를 시중에 풀어도 외환보유액은 감소한다.
하지만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연말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비율을 고려해 보유 달러를 한은 계좌에 넣으면서 전체 외환보유액은 다소 늘었다. 한은에 예치한 외화 예수금은 안전자산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금융기관 입장에서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12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구성을 자산별로 나눠보면 국채·회사채 등 유가증권(3666억7000만달러)과 IMF(국제통화기금)에 대한 특별인출권(SDR·147억1000만달러)이 각 57억2000만달러, 1억8000만달러 줄었다.
반면 예치금(252억2000만달러)은 60억9000만달러 불었다. 금의 경우 시세를 반영하지 않고 매입 당시 가격으로 표시하기 때문에 전월과 같은 47억9000만달러를 유지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11월 말 기준(4154억달러)으로 세계 9위 수준이다. 중국이 3조2659억달러로 가장 많았고, 일본(1조2390억달러)과 스위스(9251억달러), 인도(6594억달러), 러시아(6165억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