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사진 삼성전자]](http://www.fetv.co.kr/data/photos/20241250/art_17338802919398_80ec08.jpg)
[FETV=양대규 기자] 삼성전자가 중국의 저가 메모리 반도체 공세와 미국의 대중 무역제제로 인한 리스크 확대에 이어 최근 한국의 계엄 사태로 인한 정치 리스크까지 겹치며 성장 동력이 약화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중·미에서 불어닥치는 '삼각파도'가 단기 리스크로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 삼성전자에 미치는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발생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일주일 넘게 지속되는 탄핵 정국이 단순 정치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시장 문제로 번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민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9일 보고서를 통해 "12월 3일에는 비상 계엄령 선포가 됐다"며 "6시간만에 계엄은 해제되었으나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환율 상승 및 부정적인 수급 환경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반도체 업계가 전반적으로 불황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여러 반도체 기업 중 삼성전자에 발생할 리스크를 주목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같은 날 삼성전자 기업 보고서를 통해 "정치 리스크 확대는 곧 경제 리스크와 시장 리스크의 확대"라며 삼성전자의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승우 연구원은 "최근 일련의 상황들을 보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큰 요인은 어쩌면 대주주 리스크와 정치 지도자 리스크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며 "우리나라는 계엄 발동과 해제, 그리고 지도자 공백이라는 초현실적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국내외적 리스크를 감안할 때 주요 기업들의 실적 전망 하향과 밸류에이션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한국의 정치리스크에 더해 메모리 가격 하락세와 HBM 수출 제한 등의 영향으로 삼성전자의 올해와 내년 실적 전망을 낮췄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도 정치 리스크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삼성전자 DS 부문의 실적 전망치를 추가 하향 조정한다"고 10일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박 연구원은 "엔비디아향 HBM3E 양산 공급 지연과 중국 CXMT의 DDR4 저가 판매, 범용D램 수급 악화 등으로 인해, 연말·연초 동안 예상치를 하회하는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라며 "또한 미국의 대중국 추가 제재는 중국을 상대로 한 삼성전자의 HBM 사업에 단기 악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저가 D램 공세와 미국의 대중 무역 제재가 삼성전자에 리스크로 적용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레거시 반도체 시장에 대한 점유율 확대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반도체 제조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제조기업인 창신메모리(CXMT)와 푸젠진화(JHICC)가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DDR4 D램을 양산하고 0.75~1달러에 공급하며 전체 시장 가격 하락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보다 레거시 D램 비중이 커 중국발 덤핑 공세에 조금 더 취약한 편이다.
또한 최근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 개정안에 HBM(고대역폭)이 포함된 점도 삼성전자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미 상무부가 발표한 반도체 수출통제 개정안에는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이 적용됐다. 미국 외 다른 나라에서 만든 제품이더라도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 기술 등이 사용됐다면 미국의 수출통제를 준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개정안에 따르면 메모리 대역폭 밀도가 ㎟당 2GB/s보다 높은 HBM 제품 수출을 통제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모든 HBM이 여기에 해당한다. 양사는 더이상 중국에 HBM 수출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 기업 엔비디아에 생산된 HBM 물량 대부분을 납품하는 SK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전자는 중국에도 수출하고 있어 이번 미국의 규제에 발목을 잡힐 위험이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바이두와 텐센트 등에 HBM2E를 공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엔비디아에 HBM3E 공급과 관련해 논의 중이지만, 만약 협상이 결렬되면 해당 제품의 고객사에 대해 고민해야 된다. 미국 AMD에도 공급하겠지만 그 양은 많지 않다. 결국 대규모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곳은 엔비디아 아니면 중국 기업들뿐이다.
다만 업계 전문가들은 지금 당장 한·중·미의 삼각파도에 삼성전자의 리스크가 커지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극복될 문제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박유악 연구원은 "삼성전자 D램 체질 개선과 중국 CXMT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2025년에 가시화될 수 있다는 점"이라며 "2025년에는 AWS, 브로드컴, 메타 등의 ASIC(주문형반도체) 칩 수요가 증가하며 주요 공급처인 삼성전자의 HBM 사업에 기여할 것이고, 엔비디아향 12단 HBM3E가 양산되며 DDR4에서 HBM3E로의 생산 전환도 진행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대중 제재로 레거시 D램 수요 일부가 회복됨과 동시에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으로 캐파 전환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 연구원은 "이는 경쟁사 대비 부진했던 D램의 체질 개선(DDR4 감소 → HBM 증가)이 2025년에 진행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며 "(중국 D램 제재가 실행되면) D램 산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빠르게 개선되며, 삼성전자의 주가 멀티플 상승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